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군체' 리뷰

'부산행' 이후 10년, 연상호 감독의 좀비는 진화했다. 그저 '좀비'라는 말로 담을 수 없는 진화형 감염체들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15일 자정(현지 시각 기준)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가 첫 공개됐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고 건물은 순식간에 봉쇄되며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고립된다. 처음에는 짐승처럼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사람을 식별하며 무리를 지어 생존자를 공격한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과 생존자들은 자기 몸에 백신을 주입했다고 신고한 서영철(구교환 분)을 찾아 구조대가 기다리는 옥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게 변해가고, 서영철은 감염자들을 앞세워 생존자들 앞을 막아선다.
연상호 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2, 감독 주간)을 시작으로 '부산행'(2016,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반도'(2020, 오피셜 셀렉션)에 이어 네 번째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한국형 좀비 장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연상호 감독은 그저 일반적인 K 좀비가 아닌 진화형의 감염체, 일명 '뇌 공유 좀비'를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연상호 표 좀비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좀비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부산행'이 폐쇄된 KTX 기차 안에서의 좀비 사태로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면 '군체'는 쇼핑몰이라는 건물에 갇힌 사람들과 감염체들의 대립을 보여준다.
'군체' 속 좀비는 마치 개미가 페로몬으로 생각을 공유하듯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생각과 뇌를 공유하는 감염체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좀비가 등장하는 '군체'는 122분간 지루함 없이 속도감으로 몰아붙인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전지현은 연상호 감독을 만나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전지현의 매력이 좀비 영화에 그대로 녹아들며 작품을 이끈다. 구교환은 영화 속 절대 악이자 빌런으로 작품에 힘을 실었다. 구교환 특유의 목소리와 표정이 '군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지창욱은 극 중 누나 역을 맡은 김신록과의 합을 만들며서도 영화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더한다. 김신록은 무서운 연기력으로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신현빈은 폐쇄 공간 밖에서 한 이야기를 주도하며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군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상업적이며 재밌는 방식으로 건드린다. 메시지를 가르쳐 주기보다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연상호 감독은 휘몰아치는 이야기 끝에 여러 생각들을 담아냈다. 무엇보다 '군체'라는 새로운 감염체의 등장과 뇌를 공유한다는 설정으로 스스로의 틀을 깨고 좀비의 진화를 만들어냈다. 인간성이 사라진 좀비들이 진화하며 떼로 움직이고 생각을 공유하며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모습, 그 속에 고립된 선(善)의 외로움 등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한 이를 해결하는 공권력의 모습과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모습도 씁쓸하다.
과연 연상호 감독의 진화된 감염체가 개봉 후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지 관심이 쏠린다.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군체'는 오는 21일 국내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런닝 타임 122분.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