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밤. 대만 타이베이 인근에 위치한 티엔무 구장.
한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대만 티엔무 구장서 열린 미국 대표팀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5차전(최종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3으로 분패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3승 2패를 기록, 미국과 전적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승자승 원칙에서 밀리며 조3위로 8강에 올랐다. 2위는 미국(3승2패), 4위는 멕시코가 된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2승 3패(멕시코에 승자승에서 밀림), 도미니카 공화국은 5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다. 한국은 이제 16일 오후 7시 30분 'A조 2위' 쿠바와 8강전을 벌인다.
이날 한국 선발 김광현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텼으나 5회 난조를 보인 끝에 2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됐다.
이후 한국은 벌떼 마운드 계투작전을 쓰며 미국을 괴롭혔다. 김광현에 이어 조상우, 정우람, 심창민, 이현승이 차례로 나왔다. 그리고 7회 한국은 2점을 뽑으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이대호의 볼넷과 대타 손아섭의 볼넷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1,2루 기회서 민병헌이 2타점짜리 동점 중전 적시타를 쳐냈다.
그리고 운명의 8회초. 대표팀에게는 늘 '약속의 8회'였다. 미국 투수는 웬델켄에서 데나토로 교체된 상황. 그러나 선두타자 이용규가 헛스윙 삼진, 후속 김현수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며 순식간에 2아웃이 됐다. 이때 한국이 대타 작전을 내세웠다. 바로 미네소타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박병호였다. 이에 발맞춰 미국은 투수를 배럿으로 교체했다.
이날 박병호는 경기 전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위에 통증을 호소, 선발 명단 제출 직전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KBO 측은 "오늘 티 배팅을 치는 과정에서 계속 불편함이 느껴져서 경기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8회 대타로 등장했다. 초구는 볼(140km 체인지업). 2구째 스트라이크(150km 속구). 다시 3구째 볼(149km 속구). 볼카운트는 2-1. 박병호가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 그리고 4구째. 151km의 속구가 포수 미트로 향했다. 동시에 박병호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경쾌한 파열음. 박병호 특유의 배트 움직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타구는 좌측 외야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런데 뭔가 타구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무언가에 걸린 채 제대로 뻗어나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랬다. 바로 바람이었다. 이날 9시 45분께 대만 기상청에 따르면 타이베이에는 초속 4~6m/s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더욱이 외야 쪽이 뻥 뚫린 티엔무 구장에는 경기 내내 강한 바람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바람의 방향은 외야에서 홈플레이트쪽으로 불었다. 맞바람이었던 것이다. 약속의 8회 대만의 맞바람이 박병호의 홈런 하나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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