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내안의 그놈'→'극한직업', 新한국 코미디 바람

한국 코미디 영화가 돌아왔다. 한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가 연달아 등장하며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1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안의 그놈'은 14일 9만 3543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일 개봉해 누적관객 85만 8933명. '내안의 그놈'은 1월 극장 관객수가 주춤한 가운데 박스오피스 10위권 영화 중 유일하게 좌석판매율이 4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박스오피스 1위인 '말모이'와 상영횟수가 1000회 가량 적은 것을 고려하면 '내안의 그놈' 현장판매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내안의 그놈'은 엘리트 조폭과 왕따 고등학생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아이돌 그룹 B1A4 진영이 주연을 맡았다. 그만큼 흥행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공개 이후 작정하고 웃기는 B급 코미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장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내안의 그놈'은 총 제작비가 45억원으로 극장 수입 손익분기점이 150만명 가량이다. 현재 추세라면 충분히 돌파할 것 같다.

지난해 10월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529만명이 관람한 '완벽한 타인'은 순제작비 38억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가 58억원이다. 손익분기점 180만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한국영화 제작비 대비 최고 수입을 올렸다.

'완벽한 타인'과 '내안의 그놈'에 이어 23일에는 '극한직업'이 개봉한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영화.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룡 진선규 이하늬 이동휘 공명 등이 출연했다.

'완벽한 타인'과 '내안의 그놈', '극한직업' 등 일련의 코미디영화들은 그간 한국형 코미디영화들과 궤를 달리 한다. 기존 한국 코미디영화들이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는 코믹신파형이 대부분이었다면 신(新) 한국 코미디영화들은 오로지 웃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파형 결말을 담지 않는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공통점이다. 현재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는 60억원을 상회한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80억원이 넘는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총 제작비 평균 100억원 시대가 곧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코미디영화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느 장르 영화보다 액션이나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사건 묘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덕이다. 대형 배우 캐스팅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극한직업'도 여느 형사물이었다면 총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들었겠지만 코미디 장르란 점이 주효해 순제작비가 65억원에 그쳤다.

새로운 코미디 영화들이 계속 흥행에 성공한다면 한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활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2월 14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도 신 한국 코미디 계보에 속하는 영화다. 우연히 만난 좀비를 집안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가족 소동극이다. 정재영과 김남길, 엄지원 등이 출연했다. '기묘한 가족' 순제작비도 55억원 가량이다.

그간 한국 코미디영화들은 조폭 코미디 붐을 지나 코믹신파극이 흐름을 이었다. 이제 웃기는 데만 주력하는 코미디영화들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다만 코믹신파영화들은 울리는 데 성공하면 중장년층까지 관객층이 넓어져 '7번방의 선물'처럼 엄청난 관객몰이를 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신 코미디영화들은 코믹신파극보다 관객층이 좁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신 코미디영화들이 흥행몰이를 이어가 코믹신파극처럼 관객층을 넓힐 수 있을지, 관객의 취향을 바꿀 수 있을지, 2019년 초 극장가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