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까지. 모두 없어지기 전에 우리가 무언가를 만드는 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86년 고(故) 김현식이 결성했던 6인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이 중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이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해 33년 만에 다시 뭉쳤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더노라스테이지와이에서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새 앨범 '봄여름가을겨울 Re:union 빛과소금'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과 빛과소금의 장기호, 박성식이 참석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6년 고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로, 장기호 박성식 김종진 전태관 유재하가 소속됐던 팀이다. 이후 1988년 김종진과 고 전태관이 이름을 이어받아 2인조 밴드로 데뷔, 장기호와 박성식은 1990년 빛과소금을 결성했다.

동창회를 의미하는 앨범명 'Re:union'은 자축의 의미와 함께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전태관을 기리는 의미를 더했다. 이날 김종진은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봄여름가을겨울보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생각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앨범 준비는 1년 전 김종진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김종진은 "전태관을 그리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음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식은 "전태관이 참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 작업하는 내내 서운함과 아쉬움, 그리움을 품고 작업했다"며 전태관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날 오후 12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 앨범은 총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김종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와 리메이크된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까지 총 다섯 곡은 완성도 높은 팝 사운드의 들려준다.
앨범을 작업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개성을 어떻게 절충시키느냐였다. 장기호는 "이번 앨범 특징 중 빛과소금이 만든 노래를 김종진이 부르고, 김종진의 곡을 빛과소금이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 음악색을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 들으니 잘 어우러진 것 같다. 두 밴드의 팬들을 자극할만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세 사람은 앨범에 대해 "하늘에 있는 전태관을 비롯해 김현철과 유재하에게 '우리 아직 음악 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수십년 간 음악을 하면서 각자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그걸 서로 존중하고 절제하면서 이번 앨범을 함께 만들었다. 저희의 음악으로 더 많은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뭉친 세 사람을 향한 방송가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 김종진은 "방송국에서 섭외가 많이 오고 있는데, 형들이 많이 거절의 뜻을 밝혔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하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김종진은 "또 형들이 예능에서 소비되는 것보다 진짜 음악으로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망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 형들은 음악 나라의 순혈주의자다"라며 "3주쯤 뒤에 어디든 한 번 나올 수 있도록 연습시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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