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의 주은혜 역 이엘 인터뷰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남자의 영화다. 50분이 추가된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또한 마찬가지다.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복수든, 권력이든, 공명심이든 목표를 향해 날것의 욕망을 드러내길 서슴지 않는 남자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시선 역시 그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 가운데 이름을 지닌 단 한 명의 여성 캐릭터가 있다. 엔딩 크레디트의 6번째 자리를 차지한 배우 이엘(34)이 맡은 주은혜다.
완벽한 화장, 도도하게 치켜 뜬 눈으로 이병헌이 맡은 주인공 안상구와 대등하게 '맞장을 뜨는' 이 범상찮은 여인은 두둑한 배포와 치명적인 관능미를 드러내며 시선을 붙든다. 영화의 명대사에 등극한 "모히또에서 몰디브나 마실까" 또한 사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몰디브 가서 모히또나 마실까"가 바탕이었다.
이엘이란 이름으로 이미 십수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 온 터지만, '내부자들'에서 그녀는 가장 강렬한 모습으로 자신을 아로새긴다. '내부자들'이 700만 관객을 넘고, 확장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의 관객수가 200만을 향해 가도록 제대로 전면에 나선 적 없던 그녀를 기어코 불러내 만났다.
매력적 홍일점으로 사랑받아 기쁘다는 배우 이엘의 당당한 아름다움은 스크린에서나 그 밖에서나 여전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은혜보다는 조금 더 빈틈 많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내부자들'에 이어 '내부자들:디 오리지널'도 순항 중이다. 영화의 인기, 흥행이 실감나나.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실감이 난다.(웃음) 이전에 저를 알아보신 분들이 '어디 나온 누구누구' 이렇게 이야기하셨다면 이젠 탁 잡으시면서 '이엘씨'가 시작됐다. 신기하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본편이 개봉하고 '디 오리지널'이 선보였을 때 얼마나 보실까 했는데 그것도 많이 봐주셨더라.
-'내부자들'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시나리오를 받았다. 초반엔 어려웠다. 관계도 복잡하고 인물도 너무 많더라. 그런데 읽어보다 보니 재미있었다. ('디 오리지널'에만 등장하는) 신인 여배우가 잠깐 나오는 걸 빼면 여성 캐릭터가 하나인데, 당연히 하고 싶었다.

-우민호 감독은 개성있는 마스크와 독한 면을 보고 캐스팅을 했다고 하더라.
▶제게 직접 그 이야기를 해 주지는 않으셨다. 오디션 이후에 감독님 미팅을 하러 갔을 때 그 자리도 오디션인 줄 알고 열정적으로 대본을 읽었다. 감독님이 '이 배역 노리는 사람 많아요' 그러시는 거다. 그렇구나 했는데 '술이나 먹으러 갈까요' 하면서 제가 캐스팅됐다는 걸 알려주셨다. 기뻤다.
내가 독한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편하게 생기지는 않았다.(웃음) '하이힐'에서 강한 분장을 하긴 했지만 평소 강렬한 메이크업을 하는 여자로 나온 건 처음이다. 제가 평소 많이 해 본 스타일이 아니어서 촬영 때 제 얼굴이 살짝 낯설었다. '이게 주마담 얼굴이구나'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데 분장이 강하면 '변신 완료' 이런 느낌이 있다.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 무기를 장착한 느낌이랄까.
-주마담, 주은혜란 인물 자체도 흥미롭다.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의리있는 여자고, 겉보기엔 화려한 화려한 화류계 여자인 것 같은데, 과거 안상구와 인연도 있고. 요즘 시나리오에 많이 등장하는, 소모적으로 나오고 말거나 그저 피해의 대상이 되는 여자가 아니었다. 자기가 주도적으로 이강희까지 쫓아가 협박할 수 있는 강단있는 여자다.
-시각적으로도 강렬했던 별장 파티신을 빼놓을 수 없다. 관객 입장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있는 노출이기도 했다. 노출도 노출이지만 완벽한 몸매에 눈길이 가더라. 우민호 감독은 CG나 보정이 없었다고 강조하더라.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 저 역시 필요한 신이고, 필요한 노출이라고 공감했고, 그렇기에 해낼 수 있었다. 당시에 바짝 몸을 만들었다.(웃음)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명대사도 사실 직접 연기한 주은혜의 대사가 바탕이다. 명대사에 소스를 제공한 셈이다.
▶그 대사가 반응이 있어 깜쩍 놀랐다. 물론 이병헌 선배님이 바꿔 하신 게 유행이 되긴 했지만 바탕은 제 대사가 아닌가. 기분이 좋더라. 개그맨이 유행어를 만들어내면 기분이 이럴까? 작품에 나온 걸 기억해주는 분은 있어도 대사까지 기억해주시는 건 힘들지 않나. '사실 내 대사인데' 하며 흐뭇해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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