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은 공연계에서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각종 페스티벌에서 줄줄이 취소 사태가 발생, 국내 뮤직 페스티벌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 무려 네 개의 음악 페스티벌이 개최 예정이었다. 이 중 순탄하게 진행된 페스티벌이 전무하다.
먼저 27~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은 반쪽짜리 페스티벌로 관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은 공연 3일 전 미국 가수 H.E.R.의 갑작스러운 출연 취소로 잡음이 일었다. 또 공연 2일 차 10팀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기로 예정된 가운데, 앤 마리, 다니엘 시저, 빈지노, DJ Light까지 네 팀의 무대가 취소됐다. 여기에 몇몇 아티스트는 무대가 축소되며 총 공연시간 550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 측의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는 관객은 물론 뮤지션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 측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무대가 취소됐다고 관객에게 알렸지만, 뮤지션들은 오히려 날씨 문제로 주최 측의 강요를 받아 공연이 취소됐다고 반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출연이 예정됐던 앤 마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며 "사고가 발생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에 서명을 강요받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앤 마리는 한국 팬들을 위해 호텔 내부에서 무료 공연을 열었다.
지산록페스티벌은 공연 3일 전 공연을 전면 취소했다. 주관사 디투글로벌컴퍼니는 투자자의 미지급, 공동제작사의 구속으로 인한 조직도 재편성 등의 문제를 이유로 들며 "업무 능력 부족"을 인정했다. 지산록페스티벌에 출연 예정이었던 호주 밴드 기저드&더 리저드 위저드는 공연 취소에도 한국을 찾아 서울 홍대에 위치한 클럽 샤프에서 100여명의 관객을 상대로 깜짝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7~28일 부산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도 비난의 여지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유료로 전환해 헤드라이너로 미국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를 발표했지만, 매니지먼트 사칭 업체에 사기 당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결국 시스템 오브 어 다운 대신 그룹 지오디가 공연 첫날 해드라이너로 섰지만 "록페스티벌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산락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한 아티스트는 "내년에는 록페스티벌이 아니라 부산뮤직페스티벌이 될지도 모른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부산 송정초등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드썸머페스티벌도 지난 12일 주최 측 사정으로 돌연 취소를 발표했다.
다음 달 9~11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해부터는 그간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진행해온 예스컴 대신 새 사업자가 들어오면서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섭외된 밴드 위저, 더 프레이, 코넬리우스 등의 명성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영리적 목적만 추구하며 무분별하게 생겨난 페스티벌의 고질적 문제로 분석된다. 페스티벌 주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운영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기획사, 과거 문제가 있었지만 이름만 바꾼 기획사들들이 공연을 열고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공연 기획사들은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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