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딴따라다. 20년간 진정한 딴따라가 되고 싶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시간에 내 모습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많은 일을 겪으며 노래하며 스무 개의 껍질을 벗어냈다.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내 곁에 있어준 팬들. 그들은 늘 한자리, 같은 모습이다. 지금도…. 그래서 난 행복하다. 진짜 운 좋은 딴따라라는 생각밖에는….(이승철 요리책 '이승철의 쿠킹콘서트' 중에서)
데뷔 20년. 이승철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주 특별한 20주년'을 보내고 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특별한 해를 기념하는 앨범이 나왔고, 전국 20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벌여 10만 명 이상을 모았다.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책까지 펴냈다. 자신이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는 3가지를 해냈으니 얼마나 보람 있지 않으랴.
그의 '보람찬 성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요리책은 일종의 팬서비스
시원시원한 성격에 술 좋아할 것 같은 가수 이승철이 요리책을 냈다니 좀 의아한 생각도 들법하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드디어 책을 냈구나'라는 말을 한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남달랐던 이승철은 이번 요리책도 결국 팬을 위한 선물이다.
"20주년에 팬들에게 또 어떤 것을 해줄까 고민했죠. 평소에 요리에 관한 팬들의 문의가 잇달아 아예 책으로 내게 된 거에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와 6개월간 작업한 이승철은 자신의 요리책에서 단순히 조리법뿐만 아니라 좋은 그릇 사는 법, 와인 고르는 법, 숨겨진 맛집 소개 등 요리와 관련된 전반에 관한 정보를 담았다. 이승철은 40여권의 유명인들의 요리책을 보면서 이들의 좋은 점을 참고로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아쉬운 점을 찾아내 종합했다. 자신의 가수생활 20년과 요리에 관한 짧은 에세이도 함께 담았다.
요리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기쁨' '열정' '사랑' '여유' '즐거움' 등 다섯 가지의 감정을 기본 테마로 정하고, 각 감정별로 '쉽고도 폼 나는 손님 초대상'(기쁨)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는 특별 보양식'(열정) '연인과 즐기는 로맨틱 디너 테이블'(사랑) '늦은 아침, 기분 좋은 브런치 타임'(여유) '술에 곁들이는 최고의 안주'(즐거움) 등 소주제로 나눠 세부 메뉴와 함께 조리법과 관련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이승철은 책장을 찬찬히 넘기며 요리를 소개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잘만들었단 말이야"를 연발한다. 그만큼 남다른 열정을 쏟았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 실제로 이승철은 직접 메뉴를 정하고 모양도 냈을 뿐 아니라 좋아하지 않은 사진촬영도 3번에 걸쳐 7시간이나 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언제 또 내겠어요. 촬영 열심히 임했어요. 상상하기는 싫지만 가수를 안했으면 요리사가 됐을 것 같아요. 백화점에 가면 옷보다는 그릇을 봐요."

# 테이블 6개짜리 아담한 음식점 운영하고파
지난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맛본 먹물스파게티가 생애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이승철의 이야기와 각자의 와인 취향, 서로의 맛집 등을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음식점 운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승철은 과거에 이미 경기도 평택에서 1000평짜리 대형 라이브 레스토랑을 운영했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는 규모가 너무 컸죠. 다시 음식점을 운영한다면, 손님과 교감이 잘 이뤄질 수 있는 테이블 6개짜리 아담한 음식점이면 좋겠어요. 손님에게 서비스도 잘 해줄 수 있는 규모가 좋아요."
욕심 많은 이승철은 또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
요리책과 같은 이색적인 도전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승철은 주저 없이 골프와 스키 강습 DVD를 꼽았다.
이승철은 실제로 골프와 스키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준다. 골프는 구력 15년에 핸디가 4이며, 스키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을 만큼 스키실력 뿐 아니라 애정도 상당히 깊다. 이승철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골프와 스키강습 DVD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지난 6월18, 1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펼친 공연 실황을 앨범과 DVD에 담아 2만 장 한정 발매했다. 라이브 앨범에는 무려 100컷에 달하는 생생한 공연현장 다큐멘터리 영상집이 담겨 있고, DVD는 5.1 돌비 시스템 등 첨단 사운드로 총 2시간 공연이 담겨 있다. 이승철은 "발매수량은 적게 하고 품질은 일반 음반보다 훨씬 높여 소장가치를 높게 했다"며 "양보다 질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위해 이승철은 몸관리도 철저하다. 보양식은 따로 하지 않지만 하루 3시간씩 매일 헬스클럽에 나가 걷기와 수영, 골프스윙을 한다. 덕분에 폐활량이 좋아진 이승철은 주말마다 콘서트를 치르지만 체력적인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 또 다른 20년을 위하여
이승철은 자신의 음악세계에만 빠져, 현재의 대중음악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는 가수가 아니라, 대중가요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대중의 취향을 잘 흡수한다. 그래서 자신의 고정 팬뿐만 아니라 신세대를 자신의 팬 층으로 흡수한다. 늘 대중곁에서 따뜻한 노래를 들려주는 이승철은 쉴 틈없이 또다른 20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승철은 다음달 영화 '청연'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을 발표한다. 주제곡 '서쪽하늘'을 비롯해 '만리꽃' '그대가 나에게' '달은 해가 꾸는 꿈' 등 이승철이 그동안 발표했던 영화, 드라마 음악들이 수록된다. 이른바 '이승철의 무비 컬렉션'이 되는 셈.
'서쪽하늘'은 '어머나' '캉캉' 등 세미 트로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작곡가 윤명선의 작품. 트로트 작곡가의 애절한 발라드곡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이승철은 "40곡 중에 어렵게 골랐는데 알고보니 윤명선의 발라드였다"면서 "윤명선은 이번에 유명 트로트 작곡가에서 발라드 작곡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승철은 오는 12월23,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갖고 2005년 마지막 날 31일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전국투어 '진성'을 갖는다. 내년 2월14일 밸런타인 콘서트를 벌이고 3월에는 뉴욕 LA 워싱턴 시카고 등 미국 4개 도시투어를 확정했으며 캐나다 밴쿠버와 호주 시드니 공연을 추진중이다. 정규 앨범은 내년 가을께 천천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정말 풍성한 수확을 거둔 것 같아요.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진성' 콘서트가 품질로 인정받고 싶어요.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돼 질 좋은 브랜드 공연으로 공인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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