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하여 지금은 아인시대."
배우 유아인이 해운대의 저녁을 뜨겁게 달궜다.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셋째 날인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참석해 수천 여 명의 영화팬, 부산 시민과 함께했다.
유아인은 1300만 관객을 돌파해 여전히 관객몰이 중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 역을 맡아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친 데 이어,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600만 관객을 향해 흥행 중인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비운의 사도세자 역을 맡아 또한 열연을 펼쳤다.
이날 오픈토크는 유아인 '대세'를 실감케 하는 시간이었다. 무려 20시간을 기다린 소녀 팬들이 나왔고, 질문의 기회를 얻은 팬이 일어나 그저 엉엉 울기까지 했다. 오는 6일 29번째 생일을 앞둔 유아인을 위한 생일 케이크 이벤트까지 있었던 이날의 오픈토크를 가감없이 전달한다. 개인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가, 늘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는 배우의 진심이 전해진 시간이었다.
-부산을 찾은 소감은?
▶올 한해 관객 여러분이 큰 사랑을 보여주셨는데 실감을 못했다. 숫자로만 접했다. 부산에 와 여러분의 반응을 보니 사랑을 실감했다. 감사드린다.
-'베테랑'이 1300만을, '사도'가 500만을 넘겨 크게 흥행했다. 자랑 좀 해달라.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건 황정민 선배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함께 해주셨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젊은 배우다보니 저에게 포커스를 맞춰 주셨을 뿐 류승완 감독님과 황정민 선배, 이준익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함께 하셨다. 그래도 저도 일조하지 않았겠어요.(웃음)
-'베테랑'의 악역 연기가 화제였다. 본인과는 크게 다를 텐데.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해를 풀어주셔야 돼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못된 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간이 가장 나쁜 길로 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누구나 선악이 공존한다고 하는데, 저한테도 숨기고 살아가지만 그런 근성이 있을 것이고 영화를 찍는 순간만은 뚜껑을 열고 그런 근성을 보였던 것 같다.
-조태오의 슈트도 크게 화제가 됐다. 오늘 의상의 콘셉트는?
▶조태오의 일상? 조태오가 사무실이 아니라 일상이라면 어떨까 했다. 오늘 여러 일정이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선택한 의상이다.
-'베테랑'에서 그리려 했던 것은.
▶웃기자고만 만든 영화는 아니다. 요즘 극장에서 피곤한 영화 안 보고 싶어하지 않나. 물론 저의 피곤한 영화가 하나 걸려있기는 하다.(웃음) 현재에서는 돈이 신분을 만들고 을이 되기도 하고 생기면 갑질도 하는 못된 일이 세상에서 벌어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간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생각없이 개념없이 흘러가면 어떤 인물이 나올까 생각하고 포착하시려 했던 것 같다.
-유아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있다면.
▶제가 누구라고요. 모르겠어요. 제가 개념배우라 하시는데 누군가에는 무개념한, 튀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배우가 세상에 본인이 좋아하는 걸 꺼내놓고 사는 게 위태롭기는 하다. 나름 생각하면서 움직이면서 표현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개념들은 넘치는 세상이 아닌가. 이념, 개념은 넘치는 세상인 것 같고 그것을 끄집어내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같이 생각하는 게 정의가 아닐까 생각해 보인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는 출연할 생각 없나?
▶'베테랑3' 쯤 되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다. 2에서는 다른 사람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웃음) 조태오가 안 좋은 곳에 갔으니 출소한 이후, 그럼에도 갑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은 비정한 현실이라면 그래도 현실적이지 않을까. 사랑해 주셨다고 무조건 얼굴 들이댄다면 실례인 것 같다. 현실적인 선 안에서 3편을 상상해 본다.

-사극과 인연이 깊은데.
▶사극을 좋아한다. 대하사극을 방학에 몰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연기하면서는 현대극을 연기할 때 항상 리얼리티를 좋아하고 추구하는데 그렇지 않은 순간이 많다. 그런데 사극은 연기하기가 그래도 편하다고 할까. 그래도 가공한 연기를 하는 데 부대낌이 덜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차기작도 사극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다.
▶오래 지켜보실 수 있을 것이다. 50부작이다. 긴 호흡으로 찾아볼 수 있어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이방원은 제가 연기한 인물 중에 가장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아닌가 한다. 소년스럽고 '애기애기'한 인물을 연기 중이다. 훗날 위기에서는 군주 같은, 칼날 같은 면모가 있다. 다양한 면모로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갈 것 같다.
-가장 자신있는 신체 부위가 있다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렇게 잘 생긴 배우는 아니다. 보면 거부감이 드는 외모는 아니지만 여타 배우분들처럼 막 잘생긴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야유 환호가 쏟아지자) 알았어, 잘 생겼어. 그런 줄 알게.(웃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럭저럭 생겨서 이 배역 저 배역 해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유아인의 냉장고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추석으로 선배님들의 선물이 쏟아져 전복 새우 송이버섯 등이 들어있다. 요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자신있는 요리?
▶최근 전복죽을 끓여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삼시세끼를 주로 사 먹지만 오래 살다보니 만들어 나눠먹는 걸 좋아한다.
-'무한도전' 출연은 어떤가?
▶'무한도전'이 유일뮤이하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식스맨 광희씨가 있다면 세븐맨? 잠깐이나마.(웃음) 아주 오랫동안 봐 왔다. 잠깐 출연이라도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예능을 기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언젠가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다.
-혹시 책을 쓴다면?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를 쓰면 어떨까. SNS를 통해 많은 말을 하고 사는데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안 좋은 방향으로 매도하면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시, 감정표현이 말살되고 있다. 그저 농담조의 가치없는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럴 수록 마음 속에 쌓이는 게 생간다고 생각한다. 많이 말하지만 다 말할 수 없는 현실로 마음 속에 쌓여간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 하면 중2병이라 하실지 모르겠지만, 거침없이 파워풀한 시를 쓰면서 살면 어떨까 생각한다.
-생각나는 옛 작품이 있나.
▶(객석이랑 '반올림'을 외치자) '반올림'에선 극중 이름도 유아인이었다. 고아라씨가 '아인오빠'라고 불러서 다들 '아인오빠'라고 부르곤 했다. 하지만 나름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작품 끝나고는 '그만둘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부대끼더라. 이렇게 말하지만 편하진 않다. 거친 남자고, 말쑥한 자리 배우라는 자리가 편하지 않다. 고향 대구로 내려가 '나 그만 할래'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지금 십몇 년이 지나 여기서 이렇게 기름진 말을 하고 있다.
-친구가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혹시 전화하면 올 수 있는 친구가 있나.
▶'사도'에서 어머니로 나오신 전혜진 선배가 마침 와 계시다 정말 좋아하는 선배다. 기분 좋은 마음에 함께하고 싶어 오셔서 술 한잔 하시자 했더니 선뜻 오셨다. 너무 감사드린다.
-몸관리는 어떻게 하나.
▶실망하실 수 있다. 식스팩은커녕 원팩이다. 두툼한 원팩이 자리잡고 있다. 작품할 때만 운동하고 평소에는 살이 잘 빠지는 스타일이다. 원성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결혼할 생각이 있나
▶평소에도 결혼은 늘 하고싶다. ('오빠 저랑해요'라는 팬을 향해) 미칬나 니, 뭐라카노.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여긴 영화제지만 드라마까지 아우른다면 '밀회'다. '밀회'의 선재를 가장 좋아한다. 요즘에도 한번씩 다시보기로 본다. 자아도취 같지만, 좀 야하기도 하고(웃음). 배우가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지만 사랑하는 얼굴, 순간의 떨림을 보여드린다는 게 굉장히 큰,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사랑을 그린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치명적인, 좀 야한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 기대해 주세요.
-생일에 뭐하나
▶정말 사적인 질문이다. 진탕 술 마실 것이다.
-고향인 대구는 언제 오시나.
▶얼마 전 무대인사 하러 갔다. 내가 가면 널 만날 것 같아?
-악역과 선한역 중 뭐가 좋나.
▶압도적으로 선재가 좋을 줄 알았는데 악역이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 첫 악역이라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조금씩 더 하다보면 더 좋은 악역을 보여드릴지 않을까. 그런데 착한 인물이 좋다. '밀회'의 선재같은 인물을 하면 때가 묻은 저의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저까지 착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성균관 스캔들'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전엔 유약한 소년 캐릭터를 많이 했다. 원작부터 인기가 많았던 걸오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들린 뒤 원성이 자자했다. 저렇게 여리여리한 애가 걸오를 하다니. 그 뒤에 '걸오앓이'라며 사랑해 주셨다. 그렇게 대놓고 멋있는 척 하는 연기도 언젠가 할 수 있겠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재미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돌아보며 저 인간 웃기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결혼하면 아이는 몇 명을 낳고 싶나. 딸? 아들?
▶저랑 똑같이 생긴 아들내미를 낳고 싶다. 언젠가 해운대에 놀러왔는데 멋진 아버지가 귀여운 아들을 어깨에 앉혀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부러워했던 생각이 난다.
-가장 받고싶은 생일 선물은?
▶항상 받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좀 진부했죠?
-끝인사를 해달라.
▶감사의 인사만 한 시간 넘게 드려도 모자라다. 올 한해 큰 사랑 주셔서 감사드리고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 10년째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안에서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개인의 영광 행복이라 생각하지 않고 여러분과 항상 손 잡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민망하지만 '대세'라고 하신다. 영원한 건 아니지 않나. 좋은 순간이다. 어떤 기운이 다가오든, 어떤 순간이 다가오든 진심으로 연기하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겠다. 감사드린다. 부산에서 즐겁게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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