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악~! 너무 귀여워요."
마동석이 서울 삼청동 카페로 인터뷰하러 걸어오자 지나가던 젊은 처녀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마동석은 웬만한 처녀 허리보다 굵은 팔뚝을 흔들며 쑥스러워했다.
마동석에 귀요미를 더해 '마요미'라 불리는 인기가 실감났다. 마동석이 대세다. 마동석은 작품마다 건달과 형사를 오가며 작품 속마다 거칠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왔었다. 큰 덩치 앞에 숨죽이던 사람들은 OCN드라마 '나쁜녀석들'과 '배달통' CF로 마동석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마동석은 내친 김에 또 다른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그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악의 연대기'에선 존경하는 선배(손현주)에 의리를 지키고, 아끼는 후배(박서준)를 위해 목숨마저 내던지는 그런 형사로 출연한다. 또 형사냐 싶지만 마동석은 "앞으로 스무 번은 형사를 더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숙한 여기자들과 살갑게 눈인사를 나눴다.
-'악의 연대기'는 어떻게 하게 됐나.
▶제작사 장원석 대표가 백운학 감독님 영화를 준비하는데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더라. 그러면서 지금은 시나리오를 보지 말라고 하더라. 역할이 준비가 안됐다면서. 나중에 원래 시나리오를 찾아 봤더니 내가 맡은 오형사 비중이 처음에는 적더라. 역할 비중을 크게 만들어서 다시 제안을 한 것이었다.
MBC드라마 '히트'를 같이 하면서 손현주 선배와 친하게 지냈는데 정작 술모임은 매번 가지면서 영화는 같이 한 적이 없었다. '악의 연대기'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술모임인가.
▶낯가림이란 이름으로 서로 친분은 있지만 낯을 가리던 사람들과 같이 모이는 자리다. 손현주 선배를 비롯해 김선아 유해진 고창석 등등이다. 손현주 선배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형이다.
-'악의 연대기'가 준비된 지는 오래됐는데 제작이 늦어졌다. 그러다보니 '부당거래'나 '끝까지 간다' 등 다른 형사 영화들과 비교가 되는데.
▶류승완 감독이 '악의 연대기' 시사회가 끝난 뒤 문자를 보냈더라. "'악의 연대기'에서 혹시 '부당거래' 향기가 있나요?"라며.(웃음) 만일 비슷했다면 '부당거래'를 했던 내가 '악의 연대기'에 출연했겠나. 장르가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내용과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다.
-'악의 연대기' 오형사는 다른 영화들 속 모습과 어떻게 달랐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인간적이다. 형사로서 의무와 사람으로서 의리 사이에 고민하는 역할인 점이 좋았다. 오형사 만의 드라마가 있고. 그런 부분이 어려울 것 같은 게 오히려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악의 연대기'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다. 사건 위주라면 다른 영화들과 비교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캐릭터를 잘 만들면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헬스클럽에 하루 다녔더니 그런 근육이 생겼다는 대사를 하던데. 애드리브인가.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해보라고 해서 박서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헬스클럽이 있으면 나부터 다니겠다.(웃음)
-좀 더 거친 모습을 드러내도 될 법한데 시종일관 착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감독님의 주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보단 진짜 그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데 아직 먼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할게요.
-작품 속에서 건달 아니면 형사 역을 많이 오가는데. 이미지가 고정될까 걱정은 없나.
▶그런 이미지는 내가 만드는 것 같진 않다. '나쁜녀석들'에서 그런 거친 모습을 보였는데 '마요미'라는 별명을 얻고 CF까지 찍었다. 사실 그리 건달이나 형사 역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영화를 60편 정도 찍었는데 건달이나 형사 역할을 한 건 10편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러니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주는 건 내가 의도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형사 역할도 앞으로 스무 번은 더 할 수 있겠다 싶다. 형사들과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계시다. 그런 캐릭터들을 하나씩만 연기해도 아직 할 게 무궁무진하다.
-다음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인데.
▶임신한 아내를 지키는 역이다. 부산으로 가는 KTX에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 창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을 보면 디테일이 굉장한데 영화할 때는 또 다르더라. 정확히 찍을 것을 알고 있더라. 우리도 바이러스 걸린 사람들 장면을 모니터로 보면 "우아"라고 하곤 한다.
그걸 찍고 또 형사 역할을 한 번 더 할 것 같고, 코미디도 할 것 같다.

-대세라 불릴 만큼 작품이 끊이지 않는데. 주조연도 가리지 않고.
▶주조연이라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좋고 재밌으면 한다. 난 '레슬러'도 좋아하고, '쿵푸팬더'도 좋아하고, '블랙스완'도 좋아한다. 어떤 영화든 내가 재밌으면 비중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오래하고 싶다.
-미국에서 살다왔기에 영어도 능숙하다. 미국 영화 진출을 계속 도모해왔는데.
▶미국드라마 '마르코폴로2' 제안도 받았다. 그런데 너무 오랜 기간 묶여 있어야 해서 참여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액션영화도 몇 편 제안을 받았다. 갱 역할도 있고. 미국 진출이라고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 활동을 하다가 좋은 기회가 타이밍이 맞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다.
-영어 능숙자라 할 수 있을 게 많을텐데.
▶능숙자라기 보단 미국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했으니깐 영어로 설명하고 상담할 수 있는 수준 정도다. 한 번은 뉴욕아시안영화제 사람들이 한국을 찾아서 만난 적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내 영화들을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라. 당연히 미국 사람들이니깐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후배가 벙 찐 얼굴을 하고 있더라. 사투리만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사람에게서 영어가 나오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웃음)
-슈퍼주니어 김희철을 비롯해 아이돌, 후배 연기자들과도 두루 친분을 갖고 있는데.
▶동생들은 친구처럼 격 없이 대하니깐. 형들에게는 깍듯하고 동생들에겐 살갑게 지내려 한다.
-배달통 광고가 화제다. 배달 앱 광고 라이벌로 류승룡의 '배달의 민족'과 경쟁이 치열한데. 마동석 vs 류승룡 구도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가수 콘셉트로 찍었다. 랩도 하고. 글쎄 내가 찍은 광고 제품이 잘 되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광고로 경쟁한다는 건 내 영역이 아니니깐. 류승룡과 만나면 영화와 연기 이야기를 하지 광고 이야기는 안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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