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미용사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화장해주고 머리 땋아주기를 좋아했던 나는 고교 졸업 후 대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미용사 자격 취득에 보통 빠르면 6개월에서 1년씩 걸리지만 나는 등록 3개월 만에 취득했다.
취업도 곧바로 됐다. 미용실에서는 머리도 기르고 여자로서의 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용실 손님들은 여자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 내게 거부감 갖던 손님들도 금방 친해져서 단골이 되곤 했다.
미용실에 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연예계 진출 제안도 많이 받아, 실제로 연예계 생활을 약간 맛보기도 했다. 미용실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연예 관계자들과 많이 접촉하게 돼 기회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고교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녔고 미용실에서 일하면서도 틈틈이 모델 공부를 해오며 연예계 진출을 늘 준비해왔다.
25세때 여성의류 패션모델로 활동했다. 2000년에는 여성그룹 핑클과 자전거 CF도 함께 찍었다. 당시 CF에서는 여성스런 남성 디자이너 역을 맡았다. 힙합가수 조pd의 뮤직비디오 '날 잊어'에도 출연해 중성적인 이미지를 선보였다. 특히 성전환수술을 받기 이전이라 남성과 여성, 중성적인 이미지 등 여러 이미지를 낼 수 있어 내게 많은 기회가 왔었다. 에로배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너무 기분이 상했다.
스무 살에 시작한 미용실 생활은 스물여섯 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외국에서 미용실을 하며 살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사회적 편견이 비교적 없을 것 같았다. 밴쿠버에서 어학원을 다니면서 미용실에 취직도 하게 됐다.
밴쿠버 생활 1년이 될 무렵에는 단골손님도 많아지고 미용실도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나는 당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비자였는데, 주위의 신고로 현지 이민국에 적발되고 말았다. 이민국에서 재판받는데 나의 성 정체성을 알고는 '여자와 남자 중 어떻게 대우해줄까' 물어보는 것을 듣고 사회적 배려가 잘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미용실 일을 계속하고 싶다. 스무 살부터 일해 온 미용업에 애착이 많을뿐더러 나의 재주를 썩히기도 아깝다. 부모님도 언제든 날 위해 미용실을 차려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사진=박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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