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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내공 韓아이돌, 아직 승부는 안끝났다

20년 내공 韓아이돌, 아직 승부는 안끝났다

발행 :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데뷔 초반 아이돌 모습. 왼쪽 위부터 원더걸스, 빅뱅, 포미닛, 씨엔블루, 소녀시대, 비스트, 씨스타, 티아라, 시크릿 ⓒ스타뉴스
데뷔 초반 아이돌 모습. 왼쪽 위부터 원더걸스, 빅뱅, 포미닛, 씨엔블루, 소녀시대, 비스트, 씨스타, 티아라, 시크릿 ⓒ스타뉴스

토사구팽도 이런 토사구팽일 수가 없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K팝 열풍'의 첨병으로서, 한국 대중가요가 외국에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서,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잇는 '한류'의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던 아이돌그룹. 하지만 최근의 싸이 열풍과 앞서 버스커버스커, 지금의 나얼의 예상 밖 선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토끼사냥은 이제 끝났다'를 외치는 격이다.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각종 한국 드라마들이 일본과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린 후 3, 4년만에 한류가 싸늘히 식었을 때 이를 다시 뜨겁게 달궈준 건 바로 아이돌 동방신기였다. 비록 큰 성과는 나지 않았으나 철옹성의 미국 팝시장에 도전한 건 다름 아닌 아이돌 원더걸스였고, 유럽에서 K팝의 위세를 알린 건 역시나 아이돌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에서 K팝을 버텨주고 있는 건 슈퍼주니어이고, 일본에서 새로운 K팝의 명맥을 잇고 있는 건 2년차 신예 보이프렌드, 멀린 독일에서 홀로 선전하는 팀 역시 올해 데뷔한 힙합아이돌 B.A.P다. 일본에서 수년 째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빅뱅, 중남미 시장에서 독보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거의 유일한 K팝 스타 JYJ는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아이돌들의 표면적인 '명맥'과 '선전'만이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199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아이돌은 지금에서야 'K팝'이라 불리는 한국 대중가요의 든든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끊임없는 젊은 피였다. '세련된'(?) 외국 팝송이 지배했던 1970, 80년대의 관성을 끊고, 10대 팬들을 대거 국내 가요신에 끌어들인 것도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의 아이돌 덕분 아니었나.


물론 아이돌은 이 20년 동안 커다란 폐해도 낳았다. 70년대 대마초파동과 가요심의라는 폭압 속에서도 신중현, 산울림, 사랑과 평화, 이장희, 송창식, 양희은, 김정호 등이 심었고, 80년대 신군부 집권 이후에도 송골매, 들국화, 이문세, 이정선, 조동진, 유재하, 나미, 정태춘, 이광조, 김현식, 김광석, 변진섭, 부활, 벗님들, 신촌블루스, 시나위 등이 이은 K팝의 '다양한' 힘의 원천이 순식간에 댄스 음악 일색으로 바뀌게 한 일등 장본인이라는 것.


진중한 가요평론가와 팬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90년대는 좋았다'는 소리가 많다. 신해철, 넥스트, 윤상, 신승훈, 공일오비, 안치환, 장필순,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 조규찬, 이승철, 조동익 등이 아이돌에 대항할 수 있었다는 것. 96년 언니네이발관을 시작으로 조용히 세를 형성한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더더밴드, 크라잉넛 등의 인디가 알게 모르게 K팝을 지탱케 해준 버팀목으로 작용했다는 것.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모든 것은 아이돌 차지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드렁큰타이거, 허니패밀리, 리쌍,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등 끈질긴 생명력으로 한때 아이돌을 위협했던 주류 힙합의 좋았던 시절을 빼놓으면 몽땅 아이돌 일색이 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다. 더욱이 2008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라는 슈퍼 걸그룹의 대박 신화 이후 가요기획사들이 너나할 것이 내놓은 걸그룹, 보이그룹은 분명히 '공멸'을 스스로 재촉한 길이기도 했다. 가요가 팬시가 됐다는 자조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버스커버스커, 싸이, 나얼, 허각, 서인국 등 솔로가수와 비(非)아이돌들의 선전을 빌미로 아이돌을 조기 '귀향'시키는 건 옳지 않다. 뭐 하나 도와준 것 없이 이들을 K팝의 첨병으로 내몰았다가 무대 뒤로 끌어내리려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이는 또한 20년 동안 세대와 세월이 바뀌는 와중에도 아이돌들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던 수많은 팬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무책임한 돌팔매질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등장한 20년 아이돌 디스코그래피의 면면(정규 앨범 기준)은 그래서 지금 되돌아 봐도 뜨겁다.


▷92년 = 서태지와 아이들 1집

▷93년 = 서태지와 아이들 2집, 듀스 1·2집, 솔리드 1집

▷94년 = 룰라 1집,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쿨 1집

▷95년 = R.ef 1집, 듀스 3집, 룰라 2·3집, 솔리드 2집, 서태지와 아이들 4집, 터보 1집, 패닉 1집

▷96년 = H.O.T 1집, R.ef 2집, 구피 1집, 솔리드 3집, 영턱스클럽 1집, 이현도 1집, 쿨 3집, 클론 1집, 터보 2집

▷97년 = H.O.T 2집, N.R.G 1집, S.E.S 1집, 디바 1집, 솔리드 4집, 언타이틀 2집, 업타운 1집, 영턱스클럽 2집, 젝스키스 1·2집, 지누션 1집

▷98년 = god 1집, H.O.T 3집, N.R.G 2집, S.E.S 2집, 구피 2집, 디바 2집, 베이비복스 2집, 신화 1집, 언타이틀 3집, 원타임 1집, 쿨 4집, 핑클 1집

▷99년 = god 2집, H.O.T 4집, S.E.S 3집, 구피 3집, 신화 2집, 지누션 2집, 컨츄리꼬꼬 2집, 핑클 2집

▷2000년 = god 3집, S.E.S 4집, 보아 1집, 원타임 2집, 클릭비 2집

▷2001년 = 지누션 3집, 핑클 3집

▷2002년 = 보아 2집, 핑클 4집

▷2003년 = 슈가 2집

▷2004년 = god 4집, 동방신기 1집, 원티드 1집, 지누션 4집

▷2005년 = 동방신기 2집, 버즈 2집, 원타임 5집, 쥬얼리 4집

▷2006년 = SS501 1집, 노을 3집, 동방신기 3집, 빅뱅 1집,

▷2007년 = FT아일랜드 1집, 소녀시대 1집, 원더걸스 1집, 카라 1집, 슈퍼주니어 2집

▷2008년 = FT아일랜드 2집, 동방신기 4집, 빅뱅 2집, 샤이니 1집

▷2009년 = FT아일랜드 3집, 슈퍼주니어 3집, 지드래곤 1집, 카라 2집, 티아라 1집, 2PM 1집

▷2010년 = 샤이니 2집, 소녀시대 2집, 슈퍼주니어 4집, 유키스 1집, 샤이니 2집, 2AM 1집, 2NE1 1집

▷2011년 = f(x) 1집, M.I.B 1집, 동방신기 5집, 미쓰에이 1집, 비스트 1집, 소녀시대 3집, 시크릿 1집, 씨스타 1집, 씨엔블루 1집, 애프터스쿨 1집, 엠블랙 1집, 원더걸스 2집, 유키스 2집, 인피니트 1집, 제국의 아이들 1집, 카라 3집, 포미닛 1집

▷2012년 = 달샤벳 1집, 동방신기 6집, 슈퍼주니어 6집, 에이핑크 1집, 오렌지캬라멜 1집


맞다.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 어느 분야도 그러하듯 가요신도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의 논리로 흘러간다. 섣부른 구호 섞인 당위성으로 팬들의 취향은 결코 바뀌지 않으며, 거꾸로 정치 경제의 마구잡이 폭압과 인위적인 강제조정 속에도 히트가요는 살아남는다. 아이돌의 생명력이 다 하면 논리적 비난이나 준엄한 디스에 앞서 먼저 팬들과 시장이 등을 돌린다.


20년을 버텨온 아이돌, 소중한 K팝의 자산으로서 이들의 승부는 결코 그리고 절대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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