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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전통' 그래미, 음악이 빛난 '용감한' 시상식

'54년전통' 그래미, 음악이 빛난 '용감한' 시상식

발행 :

박영웅 기자
아델(위)과 푸 파이터즈 <사진=엠넷 방송 캡쳐>
아델(위)과 푸 파이터즈 <사진=엠넷 방송 캡쳐>


13일(한국시간 기준)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는 한해 팝계를 위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54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는 수상자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신구 뮤지션들의 합동 무대 등 음악장르의 다양성이 공존했다.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만큼 지난해 팝계를 흔든 최고의 뮤지션들에게는 물론 관록의 재즈가수와 컨트리 가수에도 골고루 상은 돌아갔다. 전통과 역사의 시상식이기에 팝계 전반을 아우르는 수상 결과와 함께 '보는 재미'도 더한 음악축제였다. 반면 시상식 전날 세상을 떠난 고 휘트니휴스턴을 추모하는 무대도 마련, 최고의 팝 디바에 깊은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올해는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e)이 총 6개상을 받으며 제 54회 그래미 어워즈의 주인공이 됐다. 아델은 그래미 어워즈에서 주요 4개상(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신인상) 중 'Rolling In The Deep'으로 올해의 레코드상과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다.


또한 앨범 '21'으로 올해의 앨범상, 최우수 팝 보컬 앨범상, 히트곡들인 'Someone Like You'로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상, 'Rolling In The Deep'으로 최우수 쇼트 폼 뮤직비디오상 등 총 6개의 상을 가져갔다.


실력파 록밴드 푸 파이터즈는 5관왕에 올랐다. 푸 파이터즈는 'Wasting Light'로 최우수 록 앨범상, 'Walk'로 최우수 록 노래상과 최우수 록 퍼포먼스상, 'White Limo'로 최우수 하드 록/메탈 퍼포먼스상, 'Foo Fighters: Back And Forth'로 최우수 롱 뮤직비디오상 등 5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니키 미나즈 <사진=엠넷 방송 캡쳐>
니키 미나즈 <사진=엠넷 방송 캡쳐>


결과적으로 올해 그래미는 영국 출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주요 상을 선사했다.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래미가 미국이 아닌, 영국 출신에 최고의 영예를 안긴 점과 컨트리 및 팝으로 분류되는 아델의 음악에 대중성에 버금가는 큰 점수를 준 셈이다. 이로써 아델은 그래미를 통해 뜨거운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음악성 또한 인정받게 됐다. 신인상을 수상한 4인조 포크 밴드 본 아이버가 제이 콜, 니키 미나즈, 스킬렉스 등 주류 팝스타를 제친 것도 인상적이다.


이날 그래미의 규모와 다양성은 아이돌 음악에 편중된 국내 가요계 및 시상식의 흐름과는 달랐다. 카니예 웨스트는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지만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을 비롯한 4개의 상을 가져갔다. 시상식에 참석해야 상을 주는 국내 일부 시상식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수상자가 빠져도 상을 주는 '용감한(?) 시상식'이었다.


그래미 어워즈는 그래미의 오랜 전통대로 대중적인 인기 뿐 아니라 뮤지션의 실력이나 음반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시상 기준이 된다. 해마다 수상 부문이 늘어나 현재는 팝, 록,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 재즈 등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총망라, 올해 역시 다양한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전 세계 음악의 흐름을 관통하는 팝계의 오랜 전통과 권위를 내세운 고유의 시상식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 시상식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 적어도 다양한 장르 음악에 대한 고른 균형, 신구 뮤지션들의 조화 등의 측면에서 그렇다. 그래미가 '송 오브 더 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수상 부문을 마련하고 송라이팅에 참여한 뮤지션들에 상을 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국내 가요시상식의 존재가 다시금 재조명 받게끔 한다. 국내 여러 시상식들이 모두 각자의 색깔을 띠고 있지만, 일부 기획사들의 불참과 편 나누기 등 매해 해묵은 논란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미 시상식 또한 여러 부분에 있어 완벽한 시상식이라 할 수는 없다. 판매량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에 공정성 시비가 일 여지도 있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인기도 보다는 작품성에 중점을 둔 결과다.


시상식은 한해 왕성한 활동을 펼친 아티스트들에 성과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음악계의 '숨은 보석'을 찾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라 존스와 컨트리 밴드 레이디 엔터벨룸, 캐나다 출신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경우가 그랬다. 이들은 그래미를 통해 주목받은 뒤 팝스타로 떠올랐다.


세상을 떠난 팝 스타들을 기리는 추모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그래미 측은 휘트니 휴스턴이 과거 그래미 시상식에서 불멸의 히트곡 '아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부르는 장면과 미소 속에 상을 받던 모습 등을 영상을 보여 주며 그녀를 애도했고, 헤비 디, 게리 무어 등 고인들을 재조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 휘트니휴스턴, 스티비원더, 제니퍼 허드슨(위부터) <사진=엠넷 방송 캡쳐>
고 휘트니휴스턴, 스티비원더, 제니퍼 허드슨(위부터) <사진=엠넷 방송 캡쳐>


지난 1985년 데뷔한 휘트니 휴스턴은 생전 그래미상을 무려 6차례나 수상, 그래미 시상식과 인연이 깊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스티비 원더, 제니퍼 허드슨 등 팝스타들이 휴스턴에 애도를 표했다.


시상식이란 공정성을 중심으로 대중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음악축제로 치러져야 한다. 여기에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놓칠 수 없는 재미이자 의무다.


이날 그래미는 현재 활동하는 최고의 여성 팝스타 리한나와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협연을 통해 장르를 초월한 특별 무대를 만들었다. 폴 매카트니, 토니 베넷, 그렌 캠벨 등 그 간 방송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거장 뮤지션들도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국내 시상식도 변해야 한다. 트로트 가수들과 걸 그룹 멤버들이 꾸미는 합동무대, 선정적인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 등이 아닌, 가수들이 직접 '뮤지션쉽'을 갖고 임하는 특별한 공연이 절실하다. '참석자=수상자' 공식이 통하는 점도 국내 시상식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다.


시상식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공존해야 한다. 아이돌 열풍 안에서 몇 명의 싱어송라이터에 상을 수여하며 '다양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참석해 한해를 마무리하는 진짜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돌 눈치 보기가 아닌, 진짜 음악에 상을 주는 '용감한 시상식'이 절실하다. K-팝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 장르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아닌지 주목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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