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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미성년' 염정아·김소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FULL인터뷰]

김윤석 "'미성년' 염정아·김소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FULL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미성년'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윤석/사진제공=쇼박스
'미성년'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윤석/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윤석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타짜'로 시작해 '추격자'를 거쳐 출연한 작품마다 강렬함을 남겼던 그는, 정작 감독 데뷔작에선 너무나 섬세하게 사람과 이야기를 어루만졌다. 11일 개봉하는 '미성년'은 각각 아빠와 엄마의 불륜에 분노한 18살 두 소녀가 대신 책임지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염정아와 김소진, 김혜준과 박세진 등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하다. 감독 김윤석은 이 탁월한 연기들을 언플러그 콘서트처럼 조율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이 인터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연극배우 시절부터 연출을 했었는데, 영화 연출에 도전한 까닭은.


▶연극을 할 때도 연출을 해서 영화를 하면서도 계속 연출을 생각하고 준비를 했었다. 그래도 영화 연출을 하고 싶다는 말을 안 한 건 허언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목표 중 하나였다.


-왜 첫 연출작이 '미성년'인가.


▶2014년 12월에 젊은 연극인들 창작극 발표회가 있었다. 정식 공연이 아니라 시연이었다. 50분 분량이었는데 너무 인상 깊었다. 화자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른들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돌려서 이야기하든 숨기든 하는데 아이들이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 꼬셨어" 이런 식으로 바로 지른다. 너무 시원했다. 그 시각이 너무 신선했다. 언제나 연출할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내 첫 영화 연출작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희곡도 지금 결말이었나. 몇 번 정도 시나리오를 고쳤나.


▶작가와 같이 서른 번 정도 고쳤다. 원래 결말은 지금과 다르다. 영화적이고 더 현실적인 결말로 바꿨다.


-배우 김윤석이 워낙 뜨거운 장르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첫 연출작이 섬세한 이야기라 의외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이런 영화다. 드라마와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영화. '노팅힐'이나 '쇼생크 탈출'처럼 두고두고 보게 되는 영화. '미성년'은 연출의 콘셉트와 방향을 정할 때 등장인물의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는데 너무 시간을 들여야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사람과 바로 상황으로 뛰어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심오하거나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고 하나의 사건으로 변화하는 이야기인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 지금 오프닝인가. 그렇게 곧장 뛰어드는 이야기면 옥상 장면으로 시작해도 됐을텐데.


▶원래 연극은 옥상에서 바로 시작했다. 영화는 프롤로그로 어른들의 세계를 훔쳐보는 주리(김혜준)의 얼굴을 담고 싶었다.


-'미성년'은 각 시퀀스마다 신들이 기승전결을 담고 있고, 그 시퀀스에서 쌓은 감정이 다음 시퀀스로 계속 파도처럼 이어가서 끝까지 달려가는데.


▶'미성년'에는 브릿지가 없다. 모든 장면이 알파요, 오메가이길 바랐다. 신인감독의 과장된 목표다. 각 장면들을 압축하고 세공하고 싶었다. 신 자체들이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성년'의 이야기는 TV단막극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걸 영화로 만들고, 관객이 보게 하려면, 단막극 같은 느낌을 안 주려면, 이야기를 압축하고 세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그게 세계 영화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윈드 리버' 같은.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같은 느낌도 있던데.


▶그런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샘 멘데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샘 멘데스는 원래 연극을 연출하던 사람이다. '오델로'를 위해 한국에 오기도 했고. 그런 양반이 '아메리칸 뷰티'를 만들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도 그렇고, 샘 멘데스는 중산층 집안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아이 레벨을 맞춘다.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그 안의 개인을 파고들고. 참고를 많이 했다.


-'미성년'에는 유독 발, 신발 클로즈업이 많은데.


▶콘티를 그려서 촬영감독에게 보여주니깐 신발에 집착이 있냐고 하더라. 난 신발이 그 사람과 가장 닮아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벗어놓은 신발에서도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삶이 담겨 있다고 할까. 원래 오리고깃집은 헌팅을 했을 때 마루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미술팀에서 마루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가야 그 집에 비로소 들어가는 것이니.


-영주(염정아)의 집에 커다란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을 통해 영주의 보이지 않는 얼굴이 비춰지는데. 영화적이고 연극적인데.


▶아파트 구조가 너무 획일적이라 다른 구조가 있을지 헌팅을 엄청 많이 했다. 간신히 그렇지 않은 아파트를 찾았는데 현관 옆이 답답하더라. 그래서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거울을 놓자고 했다. 그래서 영화적이고 연극적인 앵글이 만들어졌다.


-윤아(박세진)가 엄마(김소진)와 바람 핀 상대인 대원(김윤석)을 쫓는 골목길 장면을 보고 '추격자' 패러디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던데. 동의할 수는 없지만.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계단과 조명이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난 그 장면은 중년 남자의 체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계단을 선택한 것이었다. '추격자' 패러디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대원의 아내 영주 역의 염정아, 바람 핀 상대인 미희 역의 김소진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김소진은 노리고 있었다. 김소진은 안에 투영되는 맑은 소녀의 모습이 있다. 미희가 그랬으면 했다. 19살에 아이를 낳고 남편은 도망가고 혼자 살면서 버티고 산 여자. 그러면서도 사랑을 갈구하고, 손익계산을 안 하는 안쓰러울 정도로 순수한 여자.


염정아는 '오래된 정원'에서 그녀가 연기한 윤희를 생각했다. 자존심이 굉장히 센 여자. 만약에 윤희가 결혼해서 살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무너지는 자존심을 어떻게 버티어 나갈지 생각했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이름부터 보는 걸로 유명하다. 이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면 그 시나리오에 들인 노력을 가늠할 수 있다며. '미성년'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이름을 지었나.


▶영주는 영화 '화이'에 나온다. 미희는 원래 숙희였다. '완득이'에서 필리핀 엄마의 이름이다. 그런데 김소진이 '마약왕'에서 숙경이란 이름이어서 미희로 바꿨다. 대원은 사전적으로 하나의 부대나 집단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란 뜻이다. 익명이 필요했다. 40대 남성의 집단적인 느낌을 익명처럼 주고 싶었다. 주리와 윤아는 시나리오 작가 친구들 이름이다. 대비되면서 한편으론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느낌.

'미성년' 현장을 지휘하는 김윤석.
'미성년' 현장을 지휘하는 김윤석.

-왜 제목이 '미성년'인가. '미성년'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긴 하지만, 김윤석이 센 장르 영화를 많이 한 배우다 보니 그가 영화를 연출하는데 제목이 '미성년'이면 어떤 선입견을 줄 수도 있을텐데.


▶우선 앞으로 포털사이트에서 미성년을 검색하면 이상한 게 나오는 게 아니라 영화 '미성년'이 나왔으면 좋겠다. 제목에 대한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스태프 대상으로 공모도 했었다. '유원지의 불청객' '오릿집 애가' 등등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으로 '미성년' 그 이상이 없었다.


-주리 역의 김혜준과 윤아 역의 박세진은 오디션을 통해 뽑았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설문조사를 많이 했다. 청소년 상담소에 문의도 많이 했고. 만일 부모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크게 두가지로 나뉘더라. 그러거나 말거나와 엄청나게 불안해하거나. 아빠가 같은 학교 아이의 엄마와 바람이 났다는 이야기가 학교에 퍼진다면,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


주리는 그런 점에서 불안함을 대변한다. 우등생이고. 윤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타입이다. 알바를 하는 것도 독립하려는 게 이유고. 그래서 오디션으로 두 배우를 뽑을 때 일단 실제 고교생처럼 보여야 했다. 그리고 둘이 외모부터 양쪽을 대변하듯 확연히 비교가 돼야 했다. 신인 특히 아역배우들을 보면 전형적인 연기를 보일 때가 있다. 그런 점을 매우 경계했다. 두 배우는 서툴지만 자기 목소리가 분명했다. 매우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들이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퀴어물인 '여고괴담2'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퀴어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우정을 그려보이고 싶었다.


-김혜준과 박세진이 학교 복도부터 교실까지 이어지는 액션신은 절로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힘이 넘치는데.


▶하정우와 김윤석의 액션신을 뛰어넘는 액션신이길 바랐다.(웃음) '황해' '추격자'를 했던 유상섭 무술감독이 연출한 장면이기도 하다. 격렬하게 싸우길 바랐다. 어른들은 그렇게 안 싸운다. 사실 아이들은 싸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싸운다. 감정을 폭발하면서. 그 장면으로 두 배우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증명하길 바랐다.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김희원도 그렇고, 삥 뜯는 할머니로 나오는 이정은도 그렇고. 웃음을 담당하는 신스틸러들이 절묘한데.


▶상황이 주는 코미디를 넣고 싶었다. 김희원은 그야말로 상황이 주는 코미디다. 어머니들이 병원에 있다니깐 "나도 가야 하나"라고 말하는. 삥 뜯는 할머니와 오토바이 타는 10대들이 동시에 나오는데, 이 중년남자(대원)는 그 둘에 끼어있는 기성세대다. 이 남자는 혼나야 하는 남자고, 그래서 양쪽에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심각하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 이정은은 정말 잘하는 배우다.


-이야기에 총이 등장하면 발사돼야 한다는 말처럼 '미성년'에는 작은 소품들이 반복되면서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대표적인 게 딸기우유와 쵸코우유인데. 유원지도 그렇고.


▶딸기우유와 쵸코우유는 초반에 대사로 나오지만 주리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주는 우유 두 개를 들고 다녔다. 하나는 친구를 주고, 그 나머지를 자기가 먹는 아이였다. 그랬던 주리가 자기는 대학 갈 때까지 친구 안 만든다고 할 정도로 변한다. 그랬던 아이가 다시 마지막에는 그 우유들로 못난이(바람의 결과로 조기에 태어난 아기의 태명)를 기억한다. 너를 잊지 않겠다는 것과 동시에 너희들(아빠,엄마)이 한 행동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장면에선 일부러 음악도 안 넣었다.


유원지는 못난이 얼굴을 본 유일한 두 사람이, 그 아기의 탄생 발자취를 따라가서 추억하기 위한 장소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은 끝났으니 유원지 영업은 끝이 난 것이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못난이를 기억하기 위해 요금은 세 사람 몫을 낸다. 자기들만의 예식인 셈이다.


-빛 사용이 매우 좋다. 빛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적으로 황기석 촬영감독이 했다. 촬영은 빛이라고 생각하는데, 황기석 촬영감독은 색 보정 할 때 어떤 색이 더 들어가고 빠질지까지 계산한다. 주리의 집이 현관등, 윤아의 집이 백열등 정도로 정해놓으면, 황 촬영감독이 빛을 세분화했다. 마지막 장면도 해가 지기 직전의 빛을 담아냈다. 전적으로 촬영감독의 공이다.

'미성년'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윤석/사진제공=쇼박스
'미성년'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김윤석/사진제공=쇼박스

-결론에 호불호가 갈린다. 호불호는 차지하고 왜 이 결론인가.


▶못난이가 예수님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에서 소중한 희생이 필요했다. 죄의식, 양심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사회적인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미성년'은 전혀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세월호 이야기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글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떠오르게 하는 지점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돌아보는 우리를 찾는 건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염정아와 김소진의 연기 대결, 특히 병원 장면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바라볼 때의 황홀경이 느껴지는데. 클로즈업도 주효했고.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딱 두 번 만난다. 특히 병실 장면은 엑기스 대 엑기스가 맞붙는 장면이었다. 이미 준비는 다 돼 있었다. 이 영화에 클로즈업이 많은 데 강요하기 위한 클로즈업이 아니라 정말로 담고 싶은 걸 담으려 했다. 진짜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이 배우들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들인지.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도구다. 그런데 '미성년'에는 음악이 감정을 앞서가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는 아예 음악이 없고.


▶음악이 감정을 앞서가는 게 싫다. 특히 이 영화에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성도 음악감독에게 최대한 어쿠스틱으로 가자고 했다.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으로. 박 음악감독이 과거 내 통기타 선생님이었다.


-감독을 해본 소감은.


▶참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작업반장으로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연출하고 싶은가.


▶드라마와 캐릭터를 같은 눈높이에 맞춰서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장르나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개인에게 집중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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