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한국의 연극 무대 위에 다시 태어났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조광화 연출, 이동준 음악감독, 존 찰스 키팅 역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 등이 참석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초연은 1989년 개봉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톰 슐만(Tom Schulman)의 동명 극본을 원작으로 삼은 국내 최초 정식 라이선스 초연이다.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입시 위주의 현실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소년들의 서사를 그린다.
원작 영화는 피터 위어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과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로 세계적인 성과를 거뒀고, 권위주의적인 교육 현실과 부모의 욕망 아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청춘들의 비극을 짚어내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작품은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전파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대사와, 마지막 순간 교장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책상 위에 서서 "오 캡틴, 나의 캡틴"을 외친 학생들의 대사가 명대사로 꼽힌다.
연극에서도 베테랑 배우들의 내공과 신예들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열연이 돋보인다.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생각을 전하는 스승 '존 찰스 키팅' 역의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은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수행하며 중심축을 이끌어간다. 이와 함께 억압적인 현실에 저항하는 소년 '닐 페리' 역의 김락현, 이재환, 찬희(SF9)와 '토드 앤더슨' 역의 김태균, 문성현 등 신예 배우들이 라이브 무대 위에서 긴밀한 사제지간의 유대감을 그려낸다.



조광화 연출은 '죽은 시인의 사회'이 대한민국 교육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최근에 '참교육' 같은 드라마가 있지 않았냐. '참교육'은 교육 시스템을 건드렸다면, 저희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사회에 나가도 상사, 군대에 선배 등이 있듯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저는 '인생의 스승'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카르페 디엠' 정신이 어떤 면에선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단 시선이 나올 수 있다. 조 연출은 "'카르페 디엠'이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규정화된 교육에 갇혀 있는 것도 같다. 이 순간에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저에겐 '카르페 디엠'인 것 같다. '카르페 디엠'은 저에게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 판권을 어느 정도 차용했는지 묻자 "우리는 원작의 텍스트만 사왔다. 문법 번역에 공을 들였다"라며 "우리는 보통 연극보다 음악이 많다. 영상미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음악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동준 음악감독은 연출에서 신경 쓴 부분으로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는 신을 가장 먼저 접근했다. 이 신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여서 그 부분의 음악이 이 연극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세 배우가 보여줄 키팅 선생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만석은 "저희가 아무리 비슷하게 하려고 해도 다르게 연기하게 되더라. 연정훈 씨는 얼굴만 봐도 다정하지 않냐. 다정함이 몸에 배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인표 씨는 매주 아이들에게 고생한다며 밥을 사셨다. 저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던 것 같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오만석은 "저도 차인표, 연정훈 씨의 다정함을 닮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키팅 선생인 원장에서 35살인데 저는 58살이다. 저는 사람들을 '이 삶을 함께 사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동료의 입장에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연정훈은 "저도 차인표 선배님처럼 이번에 연극을 처음 한다. 십 몇 년 만에 막내를 해본다"라고 웃으며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경험,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세 명의 키팅은 정말 너무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강점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꼭 세 번 오셔서 봐 달라"라고 전했다.



배우들이 각자 연기하고 생각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차인표는 "저는 교육이 각자가 어떻게 사는지 깨닫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정훈은 "저희가 말하는 '카르페 디엠'은 욜로(YOLO)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현재를 즐기라'라는 것이다. 군대에서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했듯이, 나중에 후회 없이 어떤 상황이든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차인표와 연정훈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데뷔 첫 연극을 선보인다. 차인표는 "연출가님, 선배님들이 하라는대로 잘 따라가고 있다"라고, 연정훈은 "제 연기인생에서 이번 작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저야말로 '카르페 디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경읍은 "내가 맡은 놀란은 최고의 학교를 만들려고 했던 인물이다"라고 했다. 같은 역의 박지일은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인간사회,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놀란은 자신의 가치관을 학생들과 아들 모두에게 강요한다.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자식을 죽음이란 파국으로 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주위를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고 있느냐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만석은 "30여 년 전에 저도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하셨다. 그래서 저는 몰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서 학원에서 연기수업을 받고 한예종에 들어갔다. 그때 저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남경읍 선배님이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때 남경읍 선생님이 좋은 질문을 많이 주셨다. 이후에 남경읍 선배님과 영광스럽게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게 좋은 교육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남경읍은 그때를 회상하며 "어떤 고3이 연기를 참 잘하더라. 오만석이 분장을 지우면 까맣길래 '넌 부시맨 같다'고 했더니 만석이가 '선생님은 원숭이 같아요'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이 친구는 자신이 가진 생각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더라.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만나니 감개무량하고 감격적이다"라고 했다.
박지일은 "차인표 어머님이 80세가 넘으셨는데 제게 따로 메시지를 주셔서 '우리 아들의 공연을 처음 봤다. 아들의 대표작이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아니라 이제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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