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그 어느 해보다 시끄러운 2025 을사년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연예계 10가지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연말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을 독자를 위해 스타뉴스 기자들의 올해의 연예뉴스 톱10을 정리했습니다.


2022년 데뷔 이후 1년도 안 돼서 '대상 가수'로 등극했지만 3년이 지난 2025년 연말, 뉴진스(NewJeans,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는 현재 '꽃길 롱런'은커녕 내년 팀 존속 여부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드라마틱한 수직 상승과 충격적인 나락. 가히 K팝 신의 역대급 히스토리에 남을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2024년 하이브의 민희진 당시 어도어(뉴진스 소속사) 대표를 향한 감사권 발동을 시작으로 뉴진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격랑의 파고에 휩쓸려 갔다.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웠을 순간 판단을 잘해야 했지만, 하이브를 향한 정면 돌파 승부수는 결국 통하지 않았다. 데뷔 2년 차 국내 가요 시상식 멀티 대상과 빌보드 K팝 역대 레벨급 차트 성적이라는 화려한 성과 등 2023년 엔터 업계를 강타했던 '뉴진스 신드롬'은 어느새 찬란했던 과거처럼 대중의 기억에서 순식간에 잊혀 가고 있다.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 결과가 어도어의 완승으로 마무리된 이후, 항소장 제출을 통해 더 깊은 터널로 향하나 싶었는데 멤버들은 돌연 복귀를 선언해버렸다. 코너에 몰린 채 어쩔 수 없이 법적 결과를 받아들이긴 했는데 어째 복귀하겠다는 태도가 당당해 보였다.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며, "이해가 되셨을까요?"라며 그렇게 자신만만해 보였던 오후 8시 긴급 기자회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언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하게 될 뉴진스 멤버들의 다음 행보가 문득 걱정될 정도다.
◆ 멀어지는 복귀, 악화하는 여론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치열했던 다툼으로 점철됐던 2024년 여름 시즌 때만 하더라도 뉴진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생각보단 많지 않았다. (실제로 다툼이 커지고 있던 시점에도 컴백 활동을 잘했었고) 아무리 양측이 생난리를 쳐도 뉴진스의 대세 행보까지 망칠 만큼 싸우진 않을 거라며 막연하게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건 누가 봐도 뉴진스 커리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민희진 전 대표는 절대 합의할 생각이 없었고, 하이브도 이에 법적 대응 말고는 답이 없었다.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상처가 깊게 나더라도, 합의하면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어질 수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갔고, 이 사달이 났다.
심지어 뉴진스도 기어이 이 싸움에 직접 등판했다. "민희진 없는 어도어는 무의미하다"라며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향한 직격탄까지 날렸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제 합의는 물 건너 갔고, 회사 차원의 사태 수습이 더 중요해졌고, 결국 확보된 여러 법적 증거 및 근거들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대응했다.
뉴진스와 민희진 전 대표를 향한 여론이 점차 나빠진 계기이기도 하다. 뉴진스는 어도어 대표 아티스트고, 민희진 전 대표는 어도어를 이끌고 뉴진스를 성장시킨 건 맞지만, 그럼에도 하이브의 자본금 161억원 출자에서 시작된 뉴진스의 성공이 하이브의 지원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데도 뉴진스는 피해 호소에만 더욱 힘을 쏟고 있었다. 결국 하이브를 적으로 둔 이 한 수는 최소한 법적으로는 뉴진스에 유리할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게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 결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재판 과정을 지켜본 대중의 반응은 "전속계약을 무시한 처사"로 귀결됐다.
체감상 민희진 전 대표의 속 시원했다던 기자회견을 향한 응원과 뉴진스를 향한 동정 여론은, 정말 잠깐이었다.
◆ 하이브의 반격, 그리고 완승

어도어의 완승으로, 그것도 1심 만에 마무리된 지난 10월 30일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재판부가 뉴진스의 손을 들어준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법적 효력을 두고서도 신경전을 벌였던 이른바 '민희진 카톡'까지 뉴진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진스 측은 신뢰 관계 파탄의 본질상 해지 통보 이후의 사정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해지 사유의 존재 및 귀책에 대한 대해 언론을 통한 다툼과 법적 분쟁에 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중의 관심이 많은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의 다툼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당사자들을 둘러싼 여론도 둘로 갈라져서 갈등이 점점 깊어지게 된다. 상대방의 전속 계약 의무 불이행이 있었던 것 같은 외관을 만들어서 해지 통보를 하고 분쟁을 심화시킨다면 해지 통보 이후의 사정을 이유로 하는 전속 계약의 해지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매니지먼트 계약의 경우, 특히 뉴진스와 같이 데뷔 전 단계의 경우와 데뷔 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연예인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성공을 거둬야 투자에 대한 효과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당 연예인이 전속 계약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충분한 인지도와 팬덤을 쌓은 후 매니지먼트사의 권한이자 경영상의 판단 영역인 인사,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등에 관해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러한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유의사에 반한 전속 활동 강제에 따른 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해당 연예인이 전속 계약의 효력을 부정한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 계약에서 쉽게 벗어나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의 이와 같은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들어서 해당 연예인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활동이 강제됐다며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는 없다."
→ 뉴진스와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해지 통보 직전 직후의 상황들을 판단했을 때 '동의 없는 일방 해지'가 부당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거였다. 이번 재판의 결과가 자칫 선례로 작용돼 연예 매니지먼트 계약 상 악용될 여지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하이브 PR의 뉴진스 폄훼 발언, 아일릿 표절 이슈, 하니 '무시해' 발언, 'ETA' 뮤비 관련 돌고래유괴단과의 갈등, 음반 밀어내기 의혹, '뉴 버리고 새판' 리포트 논란, 방시혁 의장 차별대우 의혹, 민희진 보복성 감사 주장 등 여러 쟁점에 대해서도 모두 뉴진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민희진 전 대표의 하이브 감사 이슈와 관련, "2024년 4월 3일과 4월 11일 이후를 시점으로 여론전을 시작한 것은 민희진 전 대표가 먼저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졌는데도 당당한건가?"

1번 항소, 2번 전속계약 이행. 이 2가지 선택지 중에서 뉴진스는 놀랍게도(?) 2번을 선택했다. 소송 과정에서 줄곧 맞대응을 반대했다던 혜인 아버지의 설득이 결국 먹히기라도 한 것일까.
그 와중에 뉴진스는 둘로 쪼개졌다. 막내 라인인 혜인과 해린이 1심 항소 제출 마감 기한을 코앞에 두고 어도어를 통해 전격 복귀를 선언했고, 이후 민지와 하니, 다니엘이 당일 늦은 시각 법률대리인을 통해 역시 복귀를 알렸다.
이 역시 여러 추측을 낳게 했다. 혜인과 해린이 법률대리인이 아닌 어도어를 통해 복귀를 발표한 것 자체만으로 "언니들과 갈라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첫 번째였고, 오후 8시쯤 뒤늦게, 그것도 어도어가 아닌 법률대리인을 통해 일부 매체에 입장문을 전달한 것 역시 도대체 무슨 의미가 담긴 건지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심지어 입장문에는 "그간의 송사로 인해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정도의 문구도 없었다. 잘잘못을 떠나 자신들을 오랜 기간 기다려준 버니즈(팬덤) 또는 뉴진스를 멀리서나마 응원해준 K팝 팬을 향한 최소한의 도리였을 텐데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뉴진스가 주워 담아야 할 '엎질러진 물'은 엄청나다. K팝 신 정상에 섰지만, K팝 시스템을 부정하고 깎아내렸다. 하니 '무시해' 발언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 역시 "실망했다"라고 반응하며 이를 제대로 받아들였는지도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민희진 전 대표가 언급한 르세라핌과 아일릿을 향한 최소한의 사과도 빠져선 안 될 것 같다.
혁명을 자처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놓고선 재판에서 지고 나니 "일단 돌아갑니다"라고 짧게 대답하는 것만 같은 자세. "그래도 돌아와 줘서 다행이다"라는 반응은 고사하고 "절대 안 돌아간다더니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는 반응이 훨씬 더 많아진 이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 민희진의 '선택적 반응'

뉴진스와 어도어 갈등의 시발점인 민희진 전 대표의 여전한 '마이웨이'를 향한 시선도 지금으로선 꽤 부정적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럼에도 민희진 전 대표는 지난 4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진행자 정영진으로부터 "방송 예고 후부터 댓글이 많이 달렸다. 여론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알고 계신가"라는 질문을 받고 "남들이 얘기해줘서 아는 거지 댓글을 잘 안 본다. 주위를 보면 많이 응원해주시고 길에서 만나는 분들도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실제적 체감은 안 된다. 근데 여론이 안 좋다고 하니까 왜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답했다.
이에 정영진이 "1년 반 전 기자회견 때는 우호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법적 분쟁, 뉴진스 기자회견 등 과정을 지나면서 여론이 많이 안 좋아진 건 사실인 것 같다"라고 말하자, 민희진 전 대표는 "1년 반 동안 조용히 있었고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오해가 커지고 안 좋은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사실 일반인으로서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어딘가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도 얘기를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 해서 나오게 됐다"라고 전했다.
뭔가 선택적인 여론 취합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수많은 보도들 중에 응원하는 여론만 바라보고, 자신의 영향력을 봤을텐데도 스스로를 '일반인'이라고 지칭하는 모습 등이 그렇게 느껴진다.
여전히 민희진 전 대표는 뉴진스를 둘러싼 '탬퍼링' 의혹에 대해 "현재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혀 전제와 내용이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하며 "신뢰 관계라는 게 계약서상에 명기된 내용들을 위배를 했느냐가 관건이고, 탬퍼링이라는 게 법적 용어도 아니다. 이게 실제로 문제가 됐으면 기자회견을 하기 전인 2024년 4월 22일 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브가 그때는 경영권 찬탈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고 배임으로 고발했었다. 그게 결국 불송치가 나왔지만, 너무 이상하다. 시기도 이상하고 불송치가 나니까 탬퍼링 이슈를 들고나온 것"이라며 "지금 하이브가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타임라인을 다 꼬이게 하고 본인들이 얘기하고 싶은 부분들만 다 압축해서 자기들의 PR팀을 통해 뿌린다. 그런 일방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오니까 제가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희진 전 대표는 "애초에 어느 회사가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감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먼저 공표를 하나"라며 "2024년 4월 22일 감사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저를 3일 동안 마녀로 만들어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거고 내가 견디다 못해서 'XX하라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직전까지 갔는데 내가 죽을 이유가 없었다. 그걸 다 잊으신 건지 내 입장에서는 '이걸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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