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창원 마산구장.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NC전.
한화의 1회초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이용규와 정근우가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송광민이 좌중간 적시타를 치며 3루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다음 타자는 4번 김태균.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 파울이었다. 공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이어 강강회 구심이 NC 포수 김태군에게 새 공을 건네줬다. 그런데 이 순간, 타 팀 포수들은 많이 하지 않는 다소 의문스러운 동작이 포착됐다. 새롭게 건네받은 공을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에 갖다 댄 뒤 몇 차례 쓱쓱 문지르는 것이었다. 이어 해커에게 공을 던져줬다. 경기가 속개됐다.
그런데 이날 김태군의 이러한 행동은 한 번뿐이 아니었다. 한화 김태균이 계속 파울을 친 뒤 심판으로부터 새롭게 공을 받을 때마다 문지르는 동작이 계속 됐다. 이는 다음 타자 이성열 타석 때 파울을 친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왔다.
또 3회초 2사 1,2루 상황. 하주석의 타구가 강광회 구심의 마스크를 때렸다. 이어 김태군이 공을 받을 때에도 계속해서 4~5차례 새 공을 유니폼에 문질렀다. 그리고 이 공은 투수 해커에게 넘어갔다. 왜 NC '포수' 김태군은 새 공을 받을 때마다, 유니폼에 4~5차례 문지른 뒤 그 공을 해커에게 넘겨줬던 것일까.
일단, 2016 공식 야구규칙. '8.02 투수는 다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조항에 따르면 (1) 투수가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2) 공에 이물질을 붙이는 것, (3)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4)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5)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6) 이른바 샤인 볼, 스핏 볼, 머드 볼 또는 에머리 볼(emery ball)을 던지는 것 등이 명시돼 있다. 단, 투수가 맨손으로 공을 문지르는 것은 허용된다고 나와 있다.
즉 (4)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에 따르면 공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행위는 분명 금지 사항이다. 근데 김태군은 투수가 아닌 포수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규칙에 정당한 행위일까. 아니면 위배되는가.

'포수'가 문지른 공을 '투수'가 받아 사용한다. 이는 투수가 직접 문지른 거나 다름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은 공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10개 구단 모든 포수들이 공을 문지른 뒤 투수에게 건네준다면 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야구 규칙에 따르면 투수가 본 항 (2)~(6)을 위반하였을 경우, 심판원은 '(a) 투구에 대해 볼을 선고하고 투수에게 경고하고 그 이유를 방송한다. (b) 한 투수가 같은 경기에서 또 다시 반복하였을 경우 그 투수를 퇴장시킨다. …, (e) 투수가 각 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심판원만이 결정한다'라고 적혀 있다.
공을 유니폼에 문지를 경우, 이른바 '샤인볼(shine ball)'이 될 수 있다. 'shine'의 사전적인 의미는 '윤(광)을 내다 또는 닦다'이다. 투수가 공을 유니폼에 문질러서 매끄럽게 만든 뒤 공을 던질 경우, 투구의 궤적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부정 투구'로서 명백히 금지돼 있는 사항이다.
지난 2014년에는 현 넥센 투수 오주원이 경기 중 이 같은 동작을 취한 바 있다. 당시 한화를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이 이에 대해 항의했고, 이후 오주원은 이와 같은 동작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있다. 또 2012년에는 당시 롯데 투수 이용훈이 공의 실밥 부분을 이로 물어뜯는 동작을 취하며 부정 투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건은 투수가 아닌 포수의 문제다. 그렇다면 투수가 아닌 포수가 유니폼에 공을 문지른 뒤 투수에게 건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김태군이 비단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앞선 경기들에서도 계속해서 이와 같은 동작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심판진은 물론,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도 어떠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김태군의 동작이 무의식 중에 나왔을 수도 있고, 또 습관적으로 하는 '루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여나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거나, 그리고 그 공을 그 팀의 모든 투수가 던진다고 상정하면 이야기는 꽤 달라진다. 'NC의 안방마님' 김태군의 '공 문지르는 행위'. 과연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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