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영화 '호프'가 드디어 한국에서 첫 베일을 벗었다.
156분의 러닝타임 내내 뛰고 달리는 이 영화. 한국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 스릴러, SF, 크리처물이 나왔다. 이 영화에 대한 취향은 갈릴 수 있겠지만 나홍진 감독의 집요함, 그의 연출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영화 '호프'는 그동안 나홍진 감독이 보여준 전작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이 여러 장르를 믹스한 독특한 느낌의 한국 영화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나, 블랙코미디, 지독한 현실 고증이나 광기 등 나홍진 특유의 색깔이 묻어 있다.
'호프'는 쫓고, 쫓기고, 질주하고 또 달린다. 외계인 크리처를 초반부터 공개한 나홍진 감독은 관객의 예상을 깨며 크리처 등장 이후 약 2시간 무자비하게 장르를 변주하며 달린다. 범석(황정민 분)과 성기(조인성 분) 그리고 성애(정호연 분)를 중심으로 각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뉘어서 전개되다가 결국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뭉치며 거대한 세계관이 보여진다.

속편을 전제로 만든 작품이지만, 속편에 대한 예고편이 아니라 이 영화 하나로 완벽한 작품이다. 2시간 30분의 미친 질주를 마친 후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세계관과 의미가 등장한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호프'. 칸 상영 버전에서 일부는 잘라냈고 없던 부분도 넣었다. 160분에서 156분으로 러닝타임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속도감이 붙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피 칠갑의 어떤 끈적하고, 찐득거리는 느낌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래서 낯설고, 이상하지만 그게 또 재밌다. 오락적인 영화이면서도 여러 인간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외계 생명체의 등장으로 생기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나, 종교적, 철학적 질문 외에도 툭툭 생각 없이 던지는 대사들, 농담으로 만든 그런 장면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슬쩍 건드리기도 했다. 한 번 봤을 때보다 두 번 봤을 때가 확실히 더 재밌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호프'를 보는 내내 '나홍진 감독, 참 집요한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집요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큰 영화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홍진 감독의 연출만큼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황정민은 황정민이다. 그가 아니면 누가 범석이 됐을까. 크리처 등장 전까지 거의 원맨쇼를 작품을 끌고 나가는 황정민의 모습에서 연기의 힘, 작은 디테일, 숨결까지 하나하나 느껴진다. 대단한 연기다.

조인성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대역 없이 힘든 연기까지 모두 소화했다는 조인성은 한국 영화 속 독보적인 액션 배우다. '오징어 게임' 이후 처음 한국 작품에 출연한 정호연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정호연은 나홍진 감독이 만든 멋진 캐릭터를 자신만의 매력과 결합해서 잘 살려냈다.
'호프'는 새롭다. 낯설다. '미쳤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한다.
개봉 7월 15일. 러닝타임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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