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어쩌면 데뷔 10주년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행보다. 걸 그룹 블랙핑크(BLACKPINK, 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최근 타임라인은 팬덤 입장을 떠나서도 여러모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2018년 8월 8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수장 양현석이 직접 나서며 데뷔를 알렸던 블랙핑크는 그야말로 YG가 아끼고 아꼈던 '보석함'에서 마침내 세상에 나온 그룹이었다. 뛰어난 실력과 독보적인 비주얼을 겸비한 완성형 아티스트로 거듭나며 K팝 3세대 걸 그룹 경쟁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펼쳐나갔다.
블랙핑크는 음악 성적은 물론 멤버 4명 각각의 빛나는 존재감으로도 이미 상징성을 갖고 있다. 다수의 월드와이드 기록과 SNS 영향력 전체 1위, K팝 걸 그룹 역사상 글로벌 차트 최초 최다 기록 달성. 멤버 전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선정까지.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이유는 이렇게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기념일이 다가오는데도 별다른 공지가 나오지 않았고, 그 와중에 이벤트 하나만 갑자기 튀어나왔다. 통상적으로 중요한 기념일을 준비한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티징 콘텐츠를 선보이고, 스폰서십에 따른 부대 행사 등도 더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움직임이 사실상 전무했다.
곧 다가오는 빅뱅 데뷔 20주년 이벤트가 적절한 비교 사례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을 앞두고는 기념 싱글 발매는커녕 이렇다 할 계획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논란이 커졌고, 뒤늦게 부랴부랴 급조한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행사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위버스 멤버십 회원 40명만 초대한다니. 전 세계 180만명 규모의 월드투어를 돌고 오는 글로벌 아티스트가 맞이한 10주년 행사치곤 형편없는 초대 인원이었다.
멤버들의 생각은 팬덤 블링크의 생각과는 달랐던 것일까. 당초 리사가 불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가 돌연 합류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별다른 예고 없이 갑자기 행사가 성사된 것마냥 진행됐다.
'스케줄상 가능한 일부 멤버만 참석한다'라는 문구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라도 참석하겠다는 의지가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없었다는 합리적인 추론도 가능하다. 행사 준비가 미흡했다는 이유만으로 YG만 탓하기에는 멤버들의 책임도 결코 없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팬미팅을 두고 행사 승인과 시설 사용, 관람 제한, 홈페이지 공지 처리 전반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의 조사·점검과 특정감사가 필요하다며 검토를 요청하는 민원까지 접수됐다. 민원인은 해당 행사가 외부 대관이었는지, 국립중앙박물관의 공동 행사나 문화·홍보사업이었는지, 시설 사용 승인과 일부 전시공간 관람 제한, 기존 프로그램 일정 변경, 홈페이지 공지 과정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YG와 블랙핑크를 둘러싼 몇몇 부정적 이슈와의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된다. 말은 "죽을 때까지 블랙핑크"라고 하지만, YG와의 재계약 협상 당시 뭔가가 틀어져서 결국 이 사달이 나온 건 아니었을까. 일찌감치 홀로서기를 각자 준비해놓고 나서 YG와 마지못해(?) 손을 잡으면서 팀 활동은 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을까. 물론 네 명의 진심과 속사정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는 극적으로 성사된 '4인 완전체'라는 그림을 마냥 아름다운 미담으로 포장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지수 홀로 팀을 대표해 "섭섭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것도, 6900원짜리 떡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도, '블랙핑크 10주년'이라는 의미를 온전히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논란이 앞으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하게 될 다른 스타 아이돌들에게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니, 이미 그리 된 것 같다.
과연 모두가 인정했고 사랑했던 '팀 블랙핑크'보다 멤버 4명 개개인의 활동과 이해관계가 더 우선시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그 선택이 정말 '팀 블랙핑크'보다 더 위대한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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