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버튼이 돌아왔다. 요정의 왕. 이상한 세계의 주인. 그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메가폰을 잡았다. 여전한 상상력. 부드러워진 시선. 팀 버튼이 돌아왔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45주간 동안 오른 랜섬 릭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의 기발한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상한 아이들이 있다. 공기보다 가벼워 납구두를 신지 않으면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소녀. 식물을 마음대로 자라게 하는 소녀. 뒷머리에 날카로운 이가 있는 소녀. 어른 열 명 만한 힘을 갖고 있는 소녀. 인형을 살아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소년. 말하면 안되는 힘을 갖고 있는 쌍둥이. 손끝으로 불을 일으키는 소녀. 몸 속에 벌을 키우는 소년. 자신의 꿈을 영화로 보여주는 소녀. 투명인간. 이쯤 되면 'X맨'이다.
'X맨'에 자비에르 교수가 있다면 이상한 아이들에겐 미스 페레그린이 있다. 새로 변하긴 하지만 그녀의 진짜 능력은 타임 루프. 아이들에게 완벽하고 안전한 하루를 영원히 되돌리는 능력이다. 미스 페레그린 같은 능력을 가진 임브린들은 세계 곳곳에 타임 루프를 만들고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보호한다.
이런 능력자들이 모였다면 당연히 위협하는 악의 무리가 있는 법. 임브린들의 힘을 뺏고, 아이들의 눈을 먹어치워 영원한 삶을 꿈꾸는 할로게스트. 사람이 되다만 할로게스트는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할로게스트들의 위협을 받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한 소년이 찾는다. 눈이 뽑힌 채 죽은 그의 할아버지가 그곳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아들에게조차 미쳤다는 취급을 받는 할아버지지만 소년에게만은 따스한 존재였다. 소년. 별 볼일 없다. 잘 나가는 또래들에겐 없는 사람 취급 받고, 그저 하루하루 아르바이트에 고되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랬던 그에게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과 만남은 특별했다. 그조차 특별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 역시 자신들처럼 특별하다고 했다. 매일 똑 같은 하루로 돌아가는 신비한 곳.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은, 그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하고 별 볼일 없던 소년에게 그곳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기쁨도 잠시. 그곳에 할로게스트들의 위협이 본격적으로 찾아온다. 오직 소년만이 그 위기를 구할 수 있다. 과연 소년은 할로게스트들의 위협을 막아내고 이상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이야기다. 별 볼일 없던 소년이 알고보니 특별한 능력이 있고,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이야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엑스맨'에 익히 봤던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팀 버튼이 풀어내면 다르다. '가위손' '빅피쉬' 등 팀 버튼의 손을 거친 이야기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 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환상적인 모험담 같다. 그리하여 '미스 페레그린'은 '엑스맨'보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현실 속 차별과 닮은 엑스맨들의 애환보단 이상한 세계를 찾은 소년의 환상적인 모험담이다. 소녀가 소년으로 바뀌었을 뿐. 늘 정확한 시간을 쫓는 미스 페레그린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와 닮았다.
이 모험담은 익숙하다. 능력이 곧 캐릭터인 아이들. 그 안의 갈등. 숨겨진 비밀. 적의 습격. 이어지는 맹활약. 그리고 풋사랑. 단조롭긴 하지만 팀 버튼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듯 하다. 쉽다. 단순하다. 명쾌하다.
늘 그렇듯 팀 버튼의 미술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페어리 테일로 관객을 인도한다. 그 속에서 뛰노는 이상하지만 귀여운 아이들. 팀 버튼은 또 다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어낸 것 같다.
단조로운 캐릭터를 채우는 건 배우들이다. 미스 페레그린을 맡은 에바 그린. '말레피센트'에서 마녀로 변했던 안젤리나 졸리 못지 않다. 에바 그린이 할리우드 차세대 선두 주자인 건 확실하다. 할로게스트들의 수장인 바론 역을 맡은 사무엘 잭슨. 명불허전이다.
단순하고 익숙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게 거장의 솜씨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거장의 걸작은 아니지만, 거장의 반가운 귀환인 건 확실하다.
9월2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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