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20년이 훌쩍 넘은 밴드 경력, 그리고 독특한 무대매너는 너무도 오래 기다렸던 한국팬들의 목마름을 단숨에 해소시켰다. 물론 혼신의 힘을 다한 2시간여의 연주와 노래를 현장에 모인 1만여 팬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비주얼 록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일본 대표 록밴드 엑스재팬(X JAPAN)은 28일 오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가졌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1980년대 중반 결성된 엑스재팬이 한국에서 처음 여는 공연이었다.
엑스재팬은 리허설과 무대 연출에 보다 총력을 기울이다,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콘서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팬들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엑스재팬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1시간의 기다림 정도는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체조경기장은 암전됐고,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드럼, 피아노)를 필두로 토시(보컬) 파타(기타) 히스(베이스) 스기조(기타, 바이올린) 등 멤버들 모두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X"를 연호했다.
엑스재팬은 'Jade'로 공연을 시작을 알렸다. 이에 팬들은 열광과 환호는 더욱 뜨거워졌다.
토시는 첫 곡을 끝낸 뒤 한국어로 "서울 코리아. 여러분 안녕하세요"를 큰 소리를 외쳐 관객들을 흥분케 했다.

이어 엑스재팬은 'Rusty Nail' 'Silent Jealousy' 'Drain' 등을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연속으로 선사했다. 이후 토시는 영어로 "요시키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까?"라고 말한 뒤 마이크를 요시키에게 넘겼다.
그러자 요시키는 특유의 미성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또한 영어로 "이 순간을 정말 오래 오래 기다렸고 너무나 기쁘다"라며 한국 첫 공연에 대해 감격의 뜻을 전한 뒤 "오늘이 우리의 아시아 투어의 첫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도 엑스재팬의 한국팬에 대한 서비스는 끊이지 않았다. 요시키는 직접 피아노로 한국민요 '아리랑'을 연주해 관객들을 감동케 했으며, 공연장을 직접 한 바퀴 돌며 팬들 가까이서 "스크림"을 외치기도 했다.
또한 요시키는 앙코를 무대 때 여자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여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깊고 유쾌한 감정을 심어줬다.
이날 공연에서는 가슴 뭉클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특히 토시가 공연 중간, 먼저 세상을 떠난 엑스재팬 멤버들인 히데와 타이지를 언급할 때와 요시키가 앙코르 무대 때 다시 한 번 "우리는 오늘 콘서트를 히데 및 타이지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울먹일 때는 관객들 역시 슬픔과 그리움에 젖었다. 엑스재팬 기타리스트였던 히데는 지난 1998년 사망했고, 베이시스트였던 타이지는 올 7월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엑스재팬은 'Kureani' 'Born to be free' 'I.V' 'X' 등도 연속으로 들려준 뒤 앙코르 곡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Endless Rain'과 'Art of life' 등 총 10여곡을 선사하는 것으로써 첫 내한 공연을 마쳤다.
한편 일본 록신의 살아있는 전설 엑스재팬은 지난 1980년대 중반 결성된 뒤 89년 메이저 시장에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다 지난 1997년 해체했고, 10년만인 2007년 재결합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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