
"살인자 연기, 정말 내 스타일 아니야!"
마동석(43)은 인터뷰 중 몇 번이나 살인자 연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간 수차례 살인마 역할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었던 마동석이다.
'결혼전야'로 말랑한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했던 마동석이 영화 '살인자'를 통해 극악무도한 살인마 주협으로 변신했다. 그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살인마 역할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그의 답은 '도전'과 '새로움'이었다.
"사실 캐릭터는 정말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살인자라는 건 너무 싫지만 배우로서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새로웠죠. 그 전에도 살인자 역할 제의를 받긴 했는데 한 번도 안했어요. 아마 여태껏 영화들에 나온 살인마 중에서 가장 정신에 큰 문제가 있는 살인마 일 거예요."
실제 살인마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과 상식과 행동이 다른 인물이니 모든 것을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했다. 그는 "마음도 춥고 몸도 추웠다"며 "내 스타일은 살인자를 때려줘야 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사람의 행동반경과 생각의 반경이 보통 사람의 상식선을 벗어나는 게 많아서 힘들었죠. 연구하고 고민하고. 예를 들자면 이 사람이 살인을 하고 막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만약 살인을 하고 돌아온 사람이라면 술을 마실까? 밥을 아예 못 먹을까? 먹다가 토할까? 그렇다가 선택된 것이 밥을 허겁지겁 먹는 것이었죠. 이런 디테일들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으니 어려웠어요."

아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까봐 초조해하는 아빠라는 설정이 깔려 있으니 부성애가 강조될 줄 알았다. 그러나 '살인자' 속 주협과 용호(안도규 분) 부자는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고 팍팍한 느낌이 물씬 든다.
"영화 홍보 과정에서 부성애에 좀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은데 사실 부성애가 그다지 중요한 코드는 아니에요. 마지못해 인연이 된 부자의 혈육의 끈 정도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 부성애보다는 악인을 아빠로 둔 한 아이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과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아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의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는 거죠."
마동석은 '살인자'의 모티프가 연쇄살인마 강호순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살인자가 자신의 아들에게는 평범한 아버지로 보이고 싶었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맞지만 그것이 강호순의 실화를 그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호순 사건 때문에 작품이 탄생한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 그건 아니에요. 감독님이 살인자가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쓴 건 맞는데 그게 강호순인지도 몰랐고, 촬영하면서도 아무도 강호순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은 없어요. 갑자기 홍보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어요."
작품을 끝내면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 마동석도 주협 역에서 벗어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바로 다음 작품으로 로맨틱코미디인 '결혼전야'를 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원래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데 이건 잔재가 남더라고요. 별 얘기도 아닌데 감정이 확 올라온다던지. 그래서 '결혼전야'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타이밍이 좋았죠. 신이 내려준 선물인 것 같아요(웃음). '결혼전야' 하면서 힐링이 되고 좋았어요."
평소 많은 상업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독립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마동석. B무비에 대한 욕심은 언제나 품고 있다.
"흥행이 영화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면 안되죠. 전 B무비도 좋아해요. 오락적이고 상상도 못한 장면이 나오고,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도 밀어붙이는 거지. 꼭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선호하지 않으니까 미국에 가서 일하게 된다면 그런 영화를 하고 싶어요."

마동석의 이름이 알려지며 미국에서도 오디션 제의가 오고 있다. 영화 촬영 스케줄이 이미 모두 잡혀있어 아직 성사된 것은 없지만 여전히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은 높다. 영어와 액션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마동석의 강점이다.
"지금도 조금씩 미국에서 연락이 와요. 기회가 되면 당연히 해야죠. 에이전트들이 한국 배우 중 영어와 액션이 되는 배우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고요. 이왕 미국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영화를 하고 싶어요. 드라마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일단 영화를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스크린에서 보고 싶으니까요."
마동석은 지난 해 우정출연을 포함해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올해도 '살인자'에 이어 '군도'와 '상의원'으로 관객을 만난다. 다작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부름을 받고 있는 마동석, 올해도 아마 바쁜 한 해가 될듯하다.
"'상의원' 촬영이 2월 중에 들어가고, 또 다른 작품도 보고 있어요. 아마 하다보면 또 올해 빽빽하게 일 하게 될 것 같은데. 올해는 우정출연은 안할 거예요. 힘들어요(웃음). 여름에 '군도'도 개봉을 할 텐데 저도 굉장히 기대 되요. 빨리 보고 싶어요. 한량으로 나오는 '상의원'도 재미있을 것 같고. 올해도 좋은 작품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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