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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라슨 '룸' 충격실화에 함몰되지 않은, 절절한 母子여

브리 라슨 '룸' 충격실화에 함몰되지 않은, 절절한 母子여

발행 :

김현록 기자

[리뷰] '룸'

사진='룸' 포스터
사진='룸' 포스터


가로세로 3.5m의 방(Room).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세면대 하나, 변기 하나가 딸린 그곳에서 24살 엄마(브리 라슨)와 5살 꼬마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이 산다. '룸'이란 세상은 단 둘의 것이다. 필요한 걸 갖고 가끔 찾아오는 닉 아저씨를 빼고는. 천장의 빛 구멍, 꽉 닫힌 문 너머 무엇이 있을까. 질문을 퍼붓는 잭에게 '룸'이 세상의 전부라던 엄마가 어느 날 다른 소리를 한다. 엄마의 이름은 '조이'고, TV에 나오는 건 가짜도 있지만 진짜가 더 많고, '룸' 밖에는 더 큰 진짜 세상이 있다고. 엄마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성질도 냈지만 어쩔 수 없다. 잭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한다. 세상의 전부인,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엄마의 충치를 꼭 간직하고서.


영화 '룸'(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2008년 세상에 알려져 충격을 안긴 오스트리아의 친딸 감금 사건-요제프 프리츨 사건-이 바탕이다. 18살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지하에 감금된 피해자는 24년간을 갇혀 7명의 아이를 낳고 살다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 끔찍하고 기막힌 실화를 모티프로 한 엠마 도노휴의 소설 '룸'이 영화의 원작이다.


사진=스틸컷
사진=스틸컷


이쯤 되면 지레 기가 질리기 마련이다. 끔찍한 실화가 모티브인데다, 여주인공 브리 라슨이 제 88회 아카데미를 비롯해 여우주연상을 독식했다 하니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재연했을까' '눈 뜨고 볼 수나 있을까' 미리 몸서리가 쳐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다. 적어도 '룸'은 충격실화 소재 영화가 흔히 범하는 그런 우에서 한참 떨어진 영화다.


원작소설부터가 설정이 조금 완화됐다. 조이는 17살에 납치돼 7년 세월을 '룸'에 갇혀 지냈고, 그 사이 아들 잭을 낳았다. 영화의 시선 또한 피폐해진 어머니 대신 천진한 5살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끔찍한 자극과 고통을 내내 전시하지 않는다. 영화는 극적인 탈출기로 극을 마무리하는 대신 진짜 세상으로 나가 살아가려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둘의 모습을 '룸' 안의 삶보다 더 비중있게 그려보인다.


사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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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이에게 '룸'이 탈출구 없는 지옥이었다면, 꼬마 잭에게 '룸'은 늘 엄마와 함께라 행복했던 세상의 전부다. '룸' 밖의 세상이 조이에겐 돌아가야 할 고향이라면, 잭에겐 홀로 받아들여야 할 낯선 세계다. 누군가에겐 끔찍한 범죄의 소산인 잭이 엄마 조이에겐 살아갈 이유였으며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보물이었다. 어린 잭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절절한 유대가 뒤로 갈수록 더 진하게 가슴을 울린다.


'룸'은 강렬한 드라마다, 그 속에 섬세하게 포착된 순간순간의 폭발력 또한 상당하다. 원작자가 참여한 각본도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특히 빛난다. 극한상황에 놓인 여인을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그려낸 브리 라슨의 열연은 과연 듣던 대로다. '룸'에서 탈출해 잭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던 그의 모습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놀랍기는 아들 잭 역을 맡은 2006년생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더하다. 극의 화자이자 실질적 주인공인 그는 브리 라슨 버금가는 호연으로 극을 이끈다. 모든 순간이 현실로 내리꽂히는 '룸'에서 단 하나 비현실적인 게 그거다. 어린애가 연기를 너무 잘 한다는 것.


3월 3일 개봉. 15세관람가.

사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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