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차인표가 벌써 다섯 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그가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후 '메타픽션'이란 파격 장르의 소설 '우리동네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차인표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모처에서 소설 '우리동네 도서관'(사유와공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차인표가 2년 만에 쓴 장편소설로 도서관에서 소설을 쓰는 현대의 작가 '나'와 고구려 시대 화공 '번각'의 이야기, 그리고 독자가 소설 속에 개입되는 '메타픽션'의 장르를 띠고 있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작가가 매일 동네 도서관에서 고구려 화공 번각에 관한 소설을 쓰는 데서 시작된다. 번각은 자신이 직접 본 것 외에는 그리지 않겠다는 인물이다. 그러나 목숨을 볼모로 한 귀족의 묘화를 그리라는 강요를 받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용'을 반드시 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글을 쓰는 현실의 작가 앞에 어느 날 '용'이 나타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픈 욕망과 창작의 한계를 비웃으며 흔들어 놓는다. 또 도서관에서 만난 독자라는 타인과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아 성찰적 여정을 그렸다.
이 소설은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 그리고 독자가 픽션과 현실을 오가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에 대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장르는 한국 문학계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장르로, 문단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차인표는 지난 202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게 동화의 언어로 풀어내 화제가 된 작품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출간, 이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한국학 교재로 선정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가 지난 2022년에 출간한 '인어사냥'은 동해안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인어와 그 인어를 잡아서 기름(어유)을 짜 영생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낸 작품으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20대부터 글쓰기와 독서에 취미가 있었고 오래전부터 작가로서 준비를 했던 차인표는 2009년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시작으로 작가가 됐다. 이후 '그들의 하루',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등을 집필했다. 그는 이날 신작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을 출간한다.

차인표는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과정으로 "제가 2009년에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다섯 번째 장편 소설을 내게 됐다. 이 소설은 2024년 11월부터 올해 5월 1일까지 1년 6개월에 걸쳐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아는 존재에 대해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차인표는 "제가 쓴 책을 해외 교제로 선택해 주신 분들도 감사한데, 제가 소설을 또 쓸 수 있는 이유는 제 소설을 읽고 각자의 해설을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각성했다"라며 "이전엔 독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까만 생각했지만 이번엔 나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해주는 게 독자란 걸 알게 됐다. 읽는 사람이 있으면 쓰는 행위가 끝나지 않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자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을 이 소설에 포함시켰다"라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우리동네 도서관'이 이전 차인표 소설에 비해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 묻자 "어떤 주제를 갖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소설을 쓰는 과정도 포함시켜야겠다 생각하면서 의도치 않게 소설의 형식이 고전적인 것을 탈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론가님이 제 이번 소설에 대해 '메타 소설'이라 표현해 주셨는데, 형식을 파괴하는 소설을 쓰려고 한 건 아니었다.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고구려와 현대 두 시대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차인표는 "제가 처음부터 고구려 시대를 쓰려고 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용이란 존재에 대해 이렇게 잘 알게 됐는지 생각했는데, 분명히 우리 선조들도 이런 질문이 있었을 것이고 설화나 벽화에 답을 넣어놓지 않았을까 싶어서 고구려 벽화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이어 "고구려 벽화를 통해 천장에 있는 용을 그려넣은 걸 보게 됐다. 아주 모르는 존재를 그리진 않았을 거라 추측하고 나도 이 당시로 돌아가서 같이 보자는 생각으로 쓰게 됐다"라며 "제가 1년 반 동안 북 콘서트를 많이 다니며 독자들을 봤는데, 그 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시는 게 '글을 쓸 때 어떤 걸 참고하세요?'라는 것이더라. 나도 글을 어떻게 쓰는지 생중계하고 싶어서 고구려 시대와 현대 시대가 같이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차인표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어떤 충격이나 의미 있는 일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깨우치고 그걸 글로 남겨야겠다는 동기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잘가요 언덕'은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50년 만에 귀국한 할머니를 뉴스로 보면서 고통을 느끼고 소설을 쓰게 됐다. '그들의 하루'는 2017년, 2018년에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아프게 떠나간 일이 있었다. 내가 같은 직종의 사람으로서 왜 그들을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생각하고 썼다"고 전했다.
차인표는 "북 콘서트를 해오면서 그것이 나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줬다. 대중의 실체를 마주할 환경에 없으면서 감사함이 부족했다가 책을 내고 독자들을 만나고 북 콘서트를 하면서 내 독자의 실체를 보게 됐다. 한 분 한 분이 저와 똑같이 소중한 인격체고 희로애락을 갖고 있고 어려움 속에 북 콘서트를 통해 뭔가를 얻고 가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분은 투병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제 책을 잘 봤다고 하시는 걸 보고 '바로 이 분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 줬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 아내는 '당신은 어떻게 상상력이 그렇게 좋아?'라고 묻기도 하는데, 독자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고 나니 내 상상력 조차도 내가 만난 사람의 흔적이겠구나 싶었다. 인간은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 존재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배우와 소설가, 두 영역이 차인표에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는 "소설가 중에선 다른 일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저도 다른 직업을 같이 할 뿐이다. 다만 저는 대본을 많이 읽어서 소설을 쓸 때 시각화, 풀샷을 생각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어떤 분들은 제 소설을 보고 '영화 보는 것 같다'라고 한다"고 밝혔다.

배우가 아닌 '작가 차인표'로서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제 글이 읽힐지 어떨지 모른 채 소설을 썼는데 서평이 쌓이면서 생긴 응원을 보고 힘을 얻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주는 것'이 인간이 건네는 제일 큰 위로라 생각한다. 제 아내,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도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차인표는 조만간 연극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한국에서 초연을 하는데 연습 중이다. 7월부터 두 달 동안 공연하는데 저에겐 생애 첫 연극이다. 이 연극을 하기 위해 기다린 것 같다. 저는 36년 전에 이 작품을 영화로 봤는데, 극장에서 나올 때 어머니와 동생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키팅 선생이 말한 '너는 네 인생에 어떤 시를 쓸 거니?'란 질문을 각자 생각하고 있더라. 살아 보니 이제 알겠더라. 제가 알게된 의미를 젊은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이번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 제가 데뷔하고 33년이 됐는데, 아직 제 대표작이 데뷔작인 '사랑을 그대 품안에'더라. 이번에 새로운 대표작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이번 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제목이 나온 과정을 묻자 "제 삶의 대부분을 우리동네에서 보내더라. 한 사람 인생의 주 무대는 우리동네더라. 그래서 제목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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