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BIFF 올해의 배우상 수상 배우 장선 인터뷰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을 받은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최고의 논쟁작이었다. 영화는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장선(27)에게는 '소통과 거짓말'이 도전과도 같은 첫 영화였다. 첫 영화였고, 노출과 정사신 또한 해내야 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벌하는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여인이 되어 극한의 감정선을 그러내야 했다. 그녀는 도전했고, 결국엔 해냈다. 올해의 배우상을 심사한 문소리는 "매우 공감하기 어려운, 거짓말 같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강렬하고 또 섬세하게 표현해 끝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장선에게 상을 안겼다.
단정한 원피스 차림으로 마주앉은 장선의 모습은 그 자체로 놀라움이었다. 영화 속 내내 헝클어진 차림과 초점 없는 눈으로 불안감을 표현하던 피폐한 여인 대신 "역할을 맡으면 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강단있고 다부진 젊은 여배우가 그 곳에 있었다.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소감은
▶부산에 온 지 6일이 됐다. 내내 꿈 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도 실감이 안 났다. 저희 팀 전체에게 주시는 상을 제가 대표해 받는다는 느낌도 있다. '소통과 거짓말'은 저의 첫 영화다. 부족한 첫 영화에 상을 받게 되니 무겁기도 하고 겁도 난다.
-연기하며 받은 첫 상인가.
▶연극하며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단막극제를 하며 이름이 쓰인 상품권을 받았다. 이번이 공식적으로 처음 받게 된 상이다.
-영화 속과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다.
▶극중 인물의 상황 때문에 전날 머리 묶었다가 그 다음날 감지도 않고 화장도 전날 한 모습 그대로 그냥 촬영에 갔다. 이 여자가 씻거나 본인을 치장하지 않을 것 같아 밖에 나가기로 결심한 순간 한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승원 감독은 대학로 첫 공연 당시의 연출이었다. 그래서 감독님 소리가 안 나오고 '연출님'이라고 부르게 된다. 연극 이후에도 서로 공연을 보며 응원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난 5월께 슬럼프가 있었다. 자신감도 사라지고 회의가 겹쳐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 사정을 모르던 감독님이 전화를 하셨고, 처음엔 아르바이트 핑계를 대고 거절했다. 연기할 심적 준비가 안됐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일단 시나리오를 보내셨다. 내내 이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는데, 이 여자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순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감독님꼐 바로 연락을 드렸다.
-보다가 나간 분들 있을 만큼 수위가 셌다. 쉽지 않았을 텐데.
▶영화 전체적으로 배우로서 가장 부담된 신은 아이가 죽고 난 뒤의 장면이었다. 첫날 그 신을 찍고 다음날 문제의 신을 찍었다. 걱정을 하며 시작했지만, 상대배우와 서로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배려하며 촬영했다. 눈요깃거리나 자극적으로만 표현한 게 아니었고 감독님도 호흡 그대로 가길 원하셨다. 저희도 주고받으며 촬영하다보니 걱정한 만큼은 아니었다.
-노출 걱정은.
▶감독 님이 시나리오 읽기 전 언질을 주셨다. 첫 영화인데 해도 되는걸까 생각도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보여주기나 선정적인 걸 노렸다기보다 이해가 되고 필요한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심적으로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미혼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를 연기했다.
▶출연을 결정한 뒤 계속 후회했다. '내가 미쳤다. 어떡하나' 계속 그런 걱정이었다. 두 가지를 생각했다. 상실감과 죄책감. 상상할 수 없는 극대화된 상실감과 스스로에게 벌을 줘야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극도의 죄책감, 두 가지를 계속 잡고 갔다.

-당시 슬럼프는 촬영하며 극복했나.
▶영화는 어둡지만 팀 분위기가 좋았다. 감독님도 내가 새로운 걸 할 때 누구 하나 의심하는 살마이 있었다면 위축됐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서로가 하는 것이 서로에게 힘이 됐다. 저 역시 '제 연기가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함께 하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갔다. 촬영하며 오히려 제가 이 여자에게 위로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슬럼프에선 회복된 건가.
▶더 하라고 더 용기내서 하라고 이렇게까지 저한테 이런 상을 주시는 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문소리가 수상자를 선정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지난 5일 파티 뒷풀이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영화를 잘 봤다면서 '나중에 보자'고 인사를 해 주셨다. 그 때는 꿈인 줄 알고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다. 정말 감사드린다.
-상금 500만 원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이승원 감독은 배우 김선영 선배와 부부다. 예전에 상금을 받으면 20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시기에 '받으면 드린다'고 했었다. 그런데 진짜 상을 받게 됐다. 상 받았다고 김선영 선배에게 연락했더니 첫 마디가 '너 안 잊었지'셨다.(웃음) 나머지는 밀린 방세를 해결하려고 한다. (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연극은 어떤 역할도 다 할 수 있지 않나. 굉장히 다양한 역을 해 본 편이다. '별주부전'의 자라부터 어린아이, 할머니, 악역부터 선량한 역할까지 다양하게 연기해 봤다. 어릴 때 배우를 꿈꾸면서 했던 말이 다양한 역할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맡았을 때 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다.
-눈여겨 보는 감독들을 위해서 자신을 어필한다면.
▶항상 기도한다. 끝났을 때 이 인물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앞으로도 그 믿음으로 할 것이다.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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