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0일 케이블 채널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1차 오디션이 치러진 인천 남동 체육관.
무려 7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이날 오디션 현장에는 아이돌 출신 래퍼, 이미 언더그라운드를 평정한 실력파 등 다양한 지원자들의 치열한 랩 경연이 벌어졌다. 저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랩을 쏟아내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힙합 그룹 리듬파워의 멤버 지구인(29·이상운)과 행주(29·윤형준)도 이들 사이에 껴있었다. 그동안 무명에 가까운 시절에 보냈던 둘에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였고, 그만큼 절박한 무대였다.
"인생극장처럼 나왔더군요. 하하. 뭐, 잃을 건 없었죠."(행주)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만난 행주는 예선 초반 탈락이 못내 아쉬웠지만, 본선까지 활약해준 지구인 덕에 팀을 알릴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구인도 "고향인천에 가면 이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꽤 많다"며 해맑게 웃었다.
지난 2012년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리듬파워. 언더그라운드 시절 다이나믹 듀오의 레이블 아메바컬쳐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기대주'로 주목 받았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멤버 보이 비가 입대한 뒤 보낸 1년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변변치 못한 수입에 음악을 그만둬야하나 고민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쇼미더머니'는 벼랑 끝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힙합을 왜곡되게 전달한다는 일부 힙합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모르는 바 아니다. 대중의 관심이 절실했지만 감내해야할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다.
"나름 열심히 활동했는데 인지도가 제로에 가까웠어요. 처음에 '쇼미더머니' 나간다니까 회사에서도 많이 걱정했죠. 그냥 밀어붙였어요. 위험한 도전이었죠. 혹여나 잘 안 될까봐 고민도 됐지만, 현 상황을 직시해야 했어요. '쇼미더머니'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아요. 우선 닥치는 대로 해보자는 심정이었죠."(지구인)
그리고 방송을 끝낸 지금 이들은 유명세를 얻었다. 지구인은 '쇼미더머니4'에서 릴보이, Sik-K와 함께 부른 '리스펙트'(Respect)로 난생 처음 음원차트 1위도 해봤다.
지난 25일 스타뉴스를 찾은 리듬파워 지구인, 행주와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이야기를 나눴다.

-'쇼미더머니4' 출연 이후 어떻게 지냈나.
▶(행주)지구인이 출연하는 방송을 매주 모니터했다. 탈락 후 일주일 정도 속상해 하다 하던 거나 열심히 하잔 생각에 작업 중이던 솔로앨범 준비에 집중했다.
▶(지구인)지난 7월말쯤 '쇼미더머니4'에서 탈락한 것 같다. 두 달 정도 촬영했다. 방송 초반엔 많이 안 나와서 상심했는데 5회부터 많이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쇼미더머니4' 출연하게 된 계기는?
▶(지구인)어느 순간부터 '쇼미더머니'에 나온 래퍼와 안 나온 래퍼로 나누더라. 우리처럼 인지도가 낮은 래퍼들은 오히려 안 나가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시즌3부터 나가고 싶었는데 사정상 못나갔고, 이번엔 진짜 나가야했다. 최근 1년 수입을 확인해보니 500만 원 정도 벌었더라. 이제 나이도 서른이라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우울증도 앓았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지금 치고 올라오는 젊은 래퍼들과 경쟁했을 때 내가 경쟁력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행주)리스크도 있었고, 겁도 났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겨를도 없는 게 우리 현실이었다. 난 비록 일찍 떨어졌지만 지구인이 너무 잘해줘서 후회는 없다. 애초 단단히 마음먹고 나갔기 때문에 상처 받을 건 두렵지 않았다.
-매 시즌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쇼미더머니'를 향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래퍼들도 제작진의 자극적인 편집 방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는가.
▶(지구인)'쇼미더머니'가 힙합을 알리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힙합 음악이 멜론 음원차트 1위를 찍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순기능이고, 시즌마다 수혜를 받는 사람도 생긴다. 물론 역기능도 있다. 자생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엄한 피해를 본다. '디스'처럼 서로를 씹는 랩이 힙합 고유의 멋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대중의 반응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행주)MC메타 형님은 '쇼미더머니' 디스 랩도 쓰셨더라. 솔직히 디스하시는 형님들의 생각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각자 판단하면 될 것 같다. 나도 '쇼미더머니'가 좋지 않지만 나갔다. 지금은 답을 내릴 수 없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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