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다큐 만든 감독, TIFF서 정면 반박

일론 머스크를 다룬 225분짜리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가운데, 감독 알렉스 기브니가 "머스크가 테슬라를 창업했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에 격분한 머스크가 감독과 작품을 거칠게 비난했지만, 기브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기브니 감독은 14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다큐멘터리 '머스크' 상영 후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한 관객이 머스크의 업적을 언급하며 '그가 없는 세상을 선호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자, 기브니는 질문에 깔린 전제부터 되짚었다.
그는 "머스크가 테슬라를 창업한 인물로만 알려진 것은 정확하지 않으며, 테슬라의 초기 공동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맡았던 역할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그의 답변에 박수가 나왔다.
실제로 영화에는 테슬라 공동창업자 마틴 에버하드가 등장한다. 에버하드는 영화에서 초기 테슬라의 역사를 직접 증언한다.
특히 에버하드는 머스크와 사업 초기 만났던 때를 회상하며, 당시 머스크가 자신에게 테슬라의 창업자라는 지위를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머스크가 회사의 성공을 사실상 자신의 단독 업적으로 설명하는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것이 영화가 짚는 지점이다.
기브니가 머스크의 '천재 발명가' 이미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머스크의 능력을 부정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성공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성장 과정에 수많은 엔지니어와 경영진, 공동창업자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브니는 머스크의 가장 큰 능력이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머스크'의 러닝타임은 무려 225분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자료에 따르면 3시간45분에 별도의 10분 인터미션이 붙었다.
당초부터 이렇게 긴 영화였던 것은 아니다.
기브니는 처음에는 훨씬 짧은 다큐멘터리를 구상했지만,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와 결합하면서 이야기가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만 들여다보는 기업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X 인수, 정치권에서의 영향력,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활동까지 따라가면서 영화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정작 영화의 주인공인 머스크는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브니는 머스크에게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제작진은 머스크의 과거 인터뷰와 공개 발언,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행적을 재구성했다. 영화에는 에버하드뿐 아니라 머스크의 전 부인 저스틴 머스크, 기술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 '와이어드' 기자 조이 시퍼, 전 연인 애슐리 세인트클레어 등이 등장한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머스크 측과 제작진 사이에는 긴장이 이어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영화를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비판했고, 그의 변호사 측은 영화의 일부 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머스크와 스타링크의 역할을 다룬 부분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제작사 측은 영화가 사실에 근거한 탐사 작업이며 머스크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기브니는 머스크의 반응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머스크가 영화 자체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히트 피스'라고 규정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브니는 당초 머스크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자료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따라가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머스크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사업가 머스크에만 머물지 않는다.기브니는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스타링크, X 등을 통해 축적한 경제적 영향력이 결국 정치와 미디어 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고 본다. 영화에는 X의 알고리즘 변화와 정치적 영향력, 정부효율부(DOGE)에서의 활동 등도 담겼다.
특히 영화 제작 과정에서 기브니가 발견했다고 말한 것은 머스크를 둘러싼 '두려움'이었다. 그의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이나 오랫동안 머스크를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렸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조차 머스크의 허락 없이는 인터뷰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기브니의 설명이다.
결국 '머스크'가 던지는 질문은 한 사람의 성공담이 어디까지 사실인가에 그치지 않는다.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든 것은 과연 한 명의 천재인가. 막대한 자본과 기술, 미디어 플랫폼과 정치적 영향력을 한 사람이 동시에 갖게 됐을 때 그 힘을 누가 견제할 수 있는가.기브니는 225분 동안 머스크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바로 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TIFF 관객 앞에서 그는 다시 한번 질문의 출발점부터 되돌렸다."머스크가 테슬라를 창업했다"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이야기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머스크'는 미국에서 10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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