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여름 극장가에선 '베테랑'과 '암살' 두 편의 천만영화가 등장했다. '베테랑'이 1341만명, '암살'이 1270만명을 동원했다.
올 여름에도 두 편의 천만영화가 등장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까진 단 한편의 천만영화도 등장하지 않았다. 청, 장년층을 모두 흡수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국 관객 눈이 그 만큼 높아졌단 뜻이기도 하다.
7~8월은 한 해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에 몰리는 성수기다.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올해 첫 포문은 NEW가 연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부산행'이 첫 주자다. 7월20일 개봉하는 '부산행'은 한국 영화로는 드문 좀비 블록버스터. 좀비 바리어스가 퍼진 KTX 부산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간 여름 시장에선 계속 쓴 맛을 봤던 NEW가 일찌감치 개봉일을 확정했을 만큼 자신하고 있다. 통상 여름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개봉일을 확정하는 건 텐트폴로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다른 영화들이 알아서 피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부산행'은 좀비 영화와 재난 블록버스터가 결합 됐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녹아나 있다. 전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정부의 방침은, 각자 이기적인 사람들의 선택은, 그리고 인간적인 선택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1968년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래 좀비영화들은 늘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부산행의 강점은 바로 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부산행'에 이어 27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이 상륙한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전황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에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인천상륙작전'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리암 니슨이다. 리암 니슨이 출연하면서 프로젝트가 바람을 탔고,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지만 영화를 이끄는 건, 인천에 침투해 정보를 모으는 이정재와 인천을 방위하는 북한군 이범수다. 리암 니슨이 관심을 끌면 이정재와 이범수가 극을 이끄는 방식이다.
인천상륙작전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격전이 벌어진 전투가 아니다.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에선 상륙작전 묘사보다는, 작전을 성사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주된 이야기다.
전쟁과 감동에 주력하는 영화는 발화점이 분명하다.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은 604만명을 동원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연평해전'처럼 바람몰이를 일으킨다면 폭풍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상륙작전' 개봉일은 7월27일은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하다.
8월3일 개봉하는 '덕혜옹주'는 허진호 감독이 '위험한 관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시작. 조선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다. '덕혜옹주'는 이미 동명의 소설이 100만권 이상 팔렸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소설 '덕혜옹주'보다 더 극적으로 그녀의 삶을 재조명한다. 역사와 허구를 더한 팩션이다.
'덕혜옹주'의 가장 큰 장점은 손예진이다. 30대 여배우로 대체할 수 없는 지점에 오른 그녀는, '덕혜옹주'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올해 대중문화의 화두는 여성이다. 영화에서도 여성이 중심인 이야기가 계속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100억대 영화에 여자가 주인공이란 건, 어쩌면 모험이다. 이 모험을 허진호 감독이 어떻게 풀어냈을 지, 손예진이 어떻게 그려냈을지가, '덕혜옹주'의 매력 포인트다. 여느 블록버스터와 다른, '덕혜옹주'만의 색깔이야말로, 가장 큰 기대 포인트다.
8월 빅4 마지막 주자는 김성훈 감독의 '터널'이다. 8월10일 개봉한다. '끝까지 간다'로 흥행과 호평까지 손에 넣은 김성훈 감독은 차기작으로 터널에 홀로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터널'은 집에 가는 길에 붕괴된 터널에 홀로 갇힌 한 남자와 그를 구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통상적인 재난 영화와 다르다. 보통 재난영화는 여러 사람들이 재난을 맞아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기 마련이다. 반면 '터널'은 홀로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와 그를 구조하려는 사람들, 구조 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 많은 사람들을 비춘다. 재난 영화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짚는 것. '더 테러 라이브'보다 더 활약했다는 하정우가 과연 구조될 수 있을지, 절망보다 무서운 게 희망이라는 걸, '터널'은 여실히 보여줄 전망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 빅4는 저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한국의 오늘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연대, 여성, 국가주의, 개인, 민주주의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연 어떤 영화에 관객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할지, 그 반응도 현재 한국의 오늘을 반영하는 지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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