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작업실 씨름 끝에 리메이크&믹스 앨범 '18번' 발표

'공연에서 최고의 연출은 당대의 히트곡이다'.
싸이는 너무나 절친한 '공연의 장인' 김장훈의 이 충고를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지난 2002년 3집 이후 지난 3년간 새 음반을 내지 않았던 싸이는 공연을 할 때마다 스스로 히트곡 수의 압박에 시달렸다.
공연을 벌이면 늘 1만 명은 족히 모이지만 이들에게 '최고의 연출'을 보여줄 수 있는 '당대의 히트곡'이 4곡(싸이 스스로 꼽은 수치)에 불과해 스스로 궁색함을 느낀 것이다. 관객이 모르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히트곡을 부를 때보다 더욱 화려하게 연출해 보지만 힘만 더 뺄 뿐이다.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믹스 앨범 '18번'은 바로 공연에서의 '최고의 연출'을 위해 대놓고 만든 것이다. 싸이 스스로도 '날로 먹는 레퍼토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그는 '최고의 연출'이 넉넉한 공연을 생각하며 지난 6개월간 작업실에서 '18번'을 위해 고민하고 씨름했다.
싸이는 왜 공연에 몰두할까. 배우가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듯, 가수는 공연무대에서 노래 부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싸이는 가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위해 공연에 몰입한다. 공연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본 김장훈, 신승훈은 싸이에게 '젊은 가수가 공연을 깨우쳤다'며 대견해 했다.
싸이는 자신의 공연이 한국 공연의 전체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랐다. 싸이는 "공연사업은 신용사업"이라며 "몇 개의 좋은 콘서트가 제 역할을 다해주면 대중의 한국 콘서트에 대한 신뢰도가 계속 높아져 결국 공연시장이 활황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싸이는 "대중이 '싸이 공연이면 간다'는 신용이 쌓일 때까지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도 함께 드러냈다.
싸이는 공연을 마치면 인터넷에 들어가 공연후기를 꼼꼼히 살핀다. 공연을 끝내고 내려올 당시에는 만족감에 젖어 있지만, 공연후기를 보다보면 관객의 자그마한 불편까지도 알게 된다. 똑같은 불만사항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번에 반드시 고쳐나가며 자기 공연에 최선을 다한다.
싸이의 리메이크&믹스 앨범 '18번'은 '날로 먹는 레퍼토리'의 목적이외에도 몇 가지 의도가 더 있다. 한ㆍ일 월드컵 때 나온 지난 앨범 이후 새 앨범은 독일 월드컵 때인 내년에나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서 긴 공백을 지나는 동안 자신의 바뀐 부분, 고친 부분, 성장된 부분을 중간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이번 '18번' 앨범은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싸이는 이번 '18번'에서 '환희' '사랑했어요' '언젠가는' '사노라면' 등을 통해 랩이 아닌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편곡은 밴드공연을 감안해 다분히 록적인 요소가 강해졌다.

제목부터 '싸이스러운' 앨범 '18번'의 수록곡들도 싸이스럽게 재해석됐다. 싸이는 "'싸이가 리메이크하면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 노래를 들어내고 랩을 넣는 등 장르를 많이 바꿨다"며 "샘플링과 리메이크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18번'이란 뜻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했다는 뜻이며, '18'이란 숫자가 주는 강렬함을 어필하기 위해 골랐다. 이 앨범은 결국 18세이하 이용불가 판정을 받아 그야말로 '18의 잔치'가 됐다. 싸이는 자신의 '싸이스러움'에 대해 "내 이미지가 좋다기보다 대중이 편하게 느끼니까 나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 대체 중인 싸이는 오는 11월 소집해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전국투어라며 공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11월 소집해제되면 곧바로 12월에 전국투어를 할 생각입니다. 내년 4집을 내고 또다시 전국투어를 할 생각이구요."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올나잇스탠드'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벌여왔던 싸이는 오는 27일에는 렉시와 함께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올나잇 부비 콘서트'를 갖는다.
지난 7월30일, '당대의 히트곡'들이 발표된 후 첫 공연이었던 '서울 뮤직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연출'로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번 '올나잇 부비콘서트'에서도 '최고의 연출'이 기대된다. 싸이 공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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