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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께 감사하고 미안해" 송성문은 그래도 웃었다, "우릴 만만하게 볼 수 없게끔 할 것" [고척 현장]

"홍 감독께 감사하고 미안해" 송성문은 그래도 웃었다, "우릴 만만하게 볼 수 없게끔 할 것" [고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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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안호근 기자
키움 송성문이 15일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키움 송성문이 15일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감사한 부분이 많았죠. 죄송한 마음도 큽니다."


2015년 입단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 기회를 열어준 홍원기(52) 전 감독에 대한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키움은 "홍원기(52) 감독, 고형욱(54) 단장, 김창현(40)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원기 감독과 계약은 올 시즌까지였는데 자진사임 형식도 아닌 보직 해임 통보, 경질이라는 뉘앙스를 밝힌 것부터 결코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하기 어려운 엔딩이었다.


91경기 27승 61패 3무, 승률 0.307. 프로야구 역사상 2할 이하 승률은 단 4팀뿐이었다. 지난 두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때와 올해의 체감은 또 다르다. 역사상 최초 100패팀 멍에를 쓰게 될 수도 있는 위기다. 결국 키움은 단장과 함께 감독을 해임하는 것으로 변화를 꾀했다.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훈련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스포트라이트는 설종진(52) 감독 대행에게 쏠렸지만 선수단 중엔 주장인 송성문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다.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송성문은 "놀란 부분도 있긴 하지만 야구를 하는 건 선수들"이라며 "일단 저희가 더 할 수 있는 건 기본적인 것들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런 것엔 변함이 없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송성문(오른쪽)을 반기는 홍원기 전 감독.
송성문(오른쪽)을 반기는 홍원기 전 감독.

그러나 송성문의 커리어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홍 감독이기도 하다. 2015년 입단해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확실한 주전급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웠다. 그렇기에 타율 0.340에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27로 활약한 지난 시즌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고 어느덧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성장했다.


시즌 초반 부침이 있었지만 5월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현재 팀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이기도 하다.


송성문은 "(홍 감독과) 통화는 어제 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던 부분이 많았다. 군대 전역하고부터 계속 계셨는데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고 성장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감사하고 죄송한 부분도 있다.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괜찮다. 앞으로 계속 하던 대로 열심히 잘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송성문은 연신 "감사한 스승이다. 죄송한 마음도 크다"며 "시즌 초반에 안 좋았고 주장도 하면서 팀 성적도 나빴다. 김창현 수석코치님도 그렇고 그럴 때 너무 큰 도움을 준 두분이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송성문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다.


짧은 휴식기를 지나 훈련장에 나선 송성문은 "오랜 만에 운동할 생각에 신났다. 물론 마음이 무겁지만 이런 변화는 사실 어느 팀에나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선수들이 거기에 동요되는 게 오히려 더 프로답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당장 이번주부터 후반기가 시작하기에 조금 더 평상시와 같이 굳은 마음으로 운동장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설종진 감독 대행이 15일 훈련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설종진 감독 대행이 15일 훈련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수석코치님도 공석이긴 하지만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후반기 53경기가 남았는데 그 경기에 조금 더 집중을 하자'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날 훈련은 평소보다도 사뭇 진지한 태도로 진행됐다. 송성문은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뭔가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보면 매일 운동하고 경기하는 야구장이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바뀌었기 때문에 조금은 더 무거우면서도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저 않을 수만은 없다. 최악의 상황에도 여전히 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놓을 수가 없다.


설종진 대행은 후반기 4,5할 승률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송성문은 "마음 같아서는 6할 이상도 하고 싶다"면서도 "시즌 전 가을야구가 목표였지만 정말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목표는 그래도 5할은 하고 싶지만 승률을 따지는 것보다는 저희 팀을 누구라도 만만하게 본다. 그런 모습을 탈피해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다른 팀에서도 '이제 키움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리고 또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게 저희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렇게 하다보면 더 단단해지고 끈끈해지면서 상대 팀에도 그런 이미지가 심어질 것이고 승률은 전반기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팬들에겐 늘 미안함 뿐이다. 송성문은 "팬분들께는 항상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어떠한 환경이든, 감독이 어떤 분이든 결국은 이기는 야구를 원하시고 팀이 더 강해지는 모습을 원하실 것"이라며 "후반기엔 선수단이 설종진 감독님을 비롯해 준비를 잘해서 팬분들이 원하는 끈끈한 모습, 강해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럴 수 있게 열심히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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