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은 지난 5년간 좋은 성적을 만들어내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류중일 감독도 '신(神)'은 아니었다. 연이은 악재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화려한 업적을 이뤄냈던 삼성이다. 일단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4년은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했다. 그야말로 '삼성 제국'이 찬란하게 빛난 시기였다.
2016년은 아니다. 현재 삼성은 65승 1무 77패, 승률 0.458을 기록하며 8위에 처져있다. 삼성이 올 시즌 기록할 수 있는 최고 순위는 7위다. 상전벽해다.
수장인 류중일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감독이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롯이 류중일 감독 탓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시작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이 해외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였다. 시즌 후 임창용은 퇴단했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올해 시범경기조차 나서지 못했다. 4월 들어 복귀하기는 했지만, 안지만은 도박사이트에 자금을 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삼성은 계약 해지 요청을 KBO에 넣었다.
또 다른 전력 누수도 있었다. 2015년 시즌 후 FA가 된 박석민이 NC로 떠났다.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일본(지바 롯데)으로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전력에서 셋업맨과 마무리, 3루수와 2루수가 빠진 것이다. 그것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끝이 아니다. 주전들이 돌아가며 빠졌다. 시즌 초 장원삼(허리)을 시작으로, 차우찬(가래톳), 박한이(무릎), 심창민(어깨), 김상수(발목), 구자욱(허리), 조동찬(대퇴사두근), 배영섭(손가락), 백상원(유구골), 최형우(허리), 최재원(하악골), 김기태(어깨), 윤성환(어깨) 등이 차례로 아팠다.
더욱 뼈아픈 것은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다. 발디리스는 44경기만 뛰고 퇴출됐고, 웹스터-벨레스터 역시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교체 외국인 선수 레온은 '먹튀'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플란데가 던지고는 있지만, 내용은 좋지 못하다. 올 시즌 삼성의 외국인 투수 4명이 쌓은 승수는 도합 6승이 전부다. 참담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류중일 감독의 손을 떠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성적 하락에 류중일 감독의 책임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오롯이 류중일 감독 탓이랄 순 없다.
오히려 류중일 감독은 이 와중에도 자신의 야구를 이어갔다. 선발진 총 소화이닝 4위, 평균 소화이닝 3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선발야구'를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불펜 혹사를 막을 수 있었고, 셋업맨 장필준-마무리 심창민이 자리를 잡았다. 삼성의 수확 가운데 하나다.
결과적으로 올해 삼성은 오프시즌 전력 누수에, 시즌 중 10명 이상의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고, 외국인 선수들이 줄줄이 부진했다.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손발이 묶인 상태로 시즌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삼성의 몰락엔 불가항력의 불운도 단단히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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