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4년 11월 창간된 미국 음악 잡지 빌보드는 1930년대부터 음악 사업의 부흥과 함께 빌보드라는 이름의 공인된 음악 차트를 설립했다. 이 차트는 정확히는 1940년 7월 공식적인 첫 레코드 차트로 출발해 지금의 '빌보드 차트'로 정립됐다. 이 중 메인 차트로 분류되는 빌보드 핫 100 차트는 1958년 8월 4일, 빌보드 200 차트는 1963년 8월 17일부터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빌보드 차트에서 K팝이 이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역사는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대한민국 가요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고 이후 H.O.T.의 데뷔를 기점으로 소위 'K팝 아이돌'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음악 시장이 탄생한 1990년대 후반으로부터 약 10년여 만에 K팝의 빌보드 진입 장벽이 무너졌으니 이 역시 놀라운 성장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빌보드 핫 100 차트와 빌보드 200 차트는 각각 노래 1곡과 앨범의 판매량을 매주 집계,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의 대표적인 메인 차트. 빌보드 핫 100 차트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 디멘드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이 합산돼 순위에 반영되며 빌보드 200 차트는 온전히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데 CD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 발매되는 추세에 맞게 스트리밍 1500회, 다운로드 10회를 각각 음반 1장 판매로 수치화해 집계하고 있다.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 가수는 바로 걸그룹 원더걸스였다. (엄밀히 따지면 이전의 김시스터즈나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역시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한 한국 가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외국 멤버가 팀에 포함돼 있었다.) 원더걸스는 지난 2009년 10월 31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텔 미', '소 핫'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 최고 인기 걸그룹으로 성장했던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 이후 영어 버전으로 발표했던 '노바디'는 아쉽게도 1주 만에 차트 밖으로 나갔지만 한국 가수 최초, 더 정확히는 K팝 최초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12년 발매됐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지금까지도 국내외에서 그야말로 '신드롬'으로 회자가 되고 있는, K팝 역사에 있어서 가장 대단했던 빌보드 차트 진입 사례로 꼽힌 곡이었다. '강남스타일'은 2012년 9월 22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 64위로 처음 진입한 이후 2012년 9월 29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 11위를 거쳐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에 올랐다. 당시 1위에 올랐던 마룬5 '원 모어 나잇'과 치열한 1위 경쟁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강남스타일'은 총 7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 이후 순위가 하락했고 국내 팬들은 싸이의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핫 100 1위 등극 실패를 아쉬워했다.
싸이는 이후에도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젠틀맨', 힙합 신 레전드 스눕독과 함께 부른 '행오버', 그리고 '대디'까지 4곡 연속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며 '국제 가수'로서 전 세계적인 화제성을 이어갔다.
빌보드 핫 100 차트의 K팝 진입 역사는 싸이 이후 2016년 2NE1 멤버 씨엘의 94위를 거쳐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9월 'DNA'로 빌보드 핫 100 차트 67위를 기록, 처음 진입한 것을 필두로 스티브 아오키와 협업한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 28위, '페이크 러브' 10위, '아이돌' 니키 미나즈 피쳐링 버전 11위 등을 기록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9월 발표한 '뚜두뚜두'로 발매 첫 주 55위에 진입, K팝 걸그룹 역대 빌보드 핫 100 차트 최고 순위 기록을 갈아치웠고, 두아 리파와 함께 부른 '키스 앤 메이크 업'으로 역시 발매 첫 주 93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200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한 한국 가수는 보아였다. 보아는 2009년 발매한 'BoA'라는 앨범으로 2009년 4월 4일 자 빌보드 200 차트 12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앨범은 보아의 미국 데뷔 앨범이자 브리트니 스피어스, 션 가렛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작업에 참여하는 등 화제성과 완성도 등 여러 면에서 의미가 남달랐던 앨범이기도 했다. 'BoA'는 아쉽게도 빌보드 200 차트 2주 연속 차트인에는 실패했다.
보아 이후 2012년 빅뱅이 EP 앨범 '얼라이브'로 150위, 소녀시대-태티서가 '트윙클'로 126위에 이름을 올렸고 빅뱅 멤버 지드래곤 역시 '원 오브 어 카인드'로 161위를 기록,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K팝 아티스트임을 차례로 입증했다.
2013년부터는 매년 K팝 가수들의 빌보드 200 차트 진입이 이어졌다. 2013년 지드래곤 '쿠데타 Pt.1' 182위, 2014년 소녀시대 '미스터 미스터' 110위, 2NE1 '크러쉬' 61위, 엑소 '오버도스' 129위, 태양 'Rise' 112위, 2015년 엑소 '엑소더스' 95위,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pt.2' 171위, 방탄소년단 '화양연화-영 포에버' 107위, 2016년 방탄소년단 '윙스' 26위, 방탄소년단 '유 네버 워크 얼론' 61위, 빅뱅 '메이드' 172위, 2017년 지드래곤 '권지용' 192위, 엑소 '더 워' 87위,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承 'Her' 7위 등이었다. 이 중 LOVE YOURSELF 承 'Her'는 총 44주 차트인으로 역대 K팝 앨범 빌보드 최장 기간 차트인 기록을 갖고 있다.

2018년 K팝 뮤직은 빌보드 메인 차트에 더 많이 진입하고 있고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최근 발표하고 있는 앨범마다 엄청난 성공을 이뤄내면서 K팝의 빌보드 진입 장벽을 깨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K팝의 빌보드 정복 역사에 한 획을 새로 그었다. 방탄소년단 앨범 LOVE YOURSELF 承 'Her'가 2017년 빌보드 200 차트 7위로 K팝 역대 빌보드 200 차트 최고 순위를 갈아치운데 이어 2018년 LOVE YOURSELF 轉 'Tear'와 LOVE YOURSELF 結 'Answer'로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200 1위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한편 2018년 11월 3일 자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는 총 4팀(가수)의 K팝 가수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가 빌보드 200 차트 50위(9주 연속 차트인)에 오른 것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믹스테이프 앨범 '모노'가 25위, 엑소 중국인 멤버 레이의 미국 데뷔 앨범 '나마나나'가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블랙핑크가 두아 리파와 함께 부른 '키스 앤 메이크 업'은 빌보드 핫 100 차트 93위에 올랐다. 순위 자체를 떠나 K팝 아티스트들의 여러 앨범과 노래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나란히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빌보드 K팝 차트인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라고 해도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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