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아시아시리즈는 사상 최초로 호주 대표인 캔버라 캐벌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자국리그 일정상 캔버라가 유리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결국 준비를 잘 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셈이 됐다.
캔버라는 20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 결승전, 대만 챔피언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4-4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캔버라는 호주팀으로는 최초로 아시아시리즈를 제패했다.
사실 아시아시리즈는 일정상 한국과 일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해야 한다. 대만도 마찬가지지만, 홈에서 대회를 개최한 덕분에 조금 영향을 덜 받은 면이 있다.
반면 호주는 지난 10월 31일 개막해 현재 리그가 진행중이다.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캔버라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호주리그는 주로 금~일요일 경기가 열린다.) 캔버라도 리그 도중 대회에 참가했다. 상대적으로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가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 캔버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놀림과 활발한 타격을 선보였다.
게다가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불참 선수들도 많았다. 일본 대표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를 비롯해 일본시리즈 MVP 미마 마나부, 리그 다승 2위(15승) 노리모토 다카히로 등 주축 투수들이 불참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기존 부상선수인 김상수, 조동찬 외에, 장원삼(FA 계약), 윤성환(컨디션 난조), 오승환(해외 진출 준비), 최형우, 권혁(이상 수술)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국인 선수 밴덴헐크도 부상으로 빠졌다. 결국 한일 대표가 주력이 빠진 상태로 경기를 치른 셈이다.
자국리그 우승 후, 아시아시리즈까지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 휴식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점점 자국리그 우승팀에게 아시아시리즈는 부담스러운 일정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유들이 캔버라의 우승에 흠집을 낼 수는 없다. 한국과 일본은 주축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엔트리에서 뺐지만, 호주는 다른 팀에서 선수를 임대해서까지 대회에 참가했다.
캔버라는 퍼스 히트에서 마이크 엑스트롬과 브렌단 와이즈를,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미치 데닝을 단기 임대해왔다. 엑스트롬은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고, 와이즈 역시 중간계투로 나와 4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 WHIP 0.95를 기록했다. 데닝은 4경기에서 16타수 7안타, 타율 0.438에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우리로 치면 외국인 선수가 맹활약한 셈이다.
여기에 타율 0.500에 3타점 4도루를 기록한 리드오프 버티, 2홈런 9타점을 기록한 잭 머피, 16타수 9안타로 타율 0.563을 기록한 바네스 등 많은 선수들이 제 몫을 다했고, '예상외로 잘한다'를 넘어서 '정말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랬다. 공수 양면에서 잘 준비했다는 인상을 준 캔버라였다.
물론 이번에 캔버라가 우승했다고 해서 각 리그의 수준이 같아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여전히 각 리그 수준은 일-한-대만-호주 순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하지만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럽팀을 포함해 이제 어느 팀도 만만하지 않다.
예선에서 삼성은 이탈리아 포르티튜도 볼로냐에게 힘겹게 승리를 거뒀고, 대만 퉁이에게도 어렵게 승리했다. 캔버라에게는 완패하고 말았다. 라쿠텐 역시 준결승에서 신인 투수를 선발로 냈다가 퉁이에게 발목을 잡혔다. 퉁이 역시 캔버라에게 결승에서 대패했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아시아시리즈의 규모를 중남미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매년 대회는 열릴 전망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국시리즈 우승팀도 참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번 대회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만 주의하면 되는 시절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모든 팀이 경계 대상이다. 오히려 중남미 팀들이 참가할 경우 야구 강국들과 붙을 수 있다. 그만큼 더 잘 준비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다. 캔버라의 이번 우승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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