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우가 연기생활 20년만에 처음으로 공포영화에 도전했다. 25일 개봉하는 '귀문'(감독 심덕근)은 자살과 사망 사고가 속출돼 문을 닫은 폐수련원에 찾아가 무당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려는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과 공모전 영상 촬영을 위해 그곳을 찾은 대학생 3명이 겪는 일을 그린 공포영화. 김강우는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 역을 맡았다. 김강우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올해 '새해전야' '내일의 기억'에 이어 '귀문'을 관객에 선보인다. 세 영화 모두 다른 캐릭터다. 배우로서 이런 상황은 난감하기로 하고,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터. 특히 '귀문'은 기획부터 2D 뿐 아니라 스크린X와 4DX로 기획돼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주려 시도한 작품이다. '귀문'의 얼굴이자 올해 한국영화의 상징적인 배우인 김강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고 했는데 '귀문'으로 첫 공포영화에 도전했는데.
▶ 원래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공포영화가 주는 긴장감을 잘 못 견디는 편이다. 감독님이 이번에 준 공포영화 레퍼런스들도 거의 끝까지 못 봤다. 그런데 '귀문'은 새로웠다. 특히 2D 뿐 아니라 스크린X, 4DX로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게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하나의 기준점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현장은 더 스태프가 많았던 것 외에는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카메라워킹, 무빙이 약간 틀렸던 것 외에는 연기하는 데 특별히 더 주안점을 둘 건 없었다. 다만 공간이 더 잘 표현되기에 액션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었던 건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올해 '귀문'까지 세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선보이게 됐는데.
▶정말 의도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 누가 보면 되게 잘 나가는 줄 알겠지만 저 뿐 아니라 한국영화가 코로나로 다 상황이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이상한 책임감도 생긴다. 한국영화들이 다 잘되서 훈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로 인사를 드릴 수 있었던 게 저한테는 좋은 한해였던 것 같다.
-심령연구소 소장 역을 맡았는데.
▶사실은 무당인데, 좀 더 현대적인 해석을 가하려고 노력했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역술가처럼. 실제로 그런 분들이 계신다고 하더라. 영화 속에서 어머니가 겪어왔던, 무당이라는 핏줄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피는 속일 수 없어서 그와 비슷한 무당의 길을 걸어가게 됐다. 그래도 다른 길을 걸어가고 싶어서 심령연구소 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건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우리가 알고 있는 무당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귀문'은 세트가 아닌 실제 폐건물에서 찍었는데.
▶사실 굉장히 답답했다.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어서 좋았지만 연기하기에는 녹록치 않았다. 오래 비어있던 공간이라 전기,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다. 먼지도 많고 춥고 중간중간 촬영하면서 밖에 나와서 해바라기를 많이 했다. 햇볕을 많이 쬐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트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촬영한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공간이 주는 힘인지, 유독 '귀문'은 한없이 처지고 체력 소모가 컸다. 밤에 정말로 무서웠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웠고 층층마다 걸어서 갈 때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의상 갈아입을 때도 매니저 손 꼭 잡고 의상실로 갔다. 미술팀에서 다 퇴근하고 혼자 작업하다가 시간이 아닌데 괘종시계가 울려서 그냥 다 두고 도망쳤던 일도 있었다.
또 겨울 촬영이어서 정말 녹록치 않았다. 포천이란 지역 자체가 서울보다 춥고 작년 겨울이 한파가 심했다. 자동차 시동이 너무 추워서 안 걸리기도 했다. 스태프들이 시동이 안 걸려서 늦은 적도 있다. 커피차가 왔는데 노즐이 얼어서 커피를 못 만들었다. 난 내복을 세 겹 입었다. 그런데 원혼 역을 맡은 배우들은 정말 얇은 옷을 입고 촬영하는데 너무나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친구들 앞에서 난로 쬐기도 미안했고. 대학생 역을 맡은 3인방들도 옷을 얇게 입어서 고생했다.

-이제 촬영장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배우가 됐는데. 이번 현장은 특히 신인들이 많았고. 어떤 선배가 되려 했나.
▶어느 순간 제가 경험이 제일 풍부한 사람이 됐더라구요. 이 영화는 특히 신인들과 촬영을 해서, 첫번째는 지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저 뿐 아니라 이 친구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하루 분량을 하기 위해 파이팅하려 했다. 열심히 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예전에 봐왔던 선배님들도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하고 영화 밖에 모를까, 라는 느낌을 봤은 분들이 제 뇌리에 남아있다. 그 분들이 아직도 완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좀 더 책임감이 생기고 엄살 부리지 않으려 한다.
대학생 3인방을 연기한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 등은 정말 열심히 했다. 노력상을 줘야 한다. 이 친구들이 귀여운 게 프리 단계에서 저는 감독님과 시나리오 이야기하고 캐릭터 만드는 동안 이 친구들은 따로 연습실을 구해서 장면을 만들고 연기하고 합을 맞췄다. 엄청난 노력을 했다. 후배지만 너무나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신인들 속에서 주연으로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많이 나와서가 아니라 왜 도진이 저런 공간에 가야 하는지 이해와 설득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확 와닿을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귀문'이 짧은 시간에 속도감 있게 다가가는 영화라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다. 극 중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 안에서 긴장감의 강도, 호흡 등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최대한 덜 먹고 조금 지치고 힘들어 보이도록 노력했다. 극한까지 몰려가는 느낌을 갖도록 노력했다.
-공포영화를 찍으면서 실제로 귀신을 보면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 다른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귀신을 봤다고도 하고.
▶귀신의 존재는 믿는다. 안 믿으면 저한테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점은 딱 한 번 봤다. 20대인가. 이상하게 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기분이 쏴 하더라. 배우를 계속 해도 될까요? 이런 걸 물었는데 하지 말라고 했던가,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귀문'을 하고 난 뒤 공포영화를 또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공포영화를 즐기지는 않는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레퍼런스를 추천받은 걸 끝까지 본 게 없다. 긴장감을 못 견디겠다. 근데 이상한 게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공포영화가 좀 좋아졌다.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있더라. 예전에는 공포영화에 무지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어떤 공포영화 이야기하면 어떤 게 좋다고 할 정도는 된다. 또 공포영화를 제안 받으면 할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 장르를 해봤으니깐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년차가 됐는데 장르적 재미를 주는 배우와 예술적 경지에 오르는 연기를 하는 배우, 어떤 걸 갖고 싶나.
▶이 두가지를 같이 가지고 간다면 배우가 최고의 행복이겠죠. 지금 이 순간도 이 두가지 덕목을 다 느끼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제 욕심처럼 순간순간 다 따라와주지는 않는다. 어떨 때는 징글징글한 표현을 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또 바뀐다. 두 가지를 다 병행해 가면서 가고 싶다.
작년을 기점으로 해서 어느덧 20년이 됐다. 데뷔 20년을 돌아보면 저를 이렇게 끌고 온 건 갈증인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작년을 기점으로 영화를 한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 한다. 지금까지 참 편하고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작년을 기점으로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연기를 하게 됐다.

-코로나 상황이 쉽지 않은 가운데 '귀문'이 개봉하게 됐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끝나고 난 뒤 고생한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관객분들에게 희망도 드리고 카타르시스도 드려야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인 것 같다. 저는 묵묵히 연기를 하는 것 뿐이고 그게 배우의 숙명이다. 그냥 다른 상황은 겸허하게 하늘의 뜻에 맡기는 심정이다.
'귀문'은 평면적인 2D 공포영화가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듯한 공포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셔야 한다. '귀문'은 장르적으로 처음 도전을 한 작품이고, 에너지를 평소보다 몇 배 더 쏟은 것 같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잠만 잤던 것 같다. 긴장감이랄지, 공포감이랄지, 제 심리로 제 호흡으로 관객이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래서 그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저한테는 오래 기억이 남을 작품인 것 같다. 스태프들이 엄청 노력을 했다. 좋은 성과가 남았으면 좋겠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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