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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말 먼 곳' 사람과 사랑 사이

[리뷰] '정말 먼 곳' 사람과 사랑 사이

발행 :

김미화 기자
/사진='정말 먼 곳' 포스터
/사진='정말 먼 곳' 포스터

죽음과 삶, 그 가운데의 사랑. 영화 '정말 먼 곳'이 아름다운 강원도 화천의 풍광을 배경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 분)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화천의 한 목장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진우는 주인집의 일을 도우며 조용한 일상을 보낸다. 진우는 아빠인 자신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딸 설(김시하 분)을 키우며 주인집과 함께 산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는 농장 주인 중만(기주봉 분)과 그의 딸 문경(기도영 분)까지 5명은 피를 나누지 않은 식구다. 마치 단란한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의 일상에 진우의 친구 현민(홍경 분)이 찾아오며 변화가 생긴다.


진우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던 문경은 진우를 찾아온 친구 현민이 그냥 친구가 아닌 진우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만 역시 진우와 현민이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다. 하지만 농장 사람들은 이들의 사랑을 담담하게 덮어 준다. 그러던 중 진우의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상희 분)이 찾아오며 이들의 일상이 깨진다. 흔들리는 일상 속 사람도, 사랑도 떠난다.


진우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그를 멸시하고 상처를 준다. 이를 보던 현민은 멀리 가서 살자고 제안하지만, 이미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와서 딸을 키우며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보내던 진우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가 너무나 괴롭다. 누구나 원하는, 누구나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평화가 진우에게는 욕심이라는 사실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정말 먼 곳'은 농장의 '할머니 양'이 죽는 장면으로 시작해 농장에 새로운 양이 태어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죽음과 삶이라는 인간의 숙명 사이에서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 성 소수자 남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영화는 죽음과 삶 그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그려냈다. 아침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화천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랑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동물의 죽음과 탄생을 목도하며 인간관계를 만들고 허문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좋다. 강길우는 담담한 진우 캐릭터를 그리며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홍경은 시인이자 성소수자 현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두 사람의 깊이 있는 연기 덕분에 영화 속에 그린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가 붕뜨지 않고, 과하지 않게 와닿는다. 농장 주인 중만 역할의 기주봉과 딸 문경 역할의 기도영은 실제 부녀사이의 케미를 자랑하며 영화에 녹아든다. 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케미가 2시간 러닝타임을 즐길 수 있는 힘이다.


3월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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