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 지난 11일, 생애 첫 투표권을 얻은 아이돌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첫 투표권을 행사한 아이돌 스타들은 1991년 6월3일생부터 1993년 4월11일생까지다.
이날 선거에는 손동운을 비롯해 포미닛 현아, 씨스타 소유, 달샤벳 아영과 지율, 스텔라 가영, 나인뮤지스 민하 등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도장 몇 개 '쾅' 찍고 나오는 것이 그리 신기하고 설레였을까. 수천명이 바라보는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이날만큼은 갓 투표권을 획득한 대한민국 새내기 유권자라 풋풋하기만 했다.

비가 온 뒤 먹구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오전 9시, 걸 그룹 달샤벳 아영(20)은 밖을 나서기 전 주민등록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투표를 하려면 신분증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매니저의 신신당부가 있었기 때문. 아영은 주소지인 서울 성동구로 이동해 투표소가 마련된 행당초등학교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곳은 아영이의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모교이기도 하다. 아영은 "뭔가 어른이 된 것 같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나의 한 표로 인해 투표율이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대도 나타냈다.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경로당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멤버 손동운(20)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역을 위한 일꾼과 나라를 책임질 정당을 내손으로 뽑겠다고 나선 것.
"반장, 부반장 선거 이후 처음 하는 것 같다"는 손동운은 난생 처음 참여하는 국민투표가 신기하기만 한 듯 연신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10여 분 만에 투표를 마치고 돌아온 손동운은 "잘 모르겠죠?"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리둥절했는데 (투표가) 금세 끝난 것 같다"며 "(그래도)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첫 투표를 하게 되서 기분은 좋다"라고 말했다.

92년 6월생인 현아(19)도 이날 생애 첫 투표가 얼떨떨하긴 마찬가지다. 오후 5시 30분께 투표소에 온 현아는 설레는 표정으로 "신기하다"고 연신 말했다. 신분 확인 절차를 밟은 현아는 흰 천위에 적혀진 기표소를 가리키며 "여기로 들어가면 되나요?"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날 아이돌 스타들의 등장에 고요함이 흐르던 투표소에 활기가 차올랐다. 현아를 알아 본 10여 명의 인근 주민들은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현아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투표소 안내를 돕고 있던 자원봉사자들도 잠시 일을 접어두고, 현아가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현아는 다음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국악고 얼짱'으로 잘 알려진 스텔라의 가영도 투표소에서 싸인 공세를 받아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손동운은 투표소에 기다리던 팬들의 싸인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인사를 나누는 등 배려 깊은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음 투표엔 더 관심 가지고 신중히 투표"
사실 이날 투표 현장에서 만난 아이돌 스타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은 느낄 수 없었다. 정치에 대해 묻자 대부분의 가수들은 "투표를 하루 앞두고 후보자 명단을 살펴보게 됐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거법 위반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몇몇 아이돌은 카메라 앞에서 '브이(V)자'를 그렸다가, 기호2번을 연상케 해 선거법에 위배될 수 있어 급하게 손을 접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의 투표 참여가 선거에 무관심한 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성 정치권의 사뭇 진지한 행위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일부 계층에 친근함을 선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손동운은 "정치를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지만, 내가 던진 한 표가 앞으로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아는 "다음 선거를 하기 전에는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신중한 투표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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