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개막 3달째로 접어든 6월2일(현지시간 기준) 현재 양대 리그의 중간순위를 살펴보면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캔자스시티 로열스(30승22패)가 시즌 초반 맹렬한 스타트를 끊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29승25패)를 어느덧 추월해 중부지구 선두로 올라선 가운데 동부지구에선 보스턴 레드삭스(32승21패), 서부지구에선 텍사스 레인저스(31승22패)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NL)에선 무려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복귀의 신화를 꿈꾸는 시카고 컵스(36승15패)가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의 성적으로 중부지구에서 라이벌 피츠버그 파이리츠(29승23패)를 멀찌감치 제치고 독주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내셔널스(33승21패)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4승22패)가 각각 동부지구와 서부지구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아직도 각 팀당 110경기 내외가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벌써 포스트시즌 레이스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즌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까지 형성된 순위라면 가을 포스트시즌 레이스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정규시즌이 3분의 2나 남아있는데 성급하게 포스트시즌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승 2위에 올라있는 샌프란시스코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5월10일까지만 해도 17승18패로 승률 5할선 아래쪽에 있었으나 5월11일부터 파죽의 8연승 가도를 질주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21경기에서 17승을 올리는 맹렬한 스퍼트를 보이며 단숨에 서부지구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컵스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고 같은 지구 2위인 LA 다저스(28승27패)와는 5.5게임차의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를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행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연속 3번 짝수 해(2010, 2012, 2014)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나머지 홀수 해(2011, 2013, 2015)엔 아예 플레이오프에 나가지도 못했다. 지난 6년간 포스트시즌에 관한 한 ‘모 아니면 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모’가 나올 순서이기에 과연 그 시나리오대로 될까 하는 것이 관심사였는데 시즌의 3분의 1을 마친 결과는 또 다시 ‘모’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쪽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장담(?)했던 많은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갈수록 흥분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가 이렇게 유독 연속 3번의 짝수 해엔 월드시리즈에 우승하고 연속 3번의 홀수 해엔 플레이오프에도 못나가는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00%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확률이 낮아 잘 믿겨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이성적으로 누구나 납득할만한 뾰족한 이유를 찾기도 힘들다. 그 때문에 샌프란시스코가 올해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짝수 해 우승전통’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각종 재미있지만 ‘황당한’ 이유들이 떠돌고 있다. 이중 몇 가지를 살펴본다.

◆짝수 해 숫자들을 잘 살펴보면
짝수 해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3연속 짝수 해 우승행진에 앞서 2002년과 1962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짝수 해임에도 불구, 그땐 모두 우승엔 실패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좀 더 숫자를 자세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2010년과 2012년, 2014년 등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의 모든 숫자들을 합치면 모두 홀수(2010:2+0+1+0=3, 2012=5, 2014=7)가 나온다. 하지만 2002년과 1962년의 숫자 합계는 각각 4와 18로 짝수다. 결국 짝수 해지만 각 숫자의 합계는 홀수로 나와야만 우승을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해석대로라면 샌프란시스코는 올해(2016=9)와 2018년(11)까지도 짝수 해 우승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2020년부터 2028년까지는 우승을 꿈꾸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비밀이?
샌프란시스코의 유격수 브랜던 크로포드의 두 딸 브레일린과 제이딘은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태어나 그해 아빠의 팀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큰 딸 브레일린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가 캔사스시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마운드에서 엎드려 재롱을 떠는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로포드 부부는 올해 1월 아들 브락스턴을 얻었다. 크로포드 아이들의 3연속 ‘홈런’이 터질 지도 모른다.
◆턱수염을 조심하라
지난 2010년 월드시리즈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은 턱수염으로 더 유명했던 샌프란시스코의 클로저 브라이언 윌슨이었다. 이어 2012년 월드시리즈에서는 또 다른 턱수염 클로저 서지오 로모가 월드시리즈를 끝냈고 2014년 월드시리즈는 역시 턱수염을 기르고 있던 선발투수 매디슨 범가너가 선발등판 후 이틀을 쉬고 7차전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무실점의 환상 역투로 3연속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완성시켰다. 올 가을에 현 샌프란시스코 클로저 산티아고 카스티야나 범가너가 턱수염을 기르고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또 본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우승을 예상해도 될 듯하다.
◆매디슨 범가너
이번 이유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진짜다. 지난 3번의 월드시리즈에서 범가너가 올린 성적을 보면 36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31개를 뽑아냈고 4승무패, 평균자책점 0.25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월드시리즈에선 선발투수로 2승을 올리고 마지막 7차전에서 역사에 남을 5이닝 세이브로 시리즈를 끝내는 등 혼자서 시리즈 3승을 책임져 사실상 혼자 힘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런 범가너가 다시 짝수 해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다면 상대팀들은 피할 수 없는 패배를 직감해야 할 것이다.
◆스타들의 부상만 없다면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우승 다음 시즌인 2011년에 캐처 버스터 포지가 다리 부상으로 거의 전 시즌을 뛰지 못했다. 2012년 우승 다음 시즌인 2013년엔 앙헬 파간이 부상으로 거의 전 시즌을 건너뛰어야 했고 2015년엔 헌터 펜스가 잦은 부상으로 시즌의 3분의 2 이상을 쉬었다. 물론 이런 부상들은 모두 홀수 해에 있었고 짝수 해엔 큰 문제가 없었다.
◆시카고 컵스와 NLCS?
올해 자타공인의 월드시리즈 최고 우승후보인 컵스는 징크스로 더 유명한 팀이다. 마지막으로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가 1908년이니 무려 108년 전 일이다. 그런 뿌리 깊은 월드시리즈 트라우마를 달고 사는 컵스와 짝수 해 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만난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컵스 팬 입장이라면 턱수염을 기른 범가너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보는 순간 공포에 질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이 두 팀은 NL 1, 2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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