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시절 가수 연습생으로 4년을 보냈다. 아이돌로 데뷔할 뻔 했다. 19살의 어느 날, 연기수업을 받았다. 연기가 좋았다. 감정 표현에 목말라 있었기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좋았다.
김민재(21)는 그렇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첫인상이 "이렇게 살아 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었다. '도깨비' '최고의 한방' '위대한 유혹자' 등 TV드라마로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늘 여진구 닮은 꼴이란 말이 따라붙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지만 김민재가 여진구보다 한 살이 더 많은데도 그렇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아직 갈 길이 먼 탓이다. 김민재는 이제 막 스크린에 신고식을 치렀다. 9일 개봉한 '레슬러'(감독 김대웅)는 아들 성웅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게 꿈인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인 아빠 귀보가 성웅의 소꼽친구 가영(이성경)에게 고백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김민재는 성웅을 맡았다. 실제처럼 보이려 이를 악물고 레슬링 연습을 받았다. 아빠 역의 유해진과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려 기를 썼다. 이성경과 소꼽친구처럼 보이려 많은 말을 나눴다. 김민재에게 영화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도전이었다.
-'레슬러'는 왜 했나.
▶이 이야기와 이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3번 봤다. 성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냐 등 여러 질문을 받고 고민하고 답했다. 연기하고 생각했다.
-짝사랑하는 소꼽친구가 아버지를 좋아한다는 설정인데. 그걸 질투하는 모습이 초반 코미디와 전반적인 갈등을 담당하는데.
▶쉽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다. 하지만 성웅의 입장에 공감한다. 친구고 철없는 짝사랑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 점을 걱정했지, 질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레슬러를 연기해야 했으니 연습을 상당히 많이 했어야 했을텐데.
▶한 달 반 정도 매일 연습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계속 연습했고. 드라마 '최고의 한방' 끝날 때 즈음 '레슬러' 제안을 받았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엄청 불안했다. 불안하고 걱정됐다.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을까. 그냥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그 수 밖에는 없으니깐.
-레슬링과 부모자식의 이야기를 그린 점에서 인도 영화 '당갈'과 비교를 피할 수 없는데. 앞서 '당갈'이 4월 25일에 개봉하기도 했고.
▶'레슬러' 촬영 전에 '당갈'을 봤다. 아무래도 비슷한 소재니깐. 정말 재밌더라. 나는 무조건 죽도록 진짜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갈'보다 진짜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레슬링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주축이다보니 아버지 역의 유해진과 영화를 둘이 이끌어가야 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첫 영화다 보니 뭘 해야겠다니보다는 긴장되고 떨렸다. 그래서 유해진 선배에 대한 마음은 통틀어 감사함이다. 완급을 조절해주고 항상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여쭤보면 "이 씬은 너의 씬이다. 어떤 감정을 갖고 할래"라면서 이야기해주셨다. "어떻게 해보고 싶어"라고 하셨고, 내가 하고 싶은 방향에 대해 늘 이야기해주셨다. 내 역할을 소위 따먹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상황에 잘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유해진이 상대적으로 코미디를 줄였기에 김민재의 상황 코미디가 영화에 재미를 줬어야 했는데.
▶웃기는 게 가장 힘들다. 코미디 연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도 절대 쪽 팔려 하면서 연기하진 않았다. 다만 자연스런 생활 연기 같은 건 아쉽더라.
-'위대한 유혹자' 시청률이 아쉬움이 컸을텐데.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또래 배우들과 촬영장에서 재밌고 편안하고 스스럼 없었고. 시청률에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좋은 기회였고, 정말 많이 배운 촬영 현장이었다.
-연관 검색어가 여진구다. 또래와 닮은 꼴이란 게 신경 쓰일 법 한데.
▶내가 재수해서 학교를 들어가서 진구보다 한 살 더 많다. 같은 학교 동기로 수업을 같이 듣는다. 동기들은 별로 닮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연관 검색어도 그렇고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런가" 싶다. 아직 보여드린 게 별로 없다보니 그런 것 같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다르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성경과는 어땠나.
▶성경이 누나와는 친구 같이 현장에서 잘 지냈다. 서로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보니 이야기가 잘 통했다. 유해진 선배와는 또 다른 친함이었다.

-음악 작업을 계속 하는데. OST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고.
▶'두번째 스무살' OST에 '별'이란 노래를, '최고의 사랑' OST에는 '꿈은'이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계속 되는 것 같다. 언젠가 내 노래들을 들려 줄 수 있을 만한 실력과 작업이 쌓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연애는 안하나. 일 때문인가.
▶지금은 안한다. 일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연애를 하면 그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만큼 그 감정에 책임을 질 수가 없다. 그렇게 보면 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연기는.
▶하지 못했던 건 다 해보고 싶다. '러브 액츄얼리'를 좋아한다. 작품으로 그런 감정의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내가 배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여운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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