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과 함께: 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2) 개봉일인 8월 1일 김용화 감독과 만났다. 그는 막 IMAX 상영본을 체크하고 오는 길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350억원이란 제작비로 1,2편을 동시에 찍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모험을 했다. 다행히 1편이 1441만명이 들었기에 부담은 덜었다. 부담이 덜었다고 긴장이 덜하지는 않을 터.
1편은 엄마라는 강렬한 코드로 한국을 넘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을 울렸다. 2편은 그 세계관을 바탕으로 1편으로 뿌려놓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 마무리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김용화 감독은 여전히 긴장된 모습이었다.이 인터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1, 2부를 동시에 기획하면서 1부에서 보여줘야 할 것과 2부에서 보여줘야 할 것들을 같이 구상했을텐데.
▶일단 1,2부를 연작 형태로 찍지 않으면 안되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각각 찍으면 제작비가 편당 200~230억원 정도 들었을 것이다. 함께 찍으면 350억원 정도 드니 90억원 가량 절약한 셈이다. 또 같이 찍지 않았으면 배우들을 모으지도 못했을 것이고.
1부에서 펼친 이야기들을 2부에서 수렴하고 합쳐서 완성을 해야 했다. 1부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7개 재판을 다 보여주지도 않았고. 일단 2편은 원작 웹툰의 신화편을 보면서 덕춘과 해원맥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새롭다기 보단 흥미로웠다. 주호민 작가의 대중적인 통찰력을 읽을 수 있었다. 뭉클했다.
2부가 이야기를 완성하는 만큼, 1부는 대중적인 흡입력이 있는 한 방이 중요했다. 이게 성공하면 세계관과 캐릭터를 관객들이 알게 되니 이제 저승 삼차사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말하자면 1부는 2부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래서 2부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1부는 내 얘기를 담아 내가 할 수 있는 슬픔의 끝을 보여주고자 했다. 적당한 희망과 함께. 그렇게 리스크 헤징을 했다. 2부는 용서와 구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난 구원은 위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서가 필요하고.
-2부는 천년 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교차해서 진행한다. 과거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기 위해 1부의 눈물 대신 2부에선 웃음을 선택했는데.
▶영화에서 설명이 필요할 때 유머와 갈등을 심는 방법으로 밀도를 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영화를 처음 할 때부터 하려고 했고. 그걸 설명으로 느끼지 않도록 유머와 갈등을 심는 게 내 화법이기도 하다.
-원작과 달리 마동석이 맡은 성주신만 남긴 까닭은.
▶다른 신들을 다룰 시간이 없었다. 난 시나리오를 쓰는 시간보다 트리트먼트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시간을 더 오래 쓴다. 메모로 이야기를 넣었다가 뺐다가 하면서 시간과 텐션을 조절한다. 2부에 수홍의 이야기도 마무리하고, 염라의 이야기도 넣고. 나머지도 적재적소에 넣다보면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1부 엔딩에서 예고한 것처럼 마동석이 2부에서 성주신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마동석이 담당하는 유머가 아주 많지는 않은데.
▶이 영화를 찍을 때는 마동석이 '범죄도시'를 하기 전이었다. 그래서 관객이 마동석에게 기대하는 지금의 어떤 것들이 그 때는 확립되지 않았던 때였다. 지금 같은 후광은 없었다.(웃음) 내가 알고 있는 마동석과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려해서 담으려 했다.
-1부의 히든카드인 수홍(김동욱)이 2부에선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를 안내하는 기능적인 인물로 사용되는데.
▶맞다. 1부가 수홍의 이야기로 관객을 흡입하는 것이었다면 2부는 저승삼차사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자극제 역할이 수홍의 몫이었다. 사실 수홍 부분이 더 있었는데 모니터링에서 비호감이란 의견이 많아서 편집을 했다. 1부에서 워낙 큰 울림을 주고 사랑받았던 캐릭터가 2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비호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더라.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모니터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쥬라기 월드'를 연상시키는 공룡들을 출연시킨 이유는? VFX 업체인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로서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의미인가.
▶그런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은데 그걸 위해서 넣은 건 아니다. 공룡 VFX 기술은 워낙 상용화되서 그걸로 기술을 인정받을 수도 없다. 사실 1부에선 배신지옥이 삭제됐다. 자신에게 가장 무서운 게 등장하는 지옥인데, 1부에서 자홍은 자기 자신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동어반복 같아서 뺐다.
2부에서 어떤 게 배신지옥에서 나오면 가장 재밌을까 라고 생각했다. 스태프들은 자기에게 가장 무서운 것들로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게 뭐 있을까 고민하다가 공룡을 떠올렸다. 그 장면 이후로 이야기가 무거워지니깐, 재밌는 게 필요할 것 같았고. 그 장면은 모니터링을 한 결과 6 대 4 정도로 재밌다는 반응이 있어서 충분히 관객이 재밌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부에서 주지훈이 맡은 해원맥 캐릭터와 원작과 워낙 달라 지적이 많았다. 2부에선 해원맥의 전혀 다른 천년 전 모습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대한 자신이 있었나.
▶주지훈이 제안을 했다. 양단을 극으로 벌려서 보여주면 2부에서 더 영화적이지 않을까라고. 나와 공유한 건 허무주의자가 극으로 간 모습이었다. 그래서 배우에게 믿고 맡겼다. 원작팬들의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굳이 배우의 해석과 2부라는 목표가 있는데 (원작과) 똑같이 갈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1부의 성공요인과 1부와 다른 2부의 목표가 있었다면.
▶1부는 아시아 바이어들이 눈물에 폭발력이 있다고 하더라. 보편적인 감정을 폭발시켰다고.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구조와 저승을 보여준 세계관에 공감했다고 하더라. 2부는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면 누구도 안 본다고 생각했다. 1부와 똑같은 감정 수위로 2부를 만드는 건 결코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부에서 뿌린 떡밥의 수습, 이야기의 완결성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1부를 보고 불만족스러웠던 분이 있다면 2부를 보고 상쇄되고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구나란 생각이랄까.

-'신과 함께'에서 CG 합성을 염두에 두고 배우의 연기를 찍을 때 조명을 좀 더 강하게 썼어야 하지 않았나. 그래야 인물의 윤곽이 흐려져 CG가 보다 부드럽게 붙었을텐데. 한국영화에선 가장 세게 조명을 썼다고 듣긴 했지만 그럼에도 더 들어갔어야 했을 것 같은데.
▶맞다. 더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세트가 너무 작았다. 더 천장이 높고, 더 세트가 컸어야 했다. 그래야 더 많은 키라이트와 더 많은 일루미네이터로 조명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 여건이 그럴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했다. 주광 아래서도 시험을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공룡이 나오는 장면을 햇빛 아래서도 테스트를 해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했는데, 여건상 세트에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개가 낀 스산한 정오로 표현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화이 브라더스 같은 거대한 세트에서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스터고 인형이 깜짝 등장하는데.
▶일종의 시그니처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하고 좌절을 맛봤지만 '미스터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덱스터가 있고 '신과 함께'가 있을 수 있었다.
-1부에서 쿠키 영상으로 성주신인 마동석이 등장한 것처럼 2부에서도 두 개의 쿠키 영상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데. 염라 이야기와 진기한 이야기를 넣은 건 어떤 의미인가.
▶원래 다른 에필로그도 있었다. 수홍과 박 중위 이야기. 그런데 그 이야기는 내 멋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었다. 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게 1부에선 진기한을 빼야 한다는 것이었다. 웹툰이 아닌 영화라면 진기한을 받아들기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쿠키영상으로 3부와 진기한의 힌트를 주려 했다. 모니터링에서 압도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리고 염라 이야기는 모든 캐릭터의 이면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키를 보면 염라의 시선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구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덱스터 스튜디오 대표로서 중국의 한한령 이후 어려움은 이제 어느 정도 해소됐나.
▶한한령이 절정이었을 때는 10개월 동안 중국에서 수주가 막혔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200억원 가량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단지 VFX만이 아니라 우리가 제작하고 투자하고 배급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덱스터 영화는 아시아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이 덱스터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영화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여러 현안을 청취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300인 이상 사업자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7월부터 적용됐다. VFX 성격상 일감이 몰릴 때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일감이 없을 때는 인력이 적게 필요하다.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서 VFX 업무 성격과는 별개로 인원을 더 뽑아야만 할텐데.
▶그런 애로사항에 대해서 장관님께 말씀을 드렸다. 주 52시간 근무는 당연히 찬성한다. 그렇지만 업무 성격상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보완 제도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고용탄력성이 전무하다. 예컨대 미국에선 평소에서 300여명 내외의 VFX 회사가 '어벤져스' 같은 영화에 돌입하면 그 기간 동안 단기 인원을 몇천명씩 고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덱스터는 주 5일 근무를 일찌감치 실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서 회사를 꾸려왔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상당한 적자를 봤다. 지금처럼은 회사를 꾸려 갈 수가 없다. OECD 회원국 평균 정도의 고용 탄력성이 보완돼야 한다.
-덱스터에서 제작을 준비하는 영화들이 많다. 신인 감독과 독립영화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준비하고 있는데. 기준점이 있다면.
▶대중영화로서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그게 준비가 안됐다면 계속 할 용의가 없다. 그 접점을 찾으려 한다.
-제작하는 영화 순서가 이해준,김병서 감독의 '백두산' '튼튼이의 모험'고봉수 감독의 '봉수만수', '족구왕' 우문기 감독의 '배드민권'인가.
▶그렇다. '백두산'이 가장 먼저고 그 다음에 '봉수만수', 그리고 '배드민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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