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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8년만에 오른 무대.."매 공연 해일 같은 감정"[★FULL인터뷰]

박정민, 8년만에 오른 무대.."매 공연 해일 같은 감정"[★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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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 사진=에스앤코

배우 박정민이 '라이프 오브 파이'로 8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 역 박정민과 만났다.


마텔의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인 원작 소설을 동명의 영화에 이어 무대화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남겨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의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담은 내용. 박정민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파이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로미오와 줄리엣'(2017) 이후 8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그는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며 "다른 사람 앞에서 편집되지 않고, 녹음되지 않은 채로 연기를 하는 것이 할 거면 잘해야 하는데, 당시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며 "의지와 도전으로만 다가가기에는 제가 했던 무대는 돈을 받고 하는 공연인데 한 배우가 도전하겠다고 무대에 올라가는 건 어폐가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잘하지 못할 거면 안 하는 게 맞다'라는 공포가 생긴 거다. (관객들이) 시간 들이고, 에너지 쓰고, 돈도 쓰시고 극장에 오시는 건데 최대한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게 무서웠다"고 전했다.


박정민 / 사진=샘컴퍼니

그러한 두려움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선택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박정민은 "내 앞에 관객들이 천 명 정도 있고, 모든 관객을 만족하게 할 순 없겠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썩 괜찮은 공연을 보여주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더블 캐스트로 강현이가 있다는 게 의지가 됐다. 나이는 어려도 무대 베테랑이고, 내가 물어보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다. 또 훌륭한 연출님, 스태프, 동료 배우들이 있는데 영화배우란 사람이 연극하겠다고 왔을 때 팀원들이 마음을 열어줄 수 있을지 괜한 두려움이 있었다. 근데 너무 환영을 해주셔서 저도 빠르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서운 게 많이 사라졌다. 공연 올리고 나서는 무대 들어가는 게 무서운데, 백스테이지에서 배우들이 서로 힘을 주는 과정이 좋다. 공연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무대에 오르게 만든 용기"를 만든 '라이프 오브 파이'의 매력을 묻자 "사실 가장 큰 용기를 낸 건 제가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다. 저를 모를 텐데, 무대를 했던 배우도 아니고, 갑자기 와서 하고 싶다고 오디션에 나타났는데 저를 선택해준 외국 연출들이 용기가 가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다. 오디션이 있다고 들어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하는 거 너무 무섭고, 힘들고, 사람들이 좋아할지도 알 수 없어서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유튜브 영상 보고 매료됐다"며 "이 방대한 이야기를 너무 한정된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그 방식이 아주 놀라웠다. '이건 재밌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해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오디션을 본 후에 (연출님들이) 저를 선택해 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 사진=에스앤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영화로 가장 먼저 접했다는 박정민이다. 그는 "이 작품을 영화로 먼저 봤고, 소설 '파이 이야기'를 찾아봤다.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하진 않았는데 한창 한예종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 사이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소설까지 읽어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당시 그 정도의 CG(컴퓨터 그래픽)를 구현하는 영화가 많지 않았다. 내용보다 그 영화의 만듦새에 감탄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오히려 소설을 보며 좀 더 다가갔다. 근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은 했다. 좋으면서도 정확히 이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번에 공연하면서 책도 다시 보고, 연출님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조금 더 작품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고 전했다.


극 중 파이는 동물이 나오는 첫 번째 이야기와 동물이 나오지 않는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박정민은 두 번째 이야기가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면서 "근데 연출님은 '그럴 수도 있는데 조금 더 마음을 열어봐. 조금 더 생각해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저도 나이가 내일모레 40세인데 찌들대로 찌들었다. '어떻게 진짜일 수 있지?'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계속 연습하고, 배우들과 이야기하다 보니까 당도한 결론은 어느 쪽이 진실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공연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래서 이 작품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는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오랑우탄 등의 동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퍼펫 예술은 감탄만을 자아낸다. 몸을 드러낸 채 눈빛부터 움직임까지 퍼펫과 혼연일체가 된 연기를 펼치는 퍼펫티어와 캐릭터의 서사와 살아 있는 듯한 현실감을 더한 퍼펫의 디자인과 무브먼트는 오직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박정민 / 사진=에스앤코

박정민은 "처음엔 퍼펫과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 모든 합이 다 약속이다. 퍼펫은 세 명이 함께 움직이는 거고, 저도 사실상 네 번째 퍼펫티어라고 표현하는데 약속대로 움직여야 호흡이 맞는 거다"라며 "공연 전 사실상 신체 훈련을 시작했다. 퍼펫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연기가 아니라 훈련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러나 조금씩 적응이 되다 보니 퍼펫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파이의 상태에 따라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바라봐지더라. 파이가 겁이 나면 호랑이가 사나워 보인다. 사실 표정도 없고, 약속대로 움직이는 건데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호랑이의 상태가 제 눈에 바뀌어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랑이 퍼펫 티어가 총 세 팀이다. 다 다르다. 에너제틱하거나 섬세하거나 감정적인 호랑이가 있다. 이 세팀과 번갈아서 하다 보면 그때그때 드는 생각이 다르다. 호랑이가 떠나갈 때 우는 정도도 달라지고, 마음이 아픈 정도도 달라지고, 털어버릴 수 있는 모멘트도 달라진다. 첫 공연 프리뷰할 때 느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그 호랑이를 움직이고 있는 세 명이 저한테 너무 많은 감정을 준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오랜만에 선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생동감'이라고 했다. 그는 "연극이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관객의 눈을 홀리는 건 영화나 드라마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연극은 생동감이 엄청나다. 우리 공연의 무대 전환, 동물을 구현하는 방식, 심지어 나비를 흔드는 방식마저도 연극적이어서 좋다. '그렇다 치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믿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더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게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인터뷰 내내 '믿음'을 강조했던 박정민이다. 그는 "제가 영화 촬영할 때 못 우는 배우로 유명하다. 눈물이 없다. 근데 매 공연 운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눈물이 나온다. 저도 이런 제가 신기하다. 매 공연 감정이 올 순 없을 거다. 적응되면 감정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초반에는 무서웠다. 연습할 때는 '해일 같은 감정이 와줄까? 그분이 오셔야 하는 건데'라고 생각했는데, 공연해 보니까 하다 보면 감정이 오겠다고 믿게 되는 게 고무적이다. 배우들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봐 주고, 우리끼리 눈빛을 교류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박정민은 내년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과 영화 '휴민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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