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함정' 조한선 "가장 되니 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지더라"(인터뷰)

'함정' 조한선 "가장 되니 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지더라"(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함정'으로 5년 만에 스크린 복귀..조한선 인터뷰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 기사에는 영화 '함정'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은 센 영화다.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데다 야하고 폭력적이기도 하다. SNS를 이용한 범죄, 미제로 남은 수많은 실종 사건에서 착안한 영화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찾아간 곳에서 고립된 채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된 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조한선(34)은 남편 준식 역을 맡았다. 아내(김민경 분)의 손에 끌려 외딴 섬의 백숙집을 찾았던 그는 뜻밖의 여인에게 유혹당해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끔찍한 비극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내가 고개 숙인 남편을 위해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던 터였고, "형님이라 부르라"던 가게 사장(마동석 분)은 숨죽이고 있던 아내의 입을 틀어막고 범한 악한이었다. 자비심이라곤 없는 살인마기도 했다. 처음으로 전라의 베드신까지 소화해 낸 조한선의 참여는 뜻밖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배우 조한선이 어떤 마음으로 영화에 함께했는지, 그리고 어떤 각오로 배우로서의 다음을 준비하는지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잔혹하고 강렬한 저예산 스릴러에 출연할 결심을 하는 게 그에게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거절도 만나서 해야한다 생각해 권형진 감독을 만났던 조한선은 "함께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연애편지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놓을 만큼 한 달 간 매일 열심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감독과 의견을 나눴다. 나중엔 '둘이 사귀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무적자' 이후 5년만의 복귀. 다 오랜만의 복귀작을 더 훌륭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에너지를 쏟은 연기를 보여준 건 없다. 워낙 마동석 형의 캐릭터가 강렬하다. 저는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 되는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고 가야 해 미묘한 감정 표현을 두고 고민했다." 실제로 준식 부부의 상처는 건드리지도 않았던 시나리오는 조한선과 함께 꽤 풍성해졌고, 준식의 행동에도 디테일이 더해졌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전 결혼을 했잖아요. 부부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걸 공감했고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준식은 자신의 세상을 가진 캐릭터라 생각해요. 아내를 사랑하지만 배려는 하지 않죠. 배려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아무리 계획된 일이었다 해도 아내가 옆에 있는데 과연 이럴 수 있을까, 여기도 감독님과 많이 고민한 부분이에요. 만약 아내가 '가지 말라' 한 마디 말이라도 했다면 절대 다른 여자에게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여자의 경계에 있는 게 굉장히 힘들기도 했어요. 감독님께 준식에게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으니 비오는 날 담배 피는 신을 신을 넣어달라고 했죠. 한참을 그러다 들어오다 동석이형에게 끌려 들어가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그 분위기에 압도됐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이해한다기보단, 이럴 수밖에 없던 상황이구나 해주길 바랐어요."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베드신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 '어차피 갈 것 세게 가자'고 제안한 것도 조한선이었다. 몸은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 퇴근하면 술이나 마시는 회사원인데다, 마동석에 눌려 보이는 이미지를 줘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하는 베드신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예산도 시간도 빠듯했다. 심지어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공사'도 직접 해야 했다. 본편에는 빠진 롱테이크까지 있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조한선은 "그런데 웃긴다. 하다보니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표현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품에 임한 조한선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열악한 촬영 상황 탓도 있었지만 격투 장면의 액션에서도 열의가 못지않았다. 내던져져 나무에 부딪치는 신은 대역을 쓰면 따로 찍은 컷을 이어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해냈다. 그러자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도 직접 해보라는 무술감독을 받고 내심 당황하긴 했다. '자, 바위가 여기 있으니까 여기서 서'라는 설명에 어이가 없었다는 그는 "정말 안 죽으려고 거기서 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쉴 타이밍이 없어 계속 찍으니 감정을 놓치지 않는 면은 있더라. 영화에서 보이는 게 진짜 연기"라면서.


2010년 결혼, 벌써 6살 딸과 4살 아들의 아빠가 된 그는 "결혼하니 연기적으로도 많이 달라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앞뒤 생각 안 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그저 열심히만 했다면, 이젠 보다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단다. 그 생각이란 게 결코 앞뒤 재고 득실을 따지는 게 아니다. 그는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된다. 누가 해도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게 되면 배우로서도 가장으로서도 발전이 없는 게 아닌가"라며 "참여도가, 책임감이 많이 달라진다. 남들이 해도 똑같은 게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작품에서 자유롭게 관객, 시청자와 만나고 싶은 열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 지극히 평범한 남자예요. 배우생활을 하고 연기를 할 뿐이지 집에 가면 그냥 아빠고 남편이에요. 분리수거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려요. 다만 촬영할 때만큼은 배우가 되려는 거죠. 그걸 왔다 갔다 하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하지만 내가 가장이라는 게 인생 경험에 또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좋은 드라마도 좋은 작품이 되고 또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육아예능 생각은 없나고요? 애들이 정말 예쁘지만 그건 좀. 아이를 노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작은 데도 상처받을 수 있는 게 아이이고 아내인데, 그걸 안기고 싶지 않아요. 힘든 건 나 혼자 겪으면 되지 가족에게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배우 조한선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