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날아온 페이스북 메시지. 미국에 사는 25살 사만다는 친구신청을 보낸 동갑내기 아나이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아나이스는 그저 닮았다고 하기엔 너무나 똑같았다. 심지어 1987년 11월 19일, 생년월일까지 같았다. 그녀는 직감한다. 자신의 생에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그리고 결심한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그래서 다튜멘터리 '트윈스터즈'가 탄생했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쌍둥이를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한국 출신 자매의 진짜 이야기.
드라마에 나왔다면 막장이라고 안 믿었을,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는 발랄한 분위기, 세련된 솜씨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직접 연출을 맡은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 두 감독은 쌍둥이 사이에 오간 각종 SNS 메시지와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하고, 영상통화를 고스란히 옮겨 실감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핑크와 민트가 주로 쓰인 파스텔톤 배경화면에 경쾌한 음악과 효과음, 톡톡 튀는 메시지가 오가는 과정은 두근거리는 러브스토리를 연상시킨다.

25년 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의 모습도 흡사 절절한 러브스토리 같다. 둘은 문자메시지와 영상통화만으로도 서로에게 깊이 이입한다. 핏줄이란 게, 쌍둥이란 게 이런 거구나, 보는 사람만큼 당사자도 신기하다. 사만다는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유전자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달려가 만나고, 기쁨과 공감의 순간을 함께한다. 쌍둥이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둘은 서로의 가족을 나의 가족으로 끌어안고, 모국 한국으로 돌아와 뿌리 찾기에도 나선다.
'트윈스터즈'는 마음마저 행복해지는 다큐멘터리다. 경쾌하게 구성된 둘도 없을 실화에 더해진 애틋한 자매애, 건강하고 성숙한 마음가짐은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문득 울컥하는 건, 수많은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 온 영유아 수출대국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이 사랑스러운 다큐멘터리가 티끌 하나 원망도 담고 있지 않은데도 그렇다. 머나 먼 타지에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환한 어른으로 자라 준 그들이 고맙고 대견해 눈물겹다.
러닝타임 89분.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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