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개봉을 앞둔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은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화제작이다. 여성 색정광(色情狂)인 조(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중년 남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신의 남다른 성적 경험을 털어놓는 이야기다. 센세이션의 거장다운 파격 묘사, 뜻밖의 유머가 함께 담겼다.
여자 색정광이라는 노골적인 제목부터, 성적 묘사와 노출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희미하게 블러(Blur) 처리를 한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하게 된 과정도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심의 반려 끝에 블러 처리돼 공개된 얄궂은 포스터. 극장 개봉작의 포스터가 '표정'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점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자체 역시 크게 화제가 됐다.
수입배급사 앳나인필름이 애초 제작한 포스터는 영화를 수입하며 함께 따로 저작권을 구입한 14개 아트워크를 이용한 것이었다. 황홀경에 빠진 극중 인물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주요 9인의 사진을 한 장에 모으고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더해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심의를 내 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영상물등급위원회 담당자는 "지난달 5월 27일 포스터가 접수되기 전에도 그 일부가 '파격 오르가즘 포스터 공개' 식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라며 "'나의 모든 것을 채워줘'라는 문구와 성행위를 하고 있는 듯한 인물들의 표정이 어린이 등을 비롯한 전체 국민들이 보는 포스터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순히 표정만 가지고 심의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심의 반려된 포스터에 블러 처리를 하자는 것은 홍보사의 아이디어. 홍보사 올댓시네마 김태주 과장은 "여러 방법을 찾다가 포스터를 블러 처리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심의를 통과하는 데 무리가 없겠다. 또 우리 영화와도 어울리는 방법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객들이 '님포매니악'이란 영화가 온통 블러 처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은 했다"고 덧붙였다. 심의 반려된 문구 대신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카피가 더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님포매니악'의 블러 포스터는 그 자체가 화제를 모으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개봉작 포스터가 블러 처리 돼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럼, 표정 때문에 포스터 심의가 반려된 경우가 또 있었을까. '님포매니악'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영등위 측은 "일본 성인물 포스터에는 이런 묘사가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성행위 중임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부각하는 경우 대부분 유해성이 인정된다"며 "대부분 영화관으로 유통되지 않고 바로 IPTV 등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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