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사랑에 옳고 그름은 상관이 없다. 이미 사랑이 생명이니깐. 사랑을 잃으면 생명을 잃으니깐. '나일 강의 죽음'은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막을 내린다. 미스터리가 긴장감을 높이고 사랑이 울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위기와 환락이 곳곳에 도사리던 시절의 런던.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엇갈린 사랑을 목격한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포와로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앞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엇갈린 사랑의 당사자들과 재회한다. 엄청난 재산의 상속녀 리넷 리지웨이와 그녀의 새 약혼자 사이먼 도일. 두 사람의 발자취를 계속 쫓는 사이먼의 전 약혼자 재클린. 포와로는 리넷의 결혼식에 초대되고, 얼떨결에 두 사람의 신혼여행에도 동참하게 된다. 나일강을 오가는 고급 유람선을 타며 이집트 유적을 탐방하는 즐거운 여행길.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람선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포와로는 그의 친구 부크를 비롯해 청혼을 거절당한 리넷의 옛 연인, 상속녀의 재력을 경멸하는 대모와 그의 부를 부러워하는 간호사, 리넷의 하녀, 속을 알 수 없는 교활한 리넷의 사촌, 유명 가수와 그의 매니저 등등 배에 탄 모두를 용의자로 놓고 추리를 시작한다. 언제나 그랬듯 포와로는 사람들을 심문하고 관계를 찾아가며 사건의 뒤를 파헤친다.
'나일강의 죽음'은 2017년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어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명탐정 포와로 시리즈다. 전편이 러시아 설원을 달리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렸다면 '나일강의 죽음'은 이집트 나일 강을 오가는 초호화 여객선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그린다. 1937년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전편에 이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나일 강의 죽음'을, 전편보다 더욱 추리물의 재미에 집중했다. 인물과 인물을 나열하고, 다시 그 인물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그 관계 속에서 퍼즐을 맞춘다. 이 범인 찾기는 나일강의 풍광과 어울려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추리극이 한 축이라면, 이집트 풍광은 또 다른 축이다. 이 축들을 연결하는 게 바로 사랑이다. 지독한 사랑.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랑.
'나일 강의 죽음'은 고전적인 추리물에 가깝다. 트릭에 공을 들이지 않고, 관계 속에 힌트를 숨겨놓는다. 그 실마리로 용의자들을 몰아붙이고 결국에는 모든 퍼즐을 맞춘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정통 추리물 답게,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전반부가 이집트의 풍광과 리넷 리지웨이 역을 맡은 갤 가돗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반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범인 찾기에 집중한다. 보는 재미와 추리하는 재미를 차례로 선사하는 것. 원작이 워낙 유명한 터라 범인을 쉽게 눈치 챌 지도 모르지만, 결말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케네스 브래너는 고전 추리물처럼 '나일강의 죽음'을 완성하는 한편 지독한 사랑이란 주제로 영화를 완성했다. 소울이 담긴 블루스가 영화를 수놓는 것도 일품이다. 갤 가돗과 재클린 역을 맡은 에마 매키, 레티티아 라이트, 톰 베이트먼, 아네트 베닝, 로즈 레슬리 등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2월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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