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의 ‘캡티벌로지(Captivology)' 야구

[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의 ‘캡티벌로지(Captivology)' 야구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우연이겠지만 지난 3월 출판된 ‘캡티벌로지: 더 사이언스 오브 캡처링 피플스 어텐션(Captivology: The Science of Capturing People’s Attention, 저자 벤 파(Benn Parr)의 내용이 올시즌 김성근(73)감독과 한화의 마케팅 전략과 거의 같아 흥미 있게 읽었다.


저널리스트 경력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 투자 회사인 벤처 캐피탈, ‘도미네이트 펀드’ 창업자인 '벤 파'는 창업자들의 고민을 듣다가 ‘캡티벌로지’라는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창업자들의 가지고 있는 심각한 고민 중의 하나가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였다.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투자자들부터 언론까지 관심을 끌어야 자금을 유치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캡티볼로지’는 ‘주목(注目, 주목의 심리학)’이라고 번역되고 있다. 주목이 얼마나 간절하면 ‘악(惡)플’이 ‘무(無)플’보다 낫다는 시대가 됐을까? 물론 '야신(野神)'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캡티벌로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70세가 넘은 그는 스스로 대중(大衆)의 주목을 받는 방법을 체득했다. 시즌 최종전까지 화제의 중심에서 매 경기 끝나는 순간까지 팬들을 몰입하게 만들어 '마리 한화'라는 별칭까지 만들어낸 김성근감독은 스스로 ‘캡티벌로지(Captivology)’ 야구를 구현한 것이다.


3년간의 독립구장 고양 원더스 감독을 거쳐 올시즌 KBO리그로 복귀한 한화 김성근감독은 지난 해 계약 후 마무리 훈련부터 겨울 내내,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최종전까지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창업'을 하는 자세로 프로야구에 복귀다. 때로는 찬사, 또 때로는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한화로 시작해 한화로 끝난 시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야구의 신(神)’ 도 5위를 지켜내지 못했다. 2015 KBO리그는 5위 경쟁이 더 주목을 받은 기형적인 현상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한화가 사력을 다해 도전한 5위의 최종 승자는 김성근감독이 해고당한 SK 와이번즈였고 김용희(60)감독의 계약 첫해 성과였다. 김성근감독은 1942년생으로 73세이다.


김용희감독은 5위를 하고도 넥센 히어로즈와의 단판 와일드카드에서 패해 한 때 경질설이 돌기도 했는데 재 신임을 받고 내년 2년 계약 마지막 해에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 프로야구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경기였는데 SK는 유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연장 11회말 수비에서 유격수 김성현의 평범한 타구에 대한 수비 실책으로 패배를 당해 충격이 컸다.


롯데가 시즌 종료 직후 이종운(49) 감독을 경질하고 44세인 조원우 전 SK 수석 코치와 전격적으로 계약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프로야구 감독들의 세대교체가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70대 김성근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60대 김용희 감독은 와일드카드 1차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성적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기준으로 구단의 성공 실패 여부를 따지는 한국프로야구의 평가 기준으로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첫 해는 분명 실패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김성근감독이 한화에 야구 경기 안팎에서 모두 ‘스토리(STORY)’를 만들어 시즌 내내 ‘태풍의 눈’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하면서 팀을 창단 최초로 ‘전국구 구단’으로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성공으로 기록될 만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페넌트레이스 순위로 1위 삼성, 2위 NC, 3위 두산, 4위 넥센, 5위 SK까지 한화보다 상위에 랭크된 팀들이 결코 한화 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많은 언론에서 쏟아낸 기사 수를 비교해 봐도 한화가 단연 1위였다.


게다가 한화가 탈락한 2015 포스트시즌 경기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이 삼성을 꺽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와일드카드 목동 경기부터 매진을 시지키 못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포스트시즌에 모두 15경기가 펼쳐져 24만3965명이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고 입장 수입은 76억9269만600원이었다. 만약 한화가 와일드카드로 올라갔다면 포스트시즌에 대한 야구 팬들의 몰입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2015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도박 사건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향후 도박을 한 선수들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어떤 처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4년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올시즌에도 페넌트레이스 1위에 한국시리즈 5연패에 도전한 류중일 감독의 삼성도 팀내 주축 투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결단을 내렸으나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어쩔 수가 없었다. 삼성 팬들의 관심이 도박 사건으로 분산되고 말았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시대를 열면서 ‘산업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 산업화의 관점에서 한화 구단이 보여준 가능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요 기사

    스포츠-야구의 인기 급상승 뉴스

    스포츠-야구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