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나 나쁠 수는 없다. 2015년 한국영화계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뿌리와 줄기가 다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200만 관객을 넘은 한국영화는 '조선명탐정2'(387만명) '스물'(304만명) '강남 1970'(219만명) '악의 연대기'(219만명), 단 4편뿐이다. 3년 연속 1억 관객을 동원했던 한국영화지만 올 상반기 흥행성적은 실로 암담하다.
상업영화들의 성적만 나쁜 게 아니다. 3년 연속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되지 못한 건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홀대가 드러난 대표적인 징후다.
올해는 연초부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불붙었다. 작은 영화들은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장악한 성수기에는 영화를 틀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정치권까지 이 논의에 가세했었다. 그랬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나중에 CGV아트하우스에서 상영돼 상업영화가 독립영화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아야 했다.
한국 상업영화들은 '어벤져스2'를 피하며 일찌감치 올해 악순환을 예고했다. '어벤져스2'와 맞붙지 않기 위해 4~5월 시장을 포기하면서 5월말부터 한국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영화들이 쏟아지는 건 투자배급사들이 우후죽순 생긴 것과 무방하지 않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투자배급사들이 줄줄이 생기면서 지난해부터 함량 미달인 한국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고 있다. 과거라면 들어가지 못했을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살 깎아먹기에 낮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한국영화들이 쏟아지자 관객들의 외면이 늘고 있다. 한국영화가 볼 만하다고 힘들게 쌓아올렸던 관객의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
상영영화판이 흔들렸다면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독립영화, 국제영화제까지 무너질 징후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좌초 직전까지 내몰렸다.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문체부,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 초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압력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시 특별감사와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예 영진위 지원마저 40% 가량 깎였다.
독립영화상영관과 지원 문제로 올 초부터 독립영화계와 영화진흥위원회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영화가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사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킹스맨'과 '어벤져스2' '스파이'와 '매드맥스' 등 할리우드 영화들은 바톤을 이어받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말부터는 메르스 여파로 극장 관객마저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평해전' 개봉 연기로 하반기 영화 라인업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암담하기 짝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7월 '암살'부터 8월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협녀' 등 최고성수기를 맞아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 내내 죽을 쓰던 한국영화는 여름 시장에서 '명량'을 위시로 '해적' '군도' 등이 성과를 내면서 간신히 1억 관객으로 한해를 정리했었다.
올해도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한국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하반기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상황은 쉽지 않다. '터미네티어: 제네시스' '미션 임파서블5' 등 올 여름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만만치 않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다. 한국영화는 위기를 늘 넘기면서 조금씩 해결방법을 찾아왔다. 미봉책에 급급했기에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터졌지만 그래도 조금씩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다시 터지긴 하겠지만.
'망할 망(亡)'이 올 상반기 한국영화 키워드였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가득하다. 하반기에는 '희망할 망(望)'이 키워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