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1집 모던록 계열 '안녕하세요' 발표

“‘스타킹’에 나가 스타는 됐는데 킹은 못됐어요.” “우린 끈기 있는 아이들만 모였어요. 노력이 천재를 뛰어넘는 법이죠”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걔 앞에만 가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기자 아저씨, 이건 기사에서 빼주세요.”
요즘 아이들(초등학생 이하 유소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질문의 수준이나 어휘선택이 도무지 애들 같지 않다. ‘초딩 밴드’ 페네키(Fenneky)를 인터뷰하며 여러 번 ‘경악’했다. 언어유희를 알았고, 점잖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ㆍ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를 요청하기도 했다.
페네키는 이미 지난 2월 SBS ‘스타킹’에 ‘초딩밴드’란 이름으로 출연해 이미 유명세를 탔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40대 동방신기(현 파파스)에 뒤져 ‘킹’이 되지 못했지만 초등학생이라곤 믿기지 않는 연주실력과 무대매너로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소속사 측에서 재미삼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연주하는 장면을 UCC사이트에 올렸는데, 큰 반향을 일으키며 SBS ‘스타킹’ 제작진의 눈길까지 끌어 출연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지난 어린이날에는 청와대 공연도 가졌다.
‘스타킹’ 출연은 유명세를 떨치고 얼굴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지만, 아이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악성댓글과 문자메시지를 또래 친구들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페네키는 지난해 6월 오디션을 통해 백소명(13ㆍ기타 보컬) 박주형(12ㆍ베이스 보컬) 임찬석(12ㆍ키보드) 박재희(11ㆍ기타) 백원조(11ㆍ키보드 보컬), 김준호(11ㆍ드럼)를 뽑아 결성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소속사 대표가 아이들이 부를 만한 가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초등학생 밴드를 기획하게 됐다고. 페네키란 이름은 사막여우의 학명인 페네쿠스 제드라에 어원을 두고 있다.
페네키 아이들은 꿈은 원대했고 각오도 그만큼 다부졌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기타리스트 박재희는 마이클 잭슨과 마커스 밀러 밴드 등을 좋아한다며 “열심히, 집중력 있게 연습하면 우리도 훌륭한 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베이스기타를 1년 반 쳤다는 그는 “인생을 음악에 바쳤다. 페네키에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이렇게 음악성이 뛰어난 줄 몰랐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멤버들이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쳤다. 이에 인터뷰에 배석한 소속사 관계자는 “재희는 능력을 자꾸만 알아간다.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한다. 잠 잘 때도 베이스 붙잡고 자고, 기타가 잘 안될 때 울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교회 성가대에서 3년 반 피아노를 쳐 수준급 실력을 갖춘 백원조는 “페네키 활동 전에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키보드가 좋아요. 그래서 ‘키보드 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며 어린이다운 장래희망을 드러냈다. 백원조는 마이클 잭슨이 어릴 적 잭슨파이브 시절 불렀던 ‘벤’의 음색과 비슷하다고 하자 즉석에서 모창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자주 나간 덕택에 영어는 프리토킹 수준이며 일본어도 수준급이라고.

드러머 김준호도 백소명의 장래희망에 자극을 받았는지 “검사가 꿈이었는데, ‘드럼 치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1년 반 드럼을 쳤으며 드럼이 악기 중 최고의 악기라 자랑했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토니 로이스터 주니어. 김준호는 팔 힘이 강해 팔씨름을 잘한다며 귀엽고 작다고 얕보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자신이 태권도 2단이며, 3학년 때는 ‘학교 짱’이었는데 이젠 시시해서 안 싸운단다.
이들에 비하며 백소명과 박주형의 꿈은 소박했다. 백소명은 비틀즈를 좋아하며, 기타치며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각종 동요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박주형도 “커서 로커가 되고 싶다”고 했다.
키보디스트 임찬석은 다른 멤버와 달리 춤에 능하다고 했다. 팀에서 얻은 별명도 ‘리틀 비’다. 박재희는 “원조 비보다는 아니지만 정말 잘 춘다”고 증언했고, 백원조는 “부모님이 유연한 몸을 선물했다”고 거들었다. 임찬석은 특히 박진영의 ‘허니’와 비의 ‘It's Raining’ ‘I'm Coming’,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세븐의 ‘열정’ ‘난 알아요’ 등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춤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소속사 관계자는 “춤을 출 때면 가끔 아이가 아닌 남자로 보일 때가 있다”고 했다.
페네키의 데뷔곡은 모던록 계열의 ‘안녕하세요’. 갈수록 높아져가는 어른들의 마음의 벽을 어린이들의 노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따스하게 만드는 곡이다. ‘헤어지지 마세요’도 모던록 풍으로, 부모들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이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 ‘사고뭉치 뭉치’ ‘굿바이’ 등이 수록됐다.
페네키의 진가는 공연장에서 드러난다. 공략대상도 단순히 또래 친구들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페네키의 공연을 보고 나면 금방 빠져들고 만다.
공연은 대략 1시간30분으로 11곡을 들려주며, 개인기 무대도 있다. 레퍼토리는 데뷔음반 수록곡과 애니메이션 ‘나루토’ 주제곡 ‘활주’ ‘질주’,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김수철의 ‘젊은 그대’ 등이다. 박재희는 현재 공연이 나중에 잘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평가했다.
다섯 명의 어린이들과의 인터뷰는 난감한 상황도 많았고, 산만하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했더니 자신은 여자친구 많아 문어다리라 했다(백소명). 한 아이가 이야기하면 다른 아이들도 경쟁심에 마구마구 이야기를 쏟아낸다. 백원조도 여자친구가 있지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모씨”라며 힌트도 줬다. 임찬석은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앞에만 다가가면 두근두근거린다”고 깜짝한 고백을 했다.
두 시간 남짓 인터뷰를 마치고 페네키 아이들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백원조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기사 잘 써달라”며 기자를 덥석 포옹한다. 고개를 올려 기자를 쳐다보며 “혹시 결혼하셨어요?”라고도 묻는다. 왜 묻냐고 되묻자 “그냥요”라며 웃는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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