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오태경(35)에게 영화 '널 기다리며' (감독 모홍진)는 배우로서 악역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여러 작품에서 주로 크지 않은 역할을 맡았던 오태경은 SBS 드라마 '신의 선물'과 영화 '조난자들'에서의 악역 연기로 시선을 모았다. 오태경은 이 두 작품으로 인해 이전에 선보인 다른 캐릭터를 지우고 악역 전문 배우로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널 기다리며'에서도 오태경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널 기다리며'는 한 소녀의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날 유사 패턴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 상황에서 15년 간 살인범을 기다린 소녀가 펼치는 7일 간의 추적 스릴러. 심은경이 죽은 아빠의 딸 희주로, 김성오가 살인범 기범으로 등장한다. 오태경은 '널 기다리며'에서 기범의 살인 사실을 제보하는 또 다른 살인마 정민으로 등장했다.
이 작품에서도 오태경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랬기에 오태경의 존재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오태경은 눈에 띄는 악한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김성오를 바라봤다.
"(김)성오 형 눈을 보면 정말 무서워요. 눈동자 색깔도 뭔가 옅어서 더욱 섬뜩했죠. 촬영했을 때는 (마주 바라봤을 때) 그 자체로 훨씬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살인마, 또는 사이코패스 연기는 대사보다 표정 연기와 이를 통해 뿜어지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오태경이 분한 정민수는 특유의 세밀한 연기가 필요했다.
"살인범이자 사이코패스 기질도 있고 결벽증도 있어요. 말수도 거의 없고 표정도 큰 변화가 없어서 표현 자체가 매우 힘들었죠. 말 그대로 안 좋은 기는 모두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이전 작품에서의 모습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요. 감정 표현도 없는 사람이라서 여러모로 고민이 되더군요."

특히 오태경은 살인마 기범과 대비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오히려 살을 찌웠다고 밝혔다. 아주 깡마른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4주간 무려 16kg에 달하는 체중을 감량했던 김성오와는 정 반대의 행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 실행했던 부분이에요. 민수라는 캐릭터가 제보를 통해 기범을 감옥에 들어가게 했잖아요. 당연히 기범은 이를 갈며 15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정민은 밖에서 호위호식하면서 지냈던 거죠. 이후 기범이 출소하면서 만나게 되는 그림 역시 '널 기다리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살을 빼는 것 만큼 살을 찌우는 것 역시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태경은 "무조건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태경은 역시 4주 동안 총 15kg의 체중을 늘리는 데 성공, 몸무게 78kg을 찍었다. 오태경은 "최소한 상체의 모습은 '리틀 마동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7kg을 찌우는 건 쉬웠어요. 많이 먹기도 했지만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어요. 끼니로 따지면 최대 9끼까지 먹었고 탄수화물 보충제도 많이 먹었어요. 양치질을 할 때 저절로 이렇게 했는데도 7kg 이후부터는 잘 안 찌더라고요."
너무 무리했던 걸까. 오태경은 촬영을 모두 마친 이후 위염에 독감까지 걸리며 상당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태경이 이렇게 악역 전문 배우로서 면모를 뽐낼 수 있었던 건 두 작품의 영향이 매우 컸다. 바로 SBS 드라마 '신의 선물'과 영화 '조난자들'이다. 오태경은 '신의 선물'에서 한 여인의 아이를 유괴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간담 서늘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조난자들'에서는 친절함과 섬뜩함을 겸비한 전과자로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악역 연기가 그 자체로 극 안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크다. 비중이 작긴 했어도 잠시나마 관객들은 오태경을 기억했다. 실제로 오태경은 이 두 작품 출연 이후 비슷한 캐릭터로 여러 작품에서 출연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오태경은 '널 기다리며'를 마주했다.
"이 작품이 제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민수를 관심 있게 봐준 것만으로도 현재로선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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