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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프로가 드라마보다 재밌는 이유

재연프로가 드라마보다 재밌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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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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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청률로만 따지면야 주말극 '슬픔이여 안녕'을 따라갈 수 없다. SBS '솔로몬의 선택', MBC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같은 재연프로그램 말이다. 그러나 주연들의 연기력과 극중 갈등이 엉성하거나, 좀 인기 있다 싶으면 곧바로 질질 늘려버리는 드라마들의 작태에 피곤해지다보면, '채널 고정'이 바로 이들 재연프로그램이다.


지난 21~27일 주간 시청률집계(AGB닐슨)에서 헤어진 옛 인연을 찾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12.9%로 22위, 생활법률 판정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은 11.8%로 30위, 진위를 가리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10.7%로 43위를 차지했다. 스타급 연기자들이 총출동하고, 대부분 주2회에 16부작 이상 방송되는 TV드라마의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이들 재연프로그램의 선전은 놀랍기만 하다.


바쁜세상, 길어야 30분이면 끝난다


재연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속전속결에 있다. 지난 28일 방송된 '솔로몬의 선택'을 보자. 쏙 빠져들만한 재연 코너가 방송됐다. 결혼식은 올리고 혼인신고는 안한 부부가 있었는데, 시어머니 수술비 5000만원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아내의 여자친구로부터 급전을 마련했는데, 그녀의 은밀한 조건은 '남편과 1개월 사귀는 것'. 결국 새 여자의 럭셔리 라이프에 눈먼 남편이 외도를 한다는 '그 뻔하디 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승전결이 채 15분도 안돼 마무리됐다. 이 경우 간통죄가 성립안된다는 현직 검사의 멘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사이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안되는 결론에 일부 시청자들은 패널로 나온 '예민아씨' 임예진만큼이나 분개해야 했다. 또한 엉성한 남편의 한눈팔기에 여성시청자들은 분노를, 남성시청자들은 일종의 판타지를 경험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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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기존 드라마는? KBS '슬픔이여 안녕'의 경우 어렵게 결혼 직전까지 갔던 한정우(김동완)와 장서영(박선영)이, 정우의 친모 강사장(이혜숙)의 등장으로 인해 또한번 흔들리고 있다. 서영의 어머니(윤여정)가 극심히 반대하고 있는 것. 예고편으로는 한동안 이 또한번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BS '하늘이시여'에서도 이자경(윤정희)과 구왕모(이태곤)의 관계는 더디기만 하고, MBC '신돈'에서도 공민왕(정보석)은 여전히 우유부단 그 자체다. 종영한 KBS '장밋빛인생' 또한 죽음을 앞둔 맹순이(최진실)와 회개한 그 남편 반성문(손현주)의 막판 순애보는 초반에 비해 확실히 그 호흡이 느렸다.


물론 드라마의 매력은 여러 등장인물의 여러 사건으로 인한 유장한 전개일 수 있다. 집안일 때문에 건너 뛰면서 드라마를 볼지도 모르는 일부 시청자를 위한 '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극 구성력이 촘촘할 때 이야기다. 매번 같은 이야기, 반복되는 갈등구조는 심하게 말하면 우리 드라마의 병폐중의 병폐다.


실제와 같은 연기, 어색해도 괜찮아


재연드라마 출연 연기자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MBC 인기프로그램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잘 알려진대로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사연 때문에 헤어진 옛 인연들이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 그 '사연'의 재연 부분에 나오는 연기자들, 특히 과거 회상장면이라는 특성상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아역배우들은 그야말로 때묻지 않은 '순수배역' 그 자체다.


이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나 '솔로몬의 선택'도 마찬가지. '신비한..'은 외국사례가 많이 나오는만큼 이미 스타급 외국인 연기자를 수없이 탄생시켰고, '솔로몬의 선택' 또한 눈에 익은 연기자들이 많다.


이들 프로그램 연기자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어색함까지 포함하는 자연스러움'이다. 실화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어색한 연기와 말투는 용서가 된다. 그게 오히려 이들 프로그램만의 재미다. 극중 갈등 또한 단선적으로 집중되다보니 외모와 분위기보다는 스토리텔링 위주의 연기 본연이 우선이다. 연기력 또한 웬만한 배우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에 비해 기존 드라마에서는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연기력 부재의 신인들이 넘쳐난다. 정확한 발음조차, 뚜렷한 표정연기조차 안되는 배우들을 16부작 이상 지켜보는 건 차라리 고역이다. 연기력 있는 배우라도 쪽대본에 며칠 밤샘, 그리고 겹치기 출연으로 시청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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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소재, 남녀관계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TV드라마의 기본은 역시 멜로다. 사내 또는 여장부의 야망을 다루더라도 사랑은 있어야 하고, 전문직 종사자의 애환을 다루더라도 구성원 남녀간의 러브라인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혼을 둘러싼 갈등('결혼합시다' '슬픔이여 안녕' '웨딩'), 헤어짐과 만남의 반복구조('장밋빛인생' '프라하의 연인'), 더디고 더딘 사랑('서동요' '하늘이시여') 등등.


이에 비해 재연프로그램의 소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물론 초단막극으로 진행되는 시간 프리미엄 덕분이다. 기구한 사연 그 자체인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차치하고라도, '솔로몬의 선택'의 경우 계모 아들과의 양육권 형평성 문제, 분실물에 대한 과도한 보상금 요구 문제까지 안 다루는 게 없다. 27일 방송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태국, 로마, 대만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깔았다고는 하지만, 인생사 실화라는 게 꼭 아름답지만은 않은 게 현실. 독하게 말하면 목불인견, 잔인무도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게 우리 사회다. 문제는 이런 사건과 상황이 '재연'이라는 명목으로 여과없이 그대로 TV로 극화될 때의 '선정성' 문제다.


하지만 나이든 시청자 입장에서는 별 일도 아닌 '알콩달콩 사랑문제'로 시종일관 지지고 볶는 드라마, 친딸을 며느리로 삼으려 하거나 남녀 주인공 4명의 과거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드라마, 시도때도 없이 특정제품의 PPL에 광분하는 드라마보다는 1%라도 덜 해악적이다.

<사진설명=위부터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솔로몬의 선택'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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