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터뷰'는 시작하는 스타의 인터뷰입니다.
시작은 뜻밖이었다. 장동윤(26)이 TV 화면에 처음 등장한 건 2015년 10월. 당시 기지를 발휘해 편의점 강도 검거에 기여한 대학생으로 인터뷰에 나섰던 그는 이후 강도 잡은 한양대 훈남 등으로 SNS에 회자됐다. 그 훈훈한 인상, 남다른 분위기를 눈여겨 본 현 소속사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학생 장동윤이 신인배우 장동윤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스스로 돌이켜봐도 신기한 듯 "뉴스에 나왔다가 데뷔한 사례가 없지 않나요?"라 묻는 장동윤. 당시 뉴스 화면을 보면 지금과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며 "성형했나 오해받을 정도인데, 살을 빼서 다이어트를 한 게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 전에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안을 받았고 결심을 했어요. 그런 데 있어서 결단력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집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고요."

한때는 '내가 지금 왜 배우를 하고 있는가' 근본에 대한 고민도 했다. 돌이켜보면 평소의 관심과 꿈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장동윤은 말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독립영화를 좋아해 찾아가며 봤고, 한때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진학을 알아본 적도 있다.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일부러 막노동도 해 보고, 밴드 활동도 했단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연기자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그리고 지금도 억지로 한 게 아니니까요. 제가 그렇게 살아왔던 게 다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스트레스나 고민을 많이 덜어놨어요. 내가 선택한 것이 내 뿌리고 근본이다 생각하면서."
그로부터 3년, 장동윤이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2년반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데뷔부터 군필이었던 신인배우는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했고, 파격적이게도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2016~2017), '학교 2017'에 연이어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며 두각을 드러냈다. '드라마 스페셜:우리가 계절이라면'(2017), '시를 잊은 그대에게'(2018)를 거쳐 올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에 출연했다.

장동윤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의병 활동을 위한 총기를 구하려고 무관학교에 거짓으로 들어갔던 양반가 청년 준영 역을 맡았다. 자의 반 타의 반 무관학교를 맞게 된 '유진 초이' 이병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반듯한 외모와 나직한 목소리로 수탈당하는 조국의 처지에 분노해 일어선 청년을 그린 장동윤은 여러 시청자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그간 또래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품에 주로 출연했기에 '미스터 션샤인'은 특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장동윤은 "이 일을 훨씬 오래 하신 선배님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연기할 때 임하는 태도라든지를 많이 배웠다"며 "이병헌 선배님이 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시더라. 제게도 잘 해주셨다"며 촬영 당시를 되새겼다.
"당시 대본에 많이 준비를 해갔어요. 선배님은 그렇게 정해놓는 걸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연기하다가 중간에 '지엽적인 부분까지 준비를 해 왔니?' 하시기에 준비를 하긴 했다고 하니까 '그게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것이 맞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이병헌 선배님이 말씀해주신 스타일이 제게 맞는 것 같아요 .정해 놓으면 그것만 생각하게 돼서 빠져버릴까봐서요. 조언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어요."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장동윤의 첫 영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관객과 만난 '뷰티풀 데이즈'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온 여자, 14년 만에 그를 만난 아들이 봉인된 과거와 대면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지만, 장동윤 또한 그에 못잖은 비중으로 함께한다. 오디션도 없이 그를 찾아 온 대본이었다. 장동윤은 "운이 좋았다. 첫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고 좋았다.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장동윤은 '뷰티풀 데이즈'에서 중국에 사는 19살 조선족 대학생 젠첸을 연기했다. 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14년 전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란 존재를 찾아 한국에 가게 된다. 기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만, 그녀가 밝히지 못했던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열어간다.
비주얼부터 닮은꼴인 엄마 역 이나영과는 불과 17살 차이. 장동윤은 극중 젠첸이 엄마의 품에 안겨 우는 장면을 찍으며 모성애가 그대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그 마음이 그대로 오니까 저도 연기하며 편하게 감정이 나왔다"며 "나이도 모자관계라 할 만한 차이가 아닌데, 그런데도 그 마음이 느껴져 놀라웠다"고 그는 말했다.
"캐릭터 자체를 특수한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어요. 젠첸은 상황이 비극적이고 남들과 다를 뿐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아이였어요. 보통 사람도 어려서 엄마와 이별하면 그런 감정을 느낄 것 같고, 다시 만나면 또한 그런 감정을 느낄 것 같았어요.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젠첸의 감정은 계속 변화하는데, 감정 소모가 심한 연기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어둡고 차가운 톤도 매력적이었고요."

일단 출연을 결심한 뒤엔 적극적으로 인물에 다가갔다. 언어 습득을 위해 장동윤은 중국 음식을 먹으려 찾던 대림동을 무작정 찾았다 한다.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나는 배우인데 영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선족 사투리를 가르쳐줄 분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만난 연길 출신 선생님에게 사투리를 배우고 준비기간 동안 대림동에서 살다시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늬앙스, 그런 정서를 느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동윤은 "선생님께서 아직 영화를 못 보셨는데, 예고편에 나온 한 마디는 합격이라고 해주셨다. 기분이 좋다"며 싱긋 웃었다.
그 일련의 과정은 장동윤에게도 큰 경험이었다. 장동윤은 "(적극적으로 찾아나설) 작품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걸 하면서 뭔가 스스로 더 배우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분석의 여지가 많고, 내가 파고들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며 "더 욕심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 지금 가장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게 장동윤의 고백이다.
"처음엔 제가 진짜로 느끼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또 연기를 하는 것보다 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게 스스로 힘들었어요. 잡생각이 많고, 디렉션이 오면 거기에 얽매이고 하며 스스로를 케어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노하우도 생기고, 연기에 대한 생각들도 달라졌어요. 저는 아직 경력도 안 되고, 다 능숙하게 대처하는 건 어려워요. 하지만 진짜 느끼는 만큼, 내가 믿는 것 만큼 표현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스스로를 잃어가는 것 같아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많이 회복한 상태란다. 장동윤은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안정되다보니 일도 재미있고, 배우라는 일에 많이 확신을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저는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래오래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확신이 최근 섰어요. 짧은 시간에 확신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부럽더라고요. 선배님들을 두고 '아 그 배우, 좋은 배우지' 하시는 말. 여러 뜻이 담길 수 있는,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말이잖아요. 저를 떠올렸을 때 그런 배우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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