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 앞이다. 오는 4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지미 키멜의 사회로 열리는 이번 시상식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눈길을 끈다.
◆'셰이프 오브 워터' vs '쓰리 빌보드'
가장 큰 관심사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과 '쓰리 빌보드'의 격돌. 가장 유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작 두 편이 모두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가 일단 첫 손에 꼽힌다.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와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의 교감을 그려낸 판타지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한껏 기대감을 높인 상태다. 그에 대적하는 가장 유력한 주자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다. 살인사건으로 딸을 잃은 엄마가 광고판을 내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쓰리 빌보드'는 이미 지난 1월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4관왕을 휩쓸며 감독상 하나에 그친 '셰이프 오브 워터'에 한판승을 거둔 바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점이 아카데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할 점이다.

◆떼어 놓은 당상? 무관 게리 올드만의 설욕전
남녀주연상 후보 1순위는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만과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다. 골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상(SAG)을 비롯해 앞서 열린 거의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독식하다시피 한 두 사람은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예외없이 트로피를 거머쥘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997년 '파고' 이후 2번째 아카데미 주연상을 정조준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달리 게리 올드만은 그간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는 대표 배우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내 온 그지만 유독 상복이 없었다. 아카데미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로 딱 한번 후보에 오른 게 전부다. '다키스트 아워'에서 실존 인물인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로 분한 게리 올드만은 모르고 보면 그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영화 속 인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게리 올드만의 새 인생 캐릭터가 그에게 첫 남우주연상을 안겨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다시 검은 레드카펫?
지난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와 함께 대대적인 '미투'(MeToo)운동이 불어닥친 할리우드는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성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은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하겠다며 '타임즈 업(Time’s Up)'을 결성한 것. 이들은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여성운동가들과 함께 레드카펫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2월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도 검은 드레스가 레드카펫에 나부끼는 풍경이 펼쳐진 가운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의 움직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